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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나 Aug 11. 2022

괴테 <파우스트> 음악작품  

슈베르트의 '물레 감는 그레첸'(Gretchen am Spinnrade)


오늘은 괴테의 파우스트를 소재로 한 음악을 살펴보려고 한다.


살펴볼 작품은 '가곡의 왕' 슈베르트(Fr.Schubert, 1797-1828)가 1814년 10월 19일에 작곡한 독일가곡 <물레 감는 그레첸>(Gretchen am Spinnrade, 1814)이다.


프란츠 슈베르트 (Franz Schubert, 1797-1828)

이 곡은 슈베르트의 초기 가곡으로, 괴테의 시를 사용한 최초의 가곡이며 19세기 독일 예술 가곡의 시작을 열었던 곡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독일 예술 가곡(Lied)의 역사에 있어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사용된 가사는 괴테의 <파우스트> 제1부에 나온 이야기를 배경으로 한다.


파우스트에게 버림 받았다고 생각한 그레첸은 물레앞에 앉아 그 그리움과 고통을 노래하는데, 이 곡에서 그러한 그녀의 심정이 물레의 움직임을 연상시키는 음악과 함께 어우러져 잘 표현된다.

물레의 움직임을 연상시키는 음악이 그녀의 심란함을 한층 더 극적으로 표현한다고 할 수 있다.


이제 가사와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가사 이야기 배경>


악마 메피스토와의 계약으로 인해 파우스트는 그레첸과 사랑에 빠질 수 있었지만,

그는 아름답고 순결한 그레첸을 향해 욕망과 정욕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했고

따라서 자신을 한심하게 여기며 죄책감을 느꼈다.

그에 따라 그는 그레첸에게서 멀어지고자 그녀에게서 멀리 사라지기로 결심했다.

메피스토는 그런 파우스트를 보며 그런 고상한 척은 그만하고 인생을 즐기라며 계속해서 욕망을 부추긴다.


한편, 그레첸은 파우스트가 자신을 버리고 도망간 줄 알고 괴로워하며 정신이 이상해졌다.

이 곡은 그 상황 속에서 그레첸이 괴로워하며 부르는 노래이다.

물레방앗간의 마르게리트(그레첸), 들라크루아 그림
바야흐로 그레첸(마르가레테의 애칭)은 파우스트 없는 세상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사로잡히게 된다. 혼자 물레실에 틀어박혀 있어도 파우스트의 모습은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마음은 어지럽고 가슴은 답답하다.

<파우스트> p. 193, 문예출판사


이렇게 파우스트에게 완전히 사로잡힌 그레첸은 물레 앞에 앉아 답답한 마음으로 이렇게 노래한다.



<가사>


Meine Ruh ist hin, mein Herz ist schwer;

나의 평안은 사라졌고, 내 마음은 무겁다


Ich finde, ich finde sie nimmer und nimmermehr.

나는이제 더이상 그 평안을 찾지 못할 것이다.


Wo ich ihn nicht hab, ist mir das Grab,

그가 없는 곳은 나에게 무덤과도 같고,


die Ganze Welt ist mir vergällt.

온 세상이 쓰고 허무할 뿐이다.


Mein armer Kopf ist mir verrückt,

나의 불쌍한 머리는 미쳐가고,


mein armer Sinn ist mir zerstückt.

나의 가엾은 정신은 산산이 부서졌다.


Nach ihm nur schau ich zum Fenster hinaus,

나는 창 밖으로 그를 내다보고,


Nach ihm nur geh ich aus dem Haus.

그를 찾아 집을 나선다.


Sein hoher Gang, sein edle Gestalt,

그의 늠름한 걸음, 그의 고상한 모습,


seines Mundes Lächeln, seiner Augen Gewalt,

그의 입가의 웃음, 그의 힘 있는 눈,


und seiner Rede Zauberfluss

그의 감미로운 말


sein händedruck, und ach, sein Kuss!

그의 붙잡은 손, 그리고 아, 그의 입맞춤!


Mein Busen drängt sich nach ihm hin.

나의 가슴 그를 향해 사무친다.


Ach, dürft ich fassen und halten ihn!

아, 내가 그를 붙잡아 놓을 수 있다면!


und küssen ihn, so wie ich wollt,

내가 원하는 만큼 그에게 입맞추고,


an seinen  Küssen vergehen sollt,

그의 입맞춤에 내가 사라져도버려도,


o könnt ich ihn küssen, so wie ich wollt,

오 그에게 입맞출 수 있다면, 내가 원하는 만큼,


an seinen  Küssen vergehen sollt!

그의 입맞춤에 내가 사라져버려도!



가사에서 살펴보았듯이 그레첸은 파우스트의 얼굴, 표정, 몸짓 등을 떠올리며 그리워하고, 자신이 죽어도 좋으니 그에게 한번이라도 입맞추고 싶다고 절규한다.



<물레를 연상시키는 음형>


이 곡에는 음악적으로 두드러지는 음형(figure)이 나타나는데, 바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물레를 연상시키는 음형'이다. 이 음형은 곡이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곡 전반에 걸쳐 제시되며, 곡의 흐름 속에서 발전 및 변형되어 나타난다.


오른손의 음형이 마치 계속해서 도는 듯한 음형으로 진행되며, 이는 물레가 계속 돌아가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한편 왼손에서는 동일한 리듬 패턴과 쉼표를 동반한 규칙적인 음형이 제시된다. 이 또한 끊임없이 규칙적으로  돌아가는 물레의 움직임을 떠올리게 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오른손의 끊임없이 도는 듯한 음형은 그레첸의 심리와도 연결되어, 평안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부유하는 그녀의 마음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이러한 음형은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제시됨으로써 곡 전반에 흐르는 심란함과 불안한 심리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주요한 음악적 아이디어로 작용하여 음악적인 통일감도 부여한다고 할 수 있다.



19세기 독일 예술 가곡의 시작을 열었던 곡이자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시를 가사로 가진 슈베르트의 '물레 감는 그레첸'(Gretchen am Spinnrade).

파우스트와 메피스토의 계약으로 인해 마음의 고통을 겪고 있는 한 소녀의 마음을 물레 잣는 모습을 떠올리며 들어보길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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