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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RYU 호류 Apr 18. 2023

이래도 안 넘어올 거야?

두려움을 이기고, 휴덕기를 끝내다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없다는 스포츠 경기 시청이나 관람. 이건 핸드볼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어디 가서 핸드볼 팬이라고 하면, 주변에서는 어떻게 핸드볼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궁금해 한다. 그래서 나도 예전의 기록들을 찾아봤다. '우생순'으로 유명한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보며 핸드볼이란 종목을 알았다. 원래부터 여성 스포츠 관련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를 좋아하는데, 이 작품도 굉장히 인상깊게 봤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2008 베이징 올림픽 예선전을 보던 나는 선수들에게 크게 감명받았다.


블로그에 경기 관람 후기를 써놨다. 나도 잊고 있었다.


2008년 봄에서 여름 사이, MBC 예능 <무한도전>에 핸드볼 편이 방송되기도 했다. 출연한 몇 명의 대표팀 선수 중 유난히 눈에 띄는 분이 있었다. 대표팀 막내 김온아 선수라고 한다. 되고 싶은 모습의 인물이라서 자꾸 눈여겨보게 되었다. 그리고 곧 베이징 올림픽이 열렸고 우리나라 대표팀이 값진 동메달을 따냈다. 그 후로도 15년을 훌쩍 넘도록 핸드볼은 내게 특별한 인상으로 남아있었다.




나는 스포츠 경기를 보길 어려워하는 편이었다. 응원하는 팀이나 선수가 있으면 더욱 그랬다. 경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을 지켜보며 심장 쫄깃해지는 걸 못 견뎌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도 감정이입을 심하게 하는 성향은, 각본 없는 드라마인 스포츠 경기에서도 마찬가지로 있었다.


그런데 무슨 용기가 나서일까. 산책을 하며 핸드볼 경기장 앞을 자주 지나다니던 어느 날, 이제 여기서 콘서트만 볼 게 아니라 본래의 목적인 핸드볼 경기를 보러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시즌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 가까운 곳에서 순회경기하는 차례가 오길 기다리며 우선 중계방송부터 봤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15년 만에 핸드볼 경기를 제대로 봤다. 왜 이제서야 봤을까 싶을 정도로 푹 빠져들었다. 스피드와 파워풀한 플레이로 박진감이 넘친다. 핸드볼은 농구보다 몸싸움이 많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 정말 엄청나다. 유니폼 목이 늘어나고 종종 소매가 찢어질 정도로 격렬한 수비 몸싸움에 마음을 졸일 때가 많다. (선수들, 부디 부상 입지 않기를!) 공격권을 가진 팀에서 공을 들고 있는 한 명을 수비하려고 상대편에서 2~3명은 꼭 달라붙는다. 웬만한 경기에서 파울 휘슬이 시도때도 없이 들리는 건 물론이다. 7m 드로우(축구에서의 패널티킥 같은 것), 2분 간 퇴장, 심지어 옐로카드와 레드카드도 나온다. 무리하게 슈팅 시도를 한답시고 1~2초 넘게 한 자리에 머무르지 말고, 몸싸움 붙기 전에 바로바로 공을 넘기는 것도 전략이라는 걸 깨닫는다.


15년 전 핸드볼을 처음 만났을 때 인상 깊이 남았던 바로 그 김온아 선수가 후반전에 투입되었다. 당시에는 신인이었는데 지금은 어느덧 베테랑 선배로서 팀의 정신적 지주가 된 모습에 감회가 새로웠다. 등번호 '9'를 코트 위에서 보니 뭔가 벅차오르고 경건해지고 더욱 초집중하게 되었다. 김온아 선수는 센터백 포지션으로서 어시스트를 많이 해주는 역할을 한다. 내가 느끼기에는 득점보다 어시스트가 더 어려운 것 같다. 빠른 계산을 하고 타이밍을 보며 누구에게 어떻게 무슨 방향으로 공을 줘야 할지 그 짧은 순간에 다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뛰어난 판단력과 순발력으로 어시스트하는 그 움직임을 보면 존경심까지 생긴다. 패시브(의도적으로 공격을 하지 않고 공을 돌리거나, 공격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심판이 패시브 싸인을 들며, 패스 몇 번 안에 슈팅하지 못하면 공격권이 넘어간다)처럼 급박한 상황에선 그냥 직접 슈팅을 하며 세차게 골문을 뚫기도 한다. 점프하거나 달리며 공을 냅다 꽂는 모습이 어찌나 멋있고 대단한지, 해결사란 바로 이런 것이다. 위기의 순간에 잽싸게 빈틈을 포착하여 그 사이로 공을 쏘아 골인하는 장면은 정말 소름이 쫙 돋았다.


긴장하고 조마조마하면서도 첫 생중계 시청을 무사히 마쳤다. 보고 나니 후련했고 아드레날린이 쫙 올라오며 활기가 느껴졌다. 이겨서 더 좋았다. 용기내서 보길 잘했다. 그 후로, 수많은 경기를 시청하고 전국으로 직관을 하러 다니기에 이르렀다. 나도 내가 이렇게 될 줄 몰랐다.




경기 시작 전에는 팀이 다른 선수들끼리도 화기애애하게 인사를 나눈다. 그러다가도, 휘슬이 울리면 눈빛이 싹 변하며 맹수처럼 돌진한다. 동료들에게 파이팅을 외치며 힘을 불어넣고, 환상적인 득점과 선방을 만들어내며 우렁차게 포효하는 장면들이 나를 자꾸만 경기장으로 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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