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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떼오 Sep 17. 2023

성장 노트 / 00. 나를 위한 환경 조성

현 정부 기준 27세의 셀프 육아일기

최근 개인적으로 여러 어려움에 부딪혔다. 업무는 업무대로 불협화음이 생겼고, 가장 가까이 하는 이와도 마찰이 발생했다. 마음이 땅굴을 향해 추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 자신을 안정시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마치 느닷없이 우는 아이를 보는 초보 엄마의 기분과 같다 해야할까. 나 자신을 어떻게 달랠 지에 대해 감이 오지 않았다. 분명 마음에 위안을 주는 아름다운 글귀가 구구절절 빼곡한 책을 보면서도 머리로는 '아 이렇게 살아야지' 생각하면서 내 마음은 그렇지 못했다.


정말 못견디겠다 싶은 지점에 도달했을 때, 가만히 이성을 가다듬고 '내가 왜 힘든가'에 대해 하나씩 정리해보았다. 결과론적으로 내 마음에 응어리가 가득한데 그 응어리의 원인을 쉬이 해결할 수도 없고, 이것에 대해 진정성 있게 토로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그런 과정에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내 주변의 모든 것에 회의를 느끼고 나는 스스로 나의 모든 것에 저주하고 절망했다.


이대로 더 견디다가 스스로 위험에 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급히 지금 상황에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결국 그 생각의 끝에 다다른 결론은 가변성이 있는 외적 요인에서 해결하려 하지 말고, 변하지 않고 통제할 수 있는 내적 요인에서 해결하자는 것이었다. 인간관계, 물질, 커리어 모두 영원한 것이 없다. 하지만 스스로를 위하는 나를 스스로가 배신할 수는 없다.


우선 나의 목소리가 가득한 일기장을 오랜만에 찾았다. 사실 일기라고 말하기도 무색할 정도로 자주 쓰지 않는다. 하지만 일기장은 내게 마음의 병원이 아닐까 싶다. 힘들때 이리저리 헤매다 결국 가장 먼저 찾는 것은 일기장이다. 일기에 내 이야기를 무자비하게 폭식하는 푸드파이터처럼 마구잡이로 풀어두었다. 평소에는 한 페이지를 쓰고 빨리 잠자리에 들려 했겠지만 넘쳐 흐르는 배설욕구 앞에 한 페이지는 너무 부족했다. 두 페이지를 그렇게 채웠다. 꼭 기분이 좋지 않은 날은 두 페이지를 채우게 된다.


다음으로 sns 계정을 정돈했다. 지금도 일기장처럼 편안하게 쓰고 있는 계정이고 지인들과 교류하기 위해 열어놓는 계정이지만 내게 보여지는 지인들의 행복한 일상을 두고 무의식적으로 불행을 느끼는 나의 마음가짐이 싫었다. 어차피 연락할 사이라면 굳이 그 계정이 아니더라도 다시 연락할 것이다. 다만 작업 레퍼런스를 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기에 되려 디자이너로서 작업 관련 공유 및 레퍼런스 서치를 위한 계정을 오픈했다.


마지막으로 '해야지'라고 마음먹고 제대로 마무리짓지 못하고 있는 작업을 정돈했다. 시간은 새벽이 딱 좋다. 비록 9 to 6의 일상을 살아가는 직장인이 되었지만 내 정서는 여전히 새벽에 가장 여유롭고 평화롭다. 아무튼 내가 좋아하는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식탁 앞에 앉아 부담을 덜어낸 상태로 작업을 하니 며칠 내내 진행되지 않던게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이것은 아주 좋은 진행이었다.


이 모든 것을 진행하고, 그 마무리로 이 글까지 쓰고 나니 근래 터져나오던 마음의 응어리가 진정 치유됐다. 앞으로 위험의 징조가 있을 때는 오늘의 기억을 발판삼아 초기 진압을 해야겠다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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