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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Apr 27. 2024

파타고니아의 시간

2024년 3월 31일 안데스산맥 깊숙이 있는 페루 우루밤바에 있었다. 그곳 시간은 새벽 4시가 넘었으니 서울은 오후 6시가 넘었을 것이다. 서울에 있었다면 얼마만큼 시간이 흘렀는지 시계를 보고 금방 알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한참 계산하고 생각해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서울에서보다는 약간 혼란스럽다. 인간이라는 생명체는 스스로 시간을 정확하게 시간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시차적응은 놀랍도록 잘한다. 4월 21일에 돌아왔는데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26일 밤에 한국시간에 얼추 맞추어 잠을 푹 잤다. 나름대로 생체시계가 작동하는 것으로 우리 몸에 시계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인간은 시간의 흐름을 느끼기는 하지만 시계처럼 정확하지는 않다. 과학적으로 시간을 이해하는 뇌의 기능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일부 연구자들은 뇌에 객관적인 시간 흐름을 인식하는 ‘내부 시계’가 있다는 가설을 제시한다. 반면 사람들이 접하는 시각 정보 등 자극의 특성이 시간에 대한 주관적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연구자들도 있다.


시간은 뇌에서 인식되겠지만 객관적일 수는 없다. 기저 핵(基底核, basal ganglia)은 대뇌 속질의 가운데에 있는 신경 세포체의 집단이며, 선조 체(線條體corpus striatum)는 기저 핵의 일부로 신경 세포들의 집단이다. 나이가 들면 이 회로가 느리게 진동하면서 상대적으로 외부세계는 상대적으로 빨라 보일 수 있다. 도파민은 선조 체 신경회로의 진동수를 조절하는 물질로 나이가 들면 도파민이 적게 분비되어 진동수가 느려진다.


나이가 들수록 느껴지는 시간의 속도는 빨라진다. 남미여행을 한 달이나 했는데 ‘어제’ 같이 느껴진다. 생체시계는 몸의 리듬과 ‘템포’를 말한다. 인간의 생체시계는 나이를 먹을수록 속도가 느려지면서 같은 것을 하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하며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피터 맹건(Peter A. Mangan) 교수가 사람들에게 눈감고 1분이 되었다고 생각되는 시점에 시간을 확인시켜보았더니 10대와 60대는 평균 약 5초 정도의 차이가 났다. 


우리가 보는 현실이나 사진의 내용에 따라 시간에 대한 느낌도 다르다. 눈에 보이는 정보의 내용과 특성이 시간이 빠르게 또는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등 주관적 시간 인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진을 보는 경우 장면이 크거나 새롭고 기억될만한 요소가 있는 경우 사람들은 더 오랫동안 본다고 느꼈다. 어수선한 장면이 담긴 사진은 보면 보여준 시간보다 더 짧게 봤다고 생각한다. 이는 인간의 시간 인식이 주관적이며 내부 시계 가설에 의해 느껴지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남미 파타고니아의 웅장한 사진을 보관하고 있다. 이 사진을 보면 시간의 흐름이 느려질까?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62-024-018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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