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은 고리를 가지고 있다. 자갈보다 크지 않은 수많은 얼음덩어리로 이루어진 7개의 토성 고리는 토성 표면에서 27만2천㎞ 떨어진 곳까지 펼쳐져 있다. 토성이 만들어지고 남은 물질들이 고리를 이룬 것으로 보고 있지만 토성의 강한 중력으로 부서진 위성이나 유성, 혜성 같은 천체들의 잔해라고 보기도 한다. 토성의 고리는 대부분 암석덩어리거나 미세한 분진 입자에서 몇 미터 크기의 얼음덩어리로 구성돼 있다. 고리를 구성한 입자들은 토성의 전리층과 화학적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609년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처음 발견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확신하지 못했다. 17세기말 네덜란드 천문학자 호이겐스와 이탈리아 천문학자 카시니가 토성의 고리를 자세히 관찰하는데 성공했다. 고리가 수많은 작은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은 1800년대 스코틀랜드 과학자 제임스 맥스웰에 의해서였다. 토성 고리는 45억 년 전 토성과 동시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됐었다. 토성의 고리들은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21세기에 들어 밝혀지기 시작했다.
2004년 토성에 도착한 탐사선 카시니호가 고리들이 비교적 밝고 깨끗해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고리들이 토성보다 훨씬 나중에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게 정설로 자리 잡았다. 토성을 이루고 있는 얼음 입자들은 미세 유성체와 끊임없이 충돌하므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러워지고 어두워지게 되는데, 카시니 호 관측 결과 고리들이 예상보다 훨씬 밝고 깨끗했기 때문이다. 2023년 연구에 의하면 토성 고리들이 토성 자체 나이(약 45억년)보다 훨씬 적다는 추정이다. 토성 고리에 쌓인 먼지를 토대로 계산한 결과 고리에 먼지가 쌓인 기간은 불과 4억년이 채 안 된다. 토성 고리의 나이가 토성과 같은 시기에 형성됐을 것으로 추정해온 것과 달리 훨씬 어리다.
그러나 2024년 이에 대한 반론이 나왔다. 토성 고리의 나이가 4억년 이내라는 기존 학설과 달리 45억 년 전 토성과 함께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시뮬레이션에 의하면 토성 고리의 얼음 입자들이 암석 파면 충돌로 오염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 유성체가 얼음 입자에 계속 충돌해도 거의 퇴적되지 않는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61-024-01598-9
토성의 고리는 점점 사라져 다른 행성처럼 평범한 모습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 토성 자기장의 영향으로 고리를 구성하고 있는 얼음조각들이 녹거나 증발하면서 사라지고 있다. 행성의 중력 때문에 고리에 있는 얼음이 녹거나 증발하는 고리 비(ring rain)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고리 비 현상이 계속되고 암석덩어리들이 토성으로 끌려들어간다면 3억년 뒤에는 고리가 없는 밋밋한 행성이 될 가능성이 높다. 토성 북반구와 남반구에서 자기장 선이 형성되면서 토성의 전리층과 고리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주도 진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