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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 Sep 30. 2022

웹툰 작가를 꿈꾸던 소녀는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되었다

나의 미술사에 관하여

 가만히 생각해보면 되게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그려 온 거 같다.


나의 첫 그림은 유치원 미술 시간이었다. 한창 공주님 그리기에 빠져서 매일 같이 샤랄라 프릴이 달린 드레스와 반짝이는 눈을 가진 공주를 그렸었다.


그 후 초등학교를 올라가서는 서점에서 '색칠놀이'라는 책을 사서 책 안에 그려진 캐릭터들을 따라 그렸다. 그림을 그려서 칭찬받는 것도 좋았고, 내가 예쁜 그림을 완성한 기분도 좋았다. 그림에 대한 열정은 머리가 커짐에 따라 같이 자라났고, 중학생 시절 나의 꿈은 웹툰 작가로 자리 잡았다. 


중학교를 다녔던 당시 그렸던 만화라고는 스케치북에 낙서로 끄적인 콘티가 전부였다.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없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무작정 뭐라도 시작하면 되는 것을 완벽성을 추구해 쓸데없는 고민들에 사로잡혀 만화를 그리지 않았던 거 같다. 머리 아픈 만화보다는 친구들과 노는 것이 더 즐거웠었다. 


고등학교 입학 전에는 막연하게 '웹툰 작가나 일러스트레이터가 될 거니깐 미대를 가야겠다' 만을 생각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고등학교에 진학을 하고 진로에 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보니 이제 와서 미술을 준비하기엔 미술 입시에 들어가는 비용이 엄청 비싸다는 것과 내가 미술학원을 한 번도 다니지 않았다는 점을 깨달았고, 지금 미술에 투자를 한다 해서 성인이 되었을 때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 또한 없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현실과 이상의 접점을 찾으며 기준을 낮췄다. 그 맞춰진 타협선은 디자인 관련학과를 진학하는 것이었고, 수많은 디자인 중에 건축디자인을 선택하였다. 


갑자기 건축을?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건축은 부모님이 수도 없이 추천해 주셨던 직업이어서 나에게는 어색하지 않은 직업이었다. 아마 지금 나의 직업이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것은 부모님의 영향이 클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란 게 여러 가지 선택지 중에 마음을 잡고 한 가지를 선택한다 해도 다른 선택지들에 대한 후회가 있다. 


고등학교 시절 나에게 가장 큰 후회는 '미술을 제대로 배우지 않은 후회'였다. 만약 내가 어렸을 때 미술학원에 등록해서 미술을 열심히 배웠더라면 지금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걸 하지 않았을까. 혹은 지금 좀 뭐가 달라졌을까.


초등학생 시절 나는 그림이 그렇게 좋으면서 미술학원은 왜 가지 않았을까? 지금도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다.






20살, 그렇게 그림을 좋아하던 아이는 공간 디자인 학과에 진학했다.

계속 방황하던 고등학교 시절 부모님의 추천으로 건축을 하려고 마음먹었다. 위에서 말했듯이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은 건축을 하라고 말씀하셨어서 큰 거부감은 없었다. 적어도 사무직처럼 앉아서 반복적인 일을 하는 것보다는 디자인을 하는 것이 나에게 잘 맞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물 흘러가듯이 지냈던 고등학교. 적당한 내신, 망한 수능은 나를 지방에 있는 평범한 학교로 보냈다. 나는 공간 디자인학과에 진학했다.


공간 디자인학과는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공간' 안에 들어가는 모든 것과 모든 공간들을 디자인하는 학과였다.


 그래서 전공 수업 중에 인테리어 수업이 아닌 색채나 조형물 시각적인 표현을 중심으로 하는 수업들도 많았다.


전공 수업 중 가장 재밌었던 수업들은 그림을 그리는 수업들이었다. 평소에 그림들을 그려와서 그런지 수업 내용도 곧 잘 따라갔고 성적 또한 잘 나왔었다.


인테리어 관련 수업도 나쁘지 않았다.


 인테리어 수업에서 배우는 3D나 캐드 또한 흥미를 느껴서 열심히 했었다. 건물을 직접 세우고 건물 안에 여러 가지 어울리는 마감재를 넣고 그걸 사진처럼 뽑는 작업이 재밌었다.  하지만 계속 마음 한 구석에서는 미대를 동경하고 SNS에서 미술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나 자신의 결핍을 채웠었다.


4년 동안 부모님과 친구들이 없는 타지에서 생활했다. 외로움과 우울증을 달랠 수 있던 것은 작은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찍어두었던 사진이 없어서 3개뿐이지만. 외로운 4년 동안 나를 달래준 친구들이다. 


혼자서 외롭게 그림을 그렸던 나는 지금 만화를 그리는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되었다. 


일상의 순간을 내가 좋아하는 표현법으로 기록하고 싶어서 최근에 인스타툰을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은 아니지만 나의 그림을 봐주고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으니 나의 만화는 그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중학교 시절 웹툰 작가라는 꿈을 이룬 거일 수도 있다.






instar : @2ooohan.a

https://instagram.com/2ooohan.a?igshid=YmMyMTA2M2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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