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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ll Kim Feb 05. 2022

해외 취업 성공기... 그리고 많은 실패담

한 회사에서 9년을 지내다 보면 여러 번의 사춘기를 거친다. 일 자체가 힘들 때가 있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론 하나의 프로세스와 업무 방식을 반복하다 보면 근원적인 의문이 든다. 이것이 최선인가? 더 나은 식은 없는가? 다른 회사는 어떻게 하고 있지? 한번 의문이 생기면 답을 얻기 전까지 멈출 수 없는 엔지니어의 본능이 계속 이력서를 준비하고 면접을 본 원동력이었다.

경력을 이야기하다 보면 왜 영국을 선택하게 되었나라는 질문을 많이 받게 된다.  당시에는 다른 국내 회사와 얘기가 안 되어서 차선으로 선택한 것이 컸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영국은 더 이상 메이저 자동차 회사는 없지만, 재규어 랜드로버 (Jaguar Land Rover)와 포드 (Ford)는 연구 개발을 유지하고 있고 맥라렌 (McLaren Automotive), 로터스 (Lotus Cars), 아스톤 마틴 (Aston Martin) 등과 같은 유명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저변에는 자동차 산업에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영국 정부의 노력과 학교와 연구소의 결실이 깔려 있다. 무엇보다 유럽의 다른 자동차 강국인 독일과 프랑스 대비해서 언어의 장벽이 낮은 장점이 있다.

처음 영국 회사의 시도는 우연히 시작되었다. 한국의 배터리 회사 상품 기획 포지션에서 최종에서 고비를 마신 후에, 안타까운 마음에 찾은 기회에 깊은 고민하지 않고 이력서를 넣었다. 자동차 업계에 있으면 한 번은 들어봤을 AVL이라는 회사였다. 사실 지원  전에는 AVL을 자동차 시험 장비나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회사로 알고 있었지만, 지원한 포지션은 엔지니어링 컨설턴트였다. 한국 회사는 연구 개발을 아웃소싱 (Outsourcing)하는 것이 제한적이지만 외국 회사는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적은 것 같다. 외부 직원에게도 동일한 위치에서 협력하여 근무한다. 그 덕분에 포드, 재규어 랜드로버, 다이슨 등 다양한 기업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처음 면접은 경험이 많았던 시뮬레이션 포지션이라  어렵지 않게 진행되었다. 다만 3~4년 차 경력차를 찾고 있어서 8년 차여서 바로 합격 통보를 받진 못했다. 3개월 뒤에 다시  하이브리드차 개발자로 다시 면접을 진행하여 며칠 뒤에 오퍼 (offer)를 받았다.


경험상 언제나 초반 2~3년은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과거 경험이 맡은 직무와 일치한다고 해도 기업의 프로세스, 보고 문화, 조직 구성의 이해, 기업의 가치관 및 문화 등 업무에 필요한 것에 익숙해지는 기간이다. 입사 후에 짧은 허니문 기간 (Honeymoon period)를 지내고 오는 고통의 시간이고 이를 거치지 않으면 그 회사를 다 이해한 것이라 할 수 없다. 달리 표현하면, 3년 차가 되면 일도 기업 문화도 익숙해져서 권태기가 올 수 있다. 3년 차 슬럼프가 오는 이유이다. 영국에서도 어김없이 슬럼프는 찾아왔고, 이력서를 다듬기 시작했다. 이직은 어떻게 보면 연애와 비슷하다. 내가 노력한다고 잘 되는 것도 아니고, 겉만 보기 좋다고 나한테 맞는다는 보장도 없다. 잘 맞는 상대가 있고 상황이 잘 맞으면 인연이 닿는다. 지금 연애 얘기가 아니고 구직에 대한 얘기다. 구직 SNS인 링크드인 (LinkedIn) 이력을 정리하면 제안이 오기도 하고, 관심 있는 곳은 지원하기도 했다.


한 번은 학회에서 ADAS (Advanced Driving Assistance System) 기술을 활용하여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연비를 향상하는 연구를 발표한 적이 있다. 학회에서 발표를 들은 자동차 반도체 기업인 NXP에 ADAS 팀에서 관심을 가져서 면접까지 이어졌다. NXP의 본사는 네덜란드지만 영국에도 연구소와 생산 시설이 있다. 문제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Glasgow)에 면접을 보러 가야 하는 거였다. 그리고 합격하면 삶의 터전을 바꿔야 한다는 것도 문제였다. 결론적으로는 기우였지만. 면접은 전공 분야인 자동차 특히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얘기할 때는 잘 진행되었지만, 회사에서 원하는 반도체 관련된 질문은 대부분 답하지 못했다. 결과 좋지 않으면 언제나 아쉽지만 낮은 곳에 달린 사과만 따 먹고 싶진 않았다. 높게 달린 열매를 얻으려다 보면 많은 실패가 뒤따르지만 부가적인 성과도 있다. 기업들이 추구하는 것, 찾는 인재상을 이해할 수 있고 본인을 객관화할 수 있는 기회이다. 그것이 자기 계발에 원동력이 되고 다른 기회를 제공한다. 이직이라는 전투에서는 질 때도 있지만 커리어 개발이라는 전쟁에서는 승리할 수 있다. 지금도 많은 실패를 거치면서 내 커리어 개발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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