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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름 Jan 25. 2024

10 결국은 '나'를 찾아서(PBL-프로젝트 수업)

대안학교의 부러운, 특별한 수업들

너는 정말 '너'다워! 축하해. 장하다.
안으로 밖으로 어디로든 체육시간
축하해.
'너'를 찾아서.
그런데, 나는 '날' 찾은걸까?…


방학 중 교사회의, K선생님께서 따끈따끈한 '학사일정과 시간표'를 나눠주신다.

아, 이제 시작이로구나. 새학기.


시간표를 받으면 먼저 내 수업을 체크한다. '국어와 독서' 수업이 어느 요일에 몇 교시에 들었는지 색연필로 쓱싹. 그리고 보니 내 수업말고는 다른 수업은 눈여겨 보질 않았네. 그런데 이젠 다르다. 아이가 대안학교에 다니고부터는 나도 모르게 '학부모 모드'로 변신. 매의 눈은 과목들을 하나 둘 파악한다. 이건 뭐였지? PBL, 공동체? 소명, 신앙베이직스, 자주학, 크리스천 이성교제, 금요일 오후 체육? 궁금증 폭발!


그래서 물어봤다.


A 학부모: K선생님, 바쁘세요? 덜 바쁘심… 저 좀 도와주세요. 글 쓰는데 제가 잘 몰라서 쓸 수가 없어요ㅜㅜ PBL수업은 어떤 거예요?


(4분후, 카톡이 옴. 반나절 후에 올지도 모르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ㅎㅎ K쌤은 좀 바쁜 편이라)


K 선생님: (귀여운 고양이 이모티콘으로 대화를 시작하면서) 사실은, 교육학 - 학습방법 중 하나인데요. 그걸 그냥 아예 교과목명으로 가져온 거구요.


- Project Based Learning(프로젝트 기반 학습)

- Problem Based Learning(문제 중심 학습)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프로젝트' 혹은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그것을 실행 혹은 해결해 나가는 학습이죠. 개인 학습 측면에서도 이게 필요하고, 협동 학습 측면에서도 이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서요. 더군다나 우리는 소규모 학교니깐 협동학습 측면을 더 살릴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하게 되었죠.


A 학부모: 이 수업을 하면서 어떤 점이 제일 좋으셨어요?


K 선생님: 다양한 아이들의 다양한 역량을 볼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어떤 아이는 아이디어를 기가 막히게 잘 내고, 어떤 아이는 ppt를 멋지게 만들어내고. 어떤 아이는 다른 친구가 의견을 내는 것을 무시하지 않고 배려하고 존중하고 칭찬까지 해주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반대로 저도 배우는 게 많았어요.


A 학부모:  혹시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K 선생님


■ [반 프로젝트] - 반 포스터 제작


 : 지난 1, 2학기의 처음은 항상 '팀 프로젝트' 일환으로, [반 프로젝트]를 실시했어요. 새롭게 반이 구성된 만큼~ 반 포스터를 만들어봤거든요. 반 구성원 소개도 넣어야 하고, 급훈도 넣고, 사진도 넣어야 하고~ 그러면서 서로 더 알아가고..ㅋㅋ (그렇게 만든 포스터가 각 교실 앞에 붙어있죠)


포스터를 만들면서도 서로 재미있어 하는 걸 보면서 저도 좋았구요. 포스터 결과물을 다같이 보고 서로 소감도 말하는, 일종의 '품평회'도 하면서 즐거웠어요. 그 후 교실에도 걸어두니~ 아이들 스스로도 자랑하게 되고~ 그들 스스로 만든 거다 보니 '아 이 반은 어떻겠구나'가 확 느껴져서 좋더라구요.

어버이날 프로젝트 키링만들기

■ [어버이날 프로젝트] - 어버이날 선물 준비


 : 1학기 4월 말에는 5월 어버이날을 준비하며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선물을 준비해보면 어떨까 해서~ 키링을 만들어보는 [어버이날 프로젝트]를 했었는요. 놀랐던 게… 막상 자리를 깔아주니 아이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서 놀랐어요. 그저 강압적으로 선물을 준비하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막상 아이들이 자리를 깔아주니 알아서 잘 하더라구요. 이때 느낀 게… 교사 (혹은 부모가) 자리를 마련해주는 게 필요하구나 싶더라구요.


선생님과 카톡을 하면서 너무 설명을 잘해주시고, 또 글투가 재미있어서 k선생님이 ‘책’을 쓰셔야겠다, 싶어서 나중에 같이 공동저자로 작업해 보자고 제안드렸다.(제가 1번으로 신청한거예요!)


아이는 학교 부서 중 ‘문화기획부’다. 레크레이션이나 생일파티, 혹은 체육시간 프로그램을 회의를 통해 짠다. ‘문화’를 ‘기획’하는 아이들은 계획부터 실행까지 참여하며 학교의 ‘행사’들을 주관한다. 아이는 태권도학원에서 했던 레크레이션들을 체육시간에 접목시키며 자랑스워했다.

공모전 그림 열심히 그렸어. 잘했어.

PBL수업에서 영상 공모전에 응모하기도 했는데, 한 달동안 매달려 이야기의 아이디어를 짜고, 아이패드로 등장인물을 그리고, 직접 영상을 찍어 편집해 완성했다. 하필 응모 마지막 날에 우린 한산도 섬에서 노지캠핑 중이었고, 전기가 없어 자동차에 연결해 어렵게 어렵게 공모전 메일 전송 성공!   


이렇게 애쓴 2023 유스카공모전에서 세 명의 친구가 수상을 했다.(아이는 엄청 아쉬워했는데, 내년이 또 있으니까) 그 중의 Y의 영상은 그림도 영상도 내용도 참 좋아서, 몇 번을 보아도 ‘잘했다’ 싶었다. 우리집 둘째는 열 번도 더 보았다는.


대안학교에서 아이들은 자신들이 만들어가는 수업을 통해 ‘자신’을 찾는다. 고민하고 연구하며 때론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으며 고비를 넘기고 어쨌든 끝까지 가 보며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살짝 부족하든 조금 아쉽든, 이루어낸 것들은 그것만으로도 훌륭하다.


아이들 스스로 결국 찾아낸 ‘나’는 흔들리지 않고, 세상 속에서 함께 살아간다. 둥근 너와 세모난 너와 네모난 나를 찾아내고, 서로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하며, 끊임없이 ‘좁지만 선한’ 세계로 걸어 들어간다. 그 세계는 오히려 모험같아서 생각만큼 팍팍하진 않다. 오히려 신선하고 예상치 않게 즐거울 때가 더 많다. ‘나’를 찾고 나면 일단 지난 후회나 쓸데없는 고민은 사라지니까. 그래서 아직도 나를 찾고 있는 나는 이 학교가, 이 아이들이 많이 부럽다.



<2023 유스카어워드 공모전>_금상 수상,

고1 Y의  '함께 살아가니까'

https://youtu.be/vL6q0VVru6E?list=PLMa-VCyAkycLWD7Yg47WXA_P8MNHrOp2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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