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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Apr 17. 2024

인간문명과 진화의 연속성


인간의 일상생활은 소유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소유권을 나타내는 것이 부동산 등기이다. 현대인 생활의 중심은 교통과 길이다. 길에는 어디에나 표지판이 있다. 이러한 도로 표지판이나 등기부등본도 단세포 동물에서 유래한다. 단세포 생물은 이전에 있던 자리를 기억하고, 장애물을 피하며 목적지를 찾아 간다. 단세포 생물은 이동을 하면서 액체를 분비하여 그 냄새를 따라 원래 자리로 되돌아온다. 이 냄새가 단세포 생물의 표지판 역할을 한다. 뇌는커녕 신경세포인 뉴런도 없는데도 원래 있던 자리를 기억하여 돌아온다. 개나 고양이도 오줌을 싸서 자기영역을 표시한다. 집에서 키우는 반려견과 산책을 나가면 같은 장소에서 오줌을 싸고 냄새를 맡는 것을 볼 수 있다. 반면 인간은 도로에 표지판을 세워 그것을 참고하여 운전을 하거나 걸어서 목적지를 찾아간다. 방식은 다르지만 목적은 같다. 단세포 생명이 이동(‘운동’)하면서 내는 액체, 개가 싸는 오줌, 우리가 만들어놓은 도로 표지판은 진화를 통하여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원시적인 생물이 먹이를 찾거나 위험을 피하고 길을 찾아다니는 행동은 결국 신경세포를 발달시키고 점차 뇌로 진화하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 같은 부동산의 등기부등본도 ‘영역’ 표시이다. 등기부등본은 다른 생물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의 지능이 만든 문명이다. 인간이 자기 집이나 재산에 대한 등기부등본을 만들어 ‘영역표시’ 즉 소유권을 표시하는 것은 오랜 진화의 결정체이다. 


‘인간’ 문명의 꽃인 음악도 인간만의 고유한 취향이 아니다. 바로 동물의 영역 표시로부터 음악이 기원했다. 동물의 영역 표시는 냄새뿐만 아니라 소리로도 한다. 영역 분쟁이 발생했을 때 다른 종족을 위협하기 위하여 집단 전체가 큰 소리를 낸다. 인간의 예술과 음악도 진화과정에서 나타난 것이다. 물론 음악의 기원에 대해서는 다양한 주장이 있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인간이 왜, 그리고 어떻게 음악을 만들고 즐기게 됐는지는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찰스 다윈은 음악의 기원을 이성을 향한 구애에서 찾았다. 다윈의 주장이 맞는다면 통상 구애에 더 적극적인 성향을 보이는 남자가 음악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더 우월한 반면 여성은 듣는 능력에서 더 뛰어났을 것이다. 그러나 남녀 공히 음악을 만들거나 듣는 능력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기 때문에 다윈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아기를 돌보기 위해 부모가 불러주는 자장가에서도 음악의 유래를 찾아볼 수 있다. 또한 경쟁 집단에 겁을 주기 위해 힘과 단결력을 과시하는 집단 음성 신호가 기원일 수도 있다. 영장류가 나무 사이를 건너다니는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에서 비롯됐다는 가설도 있다. 노래를 잘 부른다는 것은 자신이 몸을 잘 쓸 줄 안다는 걸 확인시켜 주는 수단이었을 수 있다. 실제로 나뭇가지 사이를 잘 옮겨다는 개체가 더 복잡한 소리를 낸다. 이들이 내는 소리를 `원시음악'(protomusical)이라고 부른다. 원시음악(Proto-music)은 영장류에서 구애, 영역 표시, 신호 모두를 위해 진화했을 수 있다. 그 기원이 무엇이건 음악은 진화의 결과이자 정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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