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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L Jun 27. 2022

공항 말고 공황

0. 바다에서 가라앉지 않았던 까닭

 안녕하세요. 저는 쏠이라고 합니다. 동방예의지국에서 사니까 처음엔 누군지 밝혀야겠죠. 이제부터는 편하게 쓸게요. 일단 인사했으니까요. 어차피 제가 쓰는 글이니까 모든 게 제 맘대로입니다. 막상 쓰기 시작하니 어디서부터 얘기를 해나가는 게 좋을지 고민이 됩니다. 왜 이 글을 쓰게 됐는지를 먼저 얘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다음이 생각날 거라는 의식의 흐름에 기대어 얘기해보렵니다. 지금 이 글을 적는 시간은 새벽 두 시 이십 분이 지나고 있고 저는 일을 하는 중입니다.


 보통 이 시간에 일을 하는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할 때도 있습니다. 저는 색보정이라는 일을 합니다. 색보정? 그게 뭔데? 하는 질문을 수없이 받아서 어떻게 하면 내가 하는 일을 잘 설명할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하는데 지금은 상대방에게 네가 보고 있는 것들의 색을 입히는 일을 한다고 합니다. 때로는 영화, 드라마, 광고 등등 영상물로 존재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진도 보정합니다. 그럼 질문을 한 사람들은 포토샵 하는 거냐고 대답합니다. 예전엔 열심히 설명했는데 지금은 얼추 비슷하니까 맞다고 합니다. 절대 귀찮아서 그런 게 아니라 생각보다 상대방은 그렇게까지 자세히 알고 싶어서 물어본 건 아닐 수 있다는 걸 조금씩 깨달아서 적당히 대답합니다.


 사람들은 정말 궁금해서 물어볼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제가 괜히 답을 길게 하는 것이 될까 봐 민폐가 되진 않을까 해서 더 길게 답하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편하게 쓴다고 해놓고 아직도 전혀 편해 보이지 않네요. 아무래도 처음 적는 글이라서 그런 듯합니다. 색보정을 하는 사람이 무슨 글을 적을까?라고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있다면 지금 글을 읽고 있을 당신이겠죠. 지금까지 제가 적은 것들은 일종의 맥거핀입니다. 어쩌면 아닐 수도 있고요. 저는 공황장애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보려고 시작했거든요. 글을 적는다면 처음에 적게 되는 글은 반드시 이 얘기로 시작해야지 하고 어느 순간부터 마음에 가지고 있었는데 늘 차일피일 미루다가 안 되겠다. 오늘은 그냥 일단 적기 시작해야겠다. 하고선 바로 타자기도 아닌 핸드폰 자판을 두드려가며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공황장애라는 말을 할 때면 사람들은 공항이라고 잘못적을 때가 많습니다. 그러면 또 저는 못 참고 공항 말고 공황이요.라고 대답합니다. 사실 이 대답을 바라고 한 말이 아닐 텐데 이 말에는 꼭 정정해서 대답합니다. 공항은 비행기가 뜨는 곳이고 저는 공황장애예요. 그러면 다시 공황장애? 그거 연예인들이 많이 걸리는 거 아니야?라고 질문을 받습니다. 그럼 네 맞아요. 하고 더는 이야기를 잘하지 않습니다. 이 글을 적게 된 이유는 더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을 적고 싶어서입니다.


 공황장애라는 병은 어느 순간 저에게 찾아왔고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저는 우울의 바다에서 겨우 몸이 가라앉지 않게 간신히 헤엄을 치며 버티고 있더군요. 가끔은 비도 오고 눈도 오고 파도도 많이 치는데 그렇다고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 쓰면 오히려 기운이 빠져서 가만히 힘을 뺍니다. 그러면 적어도 몸이 둥실 떠있긴 합니다. 가끔은 아가미가 생겨서 바닷속을 헤엄칠 수 있다면 차라리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이대로는 안 되겠단 생각에 소리쳐 구조요청을 보냅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것 같아서 포기하려고 할 때쯤 바다에서 거대한 고래가 저를 등 위에 올려줍니다. 고래는 호흡을 위해 해수면 위로 잠시 동안 올라옵니다. 그렇게 올라와서는 저를 가라앉지 않게 해주곤 다시 바다로 돌아갑니다. 다시 혼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다른 고래가 와서 또 등을 잠시 빌려줍니다. 그렇게 저는 바다에 가라앉지 않고 조금씩 육지에 가까워집니다. 이제는 어느덧 바닷물이 가라앉지 않게 애써야 하는 깊이가 아니라 조금만 힘내서 헤엄치면 곧 육지에 다다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 하려고 하는 이야기들은 저를 도와준 고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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