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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외로움과 불편함에 익숙해지기

1인 사무실에 와보았다

by JJ teacher

누군가 나에게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항상 나의 대답은 같았다.

"아침에 1인 사무실로 출근해서 실컷 공부하고 글쓰다 오는 것이 내 꿈이야."


생각만 하지 말고 한 번 실천해 보기로 했다.

일요일 아침, 집안일을 마치고 1인 사무실로 출근을 했다. 근처에 하루 단위로 공간을 빌려주는 곳이 있어 체험을 해보기로 한 것인데 편안한 집 놔두고 버스 타고 찾아가 독방으로 들어가는 내가 참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궁금해 하는 것보다 한 번 경험해 보는 것이 낫지 않은가?

2평 남짓의 아늑한 공간, 문을 열고 책상 앞에 앉으니 저절로 글이 써질 것만 같았다. 출판사에 넘겨야 할 글을 검토하고 요즘 매일 하고 있는 일본어 공부를 했다. 확실히 집에서 뒹굴대지 않고 무언가를 하고 있으니 마음이 편안하다. 하지만 없던 생각이 샘솟고 저절로 글이 써지는 것은 아니다. 책상 앞에 멍하니 앉아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그러면 어떤가? 책상 앞에 멍하니 앉아있는 것도 즐거운 일이니 그 시간도 특별하다.

사람은 몸이 편안하면 무엇인가를 하려 하지 않는다. 운동도 공부도 집밖을 나와야 가능한 일이다. 집에서 운동 좀 해보겠다고 런닝머신을 사면 빨래건조대가 되기 싶고 덤벨을 사면 구석에서 먼지가 수북해지기 쉬우며, 집에서 공부 좀 해보겠다고 책을 펴면 그대로 침대에 누워있는 일이 더 많다. 사람은 몸이 불편하고 긴장되어야 무엇인가를 하려한다. 내가 1인 사무실에 앉아 집중을 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지만 머릿속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던 것은 자발적으로 외로움과 불편함을 택했기 때문이다. 비록 1인 사무실에 있는 것이 내가 상상한 것 만큼 근사하지는 않다는 것도 깨달았지만 이것도 큰 수확이다. (이렇게 몇 달 지내면 우울증이 올 것 같다.) 요즘 개인적인 일로 마음이 뒤숭숭하고 머리가 아팠는데 그 체증이 조금은 내려가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사람은 가끔 혼자있는 시간이 필요한 모양이다.


한 것도 없이 한 해가 지나가는 것 같아 허무한데 이참에 몇 달 계약을 해놓을까? 퇴근하고 2~3시간 이곳에 앉아있다 보면 지금보다는 글도 열심히 쓰고 일본어 공부도 열심히 하지 않을까.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아직 10월이다. 2025년이 두 달이나 남아 있다.

밝을 때 왔는데 벌써 어둡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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