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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Apr 18. 2024

우유니 소금사막에 사는 인간과 인류의 진화


다윈의 핀치 새는 견과류를 먹는 큰 부리와 곤충을 먹는 작은 부리를 가진 새로 종 분화가 일어나다가 경쟁이 시작되면 새로운 핀치 새는 나타나지 않고 멸종으로 이어진다. 종간의 경쟁은 새 종의 출현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광범위한 척추동물 연구들은 기후와 종간 경쟁이 종 분화와 멸종에 중요 요인이었음을 시사한다. 척추동물은 생태학적 틈새에서 새 종이 진화하고, 틈새가 채워지면 경쟁이 시작돼 새 종의 출현은 줄고 경쟁이 심해지면서 멸종하는 종이 나오게 된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는 달리 지구상 거의 모든 곳에서 산다. 파키스탄 히말라야로 들어가 보면 비도 거의 오지 않는 그 황량한 4천 미터가 넘는 지역에도 사람이 사는 모습을 본다. 시베리아뿐만 아니라 사막에도 사람이 산다. 2024년 남미에 와보니 우유니 사막 같은 사막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인간은 어떤 환경에서도 적응하여 사는 데는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기후변화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생물 군계는 기후 조건에 따라 지역을 구분할 때 분포하는 식물과 동물 군집을 모두 포함하는 생물 군집이다. 흔히 열대우림, 아열대, 사바나, 초원 등으로 구분한다. 200만~30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최초로 출현한 초창기 호모종인 호모 에르가스터, 호모 하빌리스는 초원과 건조 관목지대 등 개방된 환경에서만 살았다. 하지만 180만 년 전 호모 에렉투스,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등은 유라시아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온대림과 냉대림을 포함한 다양한 생물 군계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고 그 과정에서 여러 사회적 기술을 개발하고 습득했다. 이런 적응으로 호모 사피엔스가 이동성, 유연성, 경쟁성 등 다양한 부분에서 다른 호모 종들보다 유능하게 만들었다. 그 덕분에 사막, 툰드라 같은 가혹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또 호모 종들은 다양한 식물과 동물이 한 곳에 밀집해 있는 ‘모자이크’ 자연환경을 선호했다.


지금까지 호미닌 종과 호모 종의 분화와 멸종 연구는 주로 기후변화의 영향에 초점이 맞춰졌고 종간 경쟁의 영향에 대한 관심은 적었다. 호모 속 이전 초기 호미닌은 다른 포유류와 같이 종 다양성이 적고 경쟁이 적을 때 종 분화율이 높아지다가 경쟁이 심해진 후에는 멸종률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으나 호모 속 종들은 반대 현상을 보였다. 호모 종의 경우 오히려 종간 경쟁이 종 분화의 요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인류의 조상인 호모(Homo) 종 진화에서는 종간 경쟁이 종 분화(speciation)를 촉진했다. 생태학적 틈새가 채워지면 무언가가 더 많은 종을 출현하게 했고 호모 종이 많을수록 새 종의 분화 속도도 빨라졌다. 이는 다른 척추동물 진화 추세와 완전히 반대되고 진화 과학에서 거의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인류의 종 형성은 다른 척추동물과도 달랐음을 시사한다. 호모 속 종들이 다양한 적응 기술 덕분에 다른 척추동물이나 이전 호미닌과 다른 진화 패턴을 보일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석기나 불을 사용하고 사냥 기술이 있는 종은 빠르게 새로운 틈새를 개척할 수 있어 진화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거의 모든 생태학적 틈새에서 극도로 유연한 적응 능력을 갖춘 호모 사피엔스와의 경쟁이 다른 모든 호모 종의 멸종에 기여했을 수 있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bq1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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