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이라면 늘 옳은 말을 하고 진실에 기반 하여 판단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전혀 그렇지 않다. 그것은 진보나 보수나 아무 관계가 없다. 오히려 지적 능력을 동원하여 의도적으로 더 조작적인 말을 하고 글을 쓰는 지식인이 많다. 더욱이 똑똑한 사람이라고 늘 제대로 판단하는 것도 아니다. 고등 교육을 받고 지적 수준이 높은 사람도 보통 사람과 똑같이 판단력이 좋지 않다. 정보나 뉴스를 듣고 판단할 때 사실여부나 정확성보다 대부분 자신의 믿음을 따른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나 신앙에 맞춰 판단하며 이는 교육 수준과는 무관하다.
2024년 연구를 보면 대부분의 사람이 교육정도와 무관하게 자신의 정치적 성향 등과 일치하는 뉴스를 사실이라 판단한다. 그러면서도 “판단에 정치적 편향은 없다.”고 답했다. 스스로 정보의 사실여부를 따지겠지만 최종판단은 자신의 성향과 일치하는 것을 훨씬 신뢰했다. 결코 ‘지성적’이지 않다. 이러한 결과는 성별과 연령, 교육 수준과 관련이 없었다. 어떤 정보가 자신의 믿음과 일치하는지가 정확성보다 판단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보단 다른 사람이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https://psycnet.apa.org/fulltext/2025-33892-004.html
사람들은 사실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진 특정 ‘목적’을 달성을 위해 가짜뉴스도 사실인 것처럼 퍼뜨리거나 분노를 유발시켜 확산시킨다. 가짜 뉴스를 담은 소셜미디어 게시물은 ‘분노’를 자극하면 더욱더 퍼져나간다. 이들은 사실보다는 자신의 가치관과 집단 내 소속감을 ‘목적’으로 이런 일을 한다. 가짜 뉴스는 믿을 만한 정보보다 더 분노 반응이 강하게 나타나고 분노 유발 게시물은 보통 게시물보다 더 잘 퍼지면 읽지도 않고 빈번하게 공유된다. 소셜미디어 사용자는 자신의 평판이 훼손되더라도 정치적·도덕적 입장을 보이려는 목적으로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공유한다는 것은 여러 연구에서 확인된다. 다른 나라에서는 살아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의 ‘지식인’들은 이런 경향이 아주 심하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l2829
스티븐 로(Stephen Law)의 저서『왜 똑똑한 사람들이 헛소리를 믿게 될까』는 ‘똑똑한’ 사람들의 비이성적인 사고를 다룬 책이다. 미국 철학자 해리 프랑크푸르트(Harry Frankfurt)에 따르면 ‘개소리’ 또는 ‘헛소리’(bullshit)를 하는 사람은 자신의 말이 사실과 부합한지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의 ‘목적 달성’에 맞는 말만 늘어놓는다. 반면 거짓말쟁이는 진실을 감추기 위해서라도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 따라서 ‘진실’의 가장 큰 적은 거짓말이 아니라 헛소리를 하는 사람이다. 광신적인 근본주의 신앙인, 음모론을 제기하는 사람, 분파적인 정치적 열성분자의 주장 등 우리 주위에 헛소리들은 차고 넘친다.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이나 자연과학자도 어처구니없는 믿음을 가진 이가 많으며 자연과학자가 근본주의적인 창조과학자인 경우도 있다. 광신적인 헛소리꾼들은 신 같은 초자연적인 것은 인간의 이성이나 과학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이런 믿음에 대한 이성적 반론을 차단한다. 이런 사람들은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주장에 대해 이성이나 과학이 모든 답을 내놓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오만하고 편협한 사람이라고 겸손하라고 비난한다. 이러한 ‘지적 블랙홀’에 빠진 사람들은 어처구니없이 많다. 특히 정치적인 편협함이나 편 가르기에 눈이 먼 사람들은 진실을 왜곡하면서 더 나아가 거짓을 진실이라고 우기면서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한 것이라면 무슨 짓이든지 한다. 정치와 종교 얘기를 술자리나 밥상머리에서 하면 끝장나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