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주의)
이태원역 해밀턴 T자 골목에서 빠져나온
2022년 10월 29일.
내가 아는 모든 청춘들이 안전한지 확인해야만 해서 인스타그램을 헤맸다.
그날 나의 인스타그램 스토리 조회수도 평소의 2배나 됐다.
우리는 붕괴된 사회와 무너진 안전 속에서 서로를 걱정하고 있었다.
내게 청춘은,
이날 이후로 '아픔을 공유한 사람들'이 됐다.
무감정한 척 살려고 노력하지만
두꺼운 벽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무것도 괜찮지 않다.
바뀐 게 없어 더욱 그렇다.
나는 살아 있어서 미안하다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해 죄스럽다는 잔인한 감각.
추모를 위해, 잊지 않기 위해 참사 이후 이태원을 종종 방문했다.
두 눈으로 보고, 다시 기억하고, 추모하고 울었다.
49제에 방문했던 이태원 그 골목 구석에서
한 어머니가 디저트를 좋아하는 딸을 위해 딸기 생크림 크로와상을 사다 둔 것을 보았다.
우리 같이 먹었던 것이랑 비슷하지 않냐며,
꼭 식탁 앞에 앉은 일상 속 딸에게 말 걸 듯 쓴 쪽지가 붙어 있었다.
그 곳은 춥진 않냐고도 물었다.
그 옆에는, 엄마 아빠가 아직 많이 힘들어하셔서 혼자 와봐 미안하다는 어떤 오빠의 편지가 있었다.
이날 이후로 더 이상 이태원역을 가지 못했다.
눈물을 닦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내 눈물을 닦고 일어서는 사람이자
남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이라는 중의적인 의미다.
아직 둘 다 제대로 하지 못해 아프다.
2022년 10월 29일,
별이 된 159명의 불꽃을 추모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