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집을 찾아 나선 이유
2021.05.10. 노박 집에서 작당모의
2021.07.27 - 09.30. 빈집 수배
2021.09.03 - 09.04. 빈집으로 일 벌이기 킥오프
일이 벌어지는 순간은 다소 허망하게 흔한 장면이기 일쑤다. 촌집라이프의 시작 또한 마찬가지. 친구들끼리 모여 술 한 잔씩 걸치며, 사는 얘기, 일 얘기, 아파트 얘기 하다가, 어찌저찌 하고 정신차려 보니 다같이 촌집을 찾아 다니고 있었다. 노박의 아파트 얘기가 발단이다.
건축과 도시, 부동산을 업으로 하는 친구들이 모여 아파트 얘기를 한다. 1년 전 결혼해, 일산 외곽에 신혼집을 마련한 노박이, 부인의 갑작스런 이직으로 인해서 신혼집은 세컨하우스로 사용하며, 평일엔 성남 어머니 댁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세컨하우스를 가진 본인의 현재 생활이 얼마나 근사한지에 대해 설파하며, 한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진 공간으로서 퍼스트하우스가 성립될 수 있는지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가 흘러갔다.
한 사람, 혹은 한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을 담아내기에, 지금 우리의 아파트는 적합할까? 원룸보다 조금 커진 전셋집에 직장인이 된 나의 몸을 잠시 뉘였다가 아침에 다시 거둬 나온다. 결혼을 하며 배우자와 합친 살림살이는, 어쩐지 커진 집 크기보다 더 비대하다. 그래도 신혼 기분에 맞춰 새 가구로 분위기를 만들어 보지만, 아이가 태어난 직후, 집은 커다란 아기방이 되어버린다. 라이프만 남고 스타일은 사라진 집에 대한 불만을 호캉스나 여행으로 풀어도 보지만, 멀리 있는 여행 말고, 가까운 내 진짜 라이프에도 스타일을 담아내고 싶은 욕망은 점점 커진다.
노박은 주말에만 가는 일산 집을 '우리집'이라고 불렀다. 살림살이 없이 본인의 라이프스타일을 구성하는 요소_리클라이너, 다기와 다탁, 운동실, 요가매트, 몇 권의 책들로 구성된 세컨하우스가 우리집이고, 매일 출퇴근하는 성남집은 '엄마집'이다. 절대적인 체류 시간까지 근거로 든다. 집에서 눈 감고 자는 시간 제외, 주4일 4시간씩 보내는 '엄마집'에 비해, 주말 내 일도 하고, 차도 마시고, 산책도 하며 보내는 '우리집' 체류시간이 더 길다고 한다. 어쩐지 설득된다.
1년 전, 충남 공주시로 이사간 비버는 서울 원룸 월세 가격에 30평대 아파트를 빌려 살고 있다. 학교 다닐 때부터 라이프스타일에 목 매는 습성 상, 좁은 집을 못 견뎌 친구들과 셰어하우스를 만들어 살기도 했다. 공주로 거주지는 옮겼지만, 서울에서의 일들도 계속 돼, 남자친구 집을 매주 오간다. 서울과 공주의 임대료 차이만큼 반비례하여 맛있어진 음식과, 넓어진 생활공간에 만족하며, 서울-공주 두 집 살이 예찬을 늘어놓는다.
그 사이 어딘가에 답이 있을 것 같았다. 건축과 도시에 관련된 일을 하며 '지방소멸'이라는 말에 익숙해진 반면, 실제의 삶은 포화를 넘어 공간이 숫자로 치환되는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고 있다. 소멸의 과정에 남겨진 빈 집들, 빈 공간으로 마음이 모아졌다. 그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우리 먼저 그렇게 살아보자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아파트에 담지 못한 평범하고 완벽한 나의 하루를 찾아 시골로 갔다.
[촌집으로 본격 일 벌이기 시작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