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quid Tension Experiment (2021)
- LTE(Liquid Tension Experiment)는 정말 드림 씨어터(Dream Theater)의 산파 또는 한풀이처럼 보였어요. 하필이면 4집 [Falling Into Infinity]의 부진 이후에 팀이 결성되었기 때문에 그런가 싶기도 합니다 아득한 수준의 연주자 조합이라는 무기를 토대로 자유로운 전개와 거대한 작곡을 선보인 LTE는, 이후 드림 씨어터가 명반 [Metropolis Pt.2 : Scenes from a Memory]에 이르는 일종의 단서 같은 팀이기도 했어요.
- 이 팀의 신보를 이제 와서 접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는 크게 하지 않았습니다. 딱히 맥락이 보이질 않았어요. 1999년 두 번째 앨범 이후 포트노이는 술을 끊었고, 조던 루디스까지 합류한 드림 씨어터는 점점 더 바빠졌고, 2010년에는 포트노이가 드림 씨어터를 애매하게 떠났습니다. 팬들은 충격받고, 멤버들은 시큰둥하고, 무엇보다도 (뜬금없던 어벤지스 세븐폴드나 와이너리 독스 정도를 제외하면) 나가서 하는 프로젝트들이 대부분 드림 씨어터나 LTE의 영향 안에 있었어요. '굳이 안 나가도 되지 않았나' 싶었던 거죠. 드림 씨어터에 있을 때는 다정해 보이던 팬 소통도, 나간 뒤에는 '굳이' 싶었던 때가 더 많았고요.
- 2020년에 이르러 몇몇 조짐이 보였습니다. 존 페트루치의 솔로 앨범에 마이크 포트노이가 참여하고, 조던 루디스는 LTE의 부활을 언급했죠. 2020년 12월에 이르러 티저가 공개되었고, 1월 22일 'The Passage of Time'이 선공개되었습니다.
- 1집 'Paradigm Shift'의 압도적인 화려함이나 2집의 'Acid Rain'이 주었던 무자비한 속도 등, LTE의 첫 곡들은 늘 엄청난 인상을 남겼었습니다. 그래서 'The Passage of Time'에도 적지 않은 기대를 했던 게 사실이고요. 결론적으로, 3집의 첫인상이 될 이 곡은 보다 복합적이고 포괄적입니다. 팀의 상징적인 요소들을 모두 넣어 '가이드 역할'을 하는 곡이에요. LTE의 추억이 있는 분들이라면 반가움이 앞설 곡입니다. 묵직한 하드록 스타일 기타 리프로 시작해 속력을 높여가는 이 곡은 속주, 체인지 오브 페이스, 재지한 어프로치를 지나 결국 장엄한 절정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예언 같은 전개를 충실히 따라가거든요.
- 이제는 팬들도 종종 응원하는 마음으로 듣는 드림 씨어터의 신곡들과 비교하면, 불안한 마음을 내려놓고 들어도 될 준수한 컴백작입니다. 묵직한 톤으로 접근하는 필링 파트와 예의 속주 기반 테크닉을 선보이는 파트가 밸런스 좋게 배분된 존 페트루치의 기타 파트가, 개인적으로는 가장 멋지게 기억에 남았습니다. 조던 루디스의 건반이 왜인지 더 예스럽게 들렸는데, 몇 번 듣다 보니 고전 프로그레시브의 클래시컬한 코드 전개가 자주 귀에 남더라고요. 포트노이야 뭐... 기대하신 그대로를 늘 들려드립니다. 딱히 새로울 건 없지만, 더 새롭기도 어려울뿐더러 굳이 새로울 필요도 없지 않나 싶기도.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