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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경용 Nov 14. 2024

"남편 유류품 좀 정리해 주세요~"

고물상으로 간 서예작품들~

몇 년 전이나 됐을까?

거의 10여 년 전쯤의 일이다

함께 요양원에서 근무했던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선생님, 남편유류품 좀 정리해 주세요~"


나는 더블캡을 몰고 읍내로 갔다

조문을 못했던 것이 마음에 걸려서

부의금봉투를 준비해서 갔다

부고를 받았으면 안 갔을 리 없는

같은 직장동료였고

같은 또래라서 잘 지냈던 분이다

집에 들어서니 혼자서 정리하시느라고

정신이 없는 상태로 되어 있었고

같이 간 지인분과 우선 책과 서예 물들을

정리하면서 한 가지 중점사항은

차용증을 찾는 일을 병행했다

그러니까 정리를 하는지 차용증을 찾는 일인지

어떤 일에 우선순위를 둘지 ~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과 고물상으로 갈것들을

선별하면서도 차용증 이천짜리를

찾아내는 것이 급선무였다

일토록 ~그 많은 책들을 ~

일기노트들을~

뒤졌으나 끝내 찾지를 못했다


그다음 날도 찾으러 갔다

아니 찾으러 갔다기보다는 버릴 것들을

내다 버리기 위해서 갔었다

5층에서 계단을 타고 아파트 앞에 일단 쌓아두고

내차로 옮겨 싣고 고물상에 가져갈 책들과

화선지 작품들이 쌓여갔다

그러는 내내~

자녀들의 그림자는 없다

엄마가 알아서 처리하라고 했다고 한다

자식들의 짐이 되어있는~

남겨진 유류품~

한때는 애지중지 아끼던 애장품이던 것들이

이제 애물단지가 되어 생면부지의 나에게까지

빨리 버려버리라고 야단을 친다~!

남겨진 자식들은 쳐다보지도 않는 남편의

유품 속에서 남편의 땀을 찾은 아내 된 분은

차용증을 들고 남편고향 친척한테 내밀었다


"꿔간 돈 천만 원 주세요~!"

"이런 남편이 죽은께 생억지를 어디다 나한테

디밀어대~!!!"

완강히 부인했다

분명히 받아놓은 차용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인은 더 이상 이곳에 머무를 필요가 없어졌

남편이 떠나고 자식들마저 뜸해진 남편과 함께 살던 집~

눈 내리던 날 아침 생전의 남편은 출근하는 아내를 위해서 차지붕에 내린 눈을 쓸어내고 스팀을 미리 켜놓고 배웅했던 곳을

떠나기로 했다~

남편이 가고 자식들도 뜸해진 곳~

친척들마저 모진 말로 내쳐내진 남편의 고향을

수십 년을 살았던 흔적마저 빨리 지워내고

싶었다고 했다


남겨진 유류품은 고인에게는 애장품이고

갖고 싶은 소장품이고 생전의 애지중지했던

삶의 표식이 될 수도~

위상과 명예와 지위가 될 수도 있었다고 했다면

고인이 된 시점의 고인의 물건들~

빨리 처분해버려야 할 애물단지가 아닐까?

쓸쓸히 유품을 더블캡에 싣고

고물상으로 향하는 내가 38,500원을

받아 들고 씁쓰레한 발길을 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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