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입니다

중견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재활기

by 인성미남
나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interior designer)입니다.


독특한 감성과 색채감을 장착하고 한정된 공간(空間) 속을 재해석하여 감탄사가 연신 나오게 만드는 멋진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실내건축(室內建築)의 일루셔니스트(illusionist)입니다.


참으로 있어 보이는 필자의 직업소개 되시겠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쉽고 억울할 정도로 실상은 그러하지 않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라고는 하지만 실은 인테리어 디자인을 기본으로 밥 먹고 사는 1시간 30분의 출근 전쟁과 매일 같이 싸우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경기도민 이 서울특별시로 출근을 하자니 이것저것 걸리는 게 많기도 하다.

좋은 차는 아니지만 직접 운전을 해서 출근을 하자니 주유비도 꽤나 부담이고 지하철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간과 별 차이가 나지 않아 굳이 졸음운전을 하면서 내차의 내구성을

손상시키면서 까지 자가용 출근은 의미가 없어서 이다.

(물론 사무실 내근 업무 기간뿐이지만 )

요즘 불경기 의 여파인지 건축 경기의 침체 때문인지 예전보다 일감이 많이 줄어든 건 사실이다. 경기가 좋았을 때는 회사의 출근과 퇴근의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다.

클라이언트 와 상담을 시간별로 하고 상담을 근거로 현장을 실측하고 주변 환경을 조사하다 보면 하루가 훌쩍 가기 일쑤였다. 한마디로 새벽 별 보고 출근 해서 늦은 밤 별을 보고 퇴근하는 고난의 행군이었으니 어찌 출근과 퇴근의 개념이 있을 수 있을까 싶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의 불만도 없다. 왜냐하면 나는 나의 일을 좋아하고 사랑하니까

천직(天職)이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늘이 내려준 일' 머 대충 뜻을 의역하자면 그렇다. 하늘이 내려준 일이니 얼마나 소중하고

좋은 일일까. 나는 나의 일을 천직이라 여기고 살아왔다. 물론 이 천직 같은 나의 일 때문에

고통받고 힘들어하고 내 삶을 두 동강 내기도 했지만,

번아웃 과 공항장해를 수반한 나름 힘들었던 정신장애를 극복하고 다시금 하늘이 내려준 일에 몰두하고 있다. 다시 일할 수 있고 다시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지천명(知天命)의 타이틀을 무슨 반장 완장 마냥 받아들여야 했던 지금의 나는 없었던 열정도 다시 지펴야 할 때로 알고

열심히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

( 슬프게도 이 나이가 되면 불러주는 곳도 많지 않다 )


최근 일주일 동안 중요한 프로젝트가 생겨서 회사 내에서 프로젝트 수주(受柱)에 대한 적지 않은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반드시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켜야 회사 내에서 나의 입지(立志)도 더 굳건 해 질 거라는

무언의 압박을 고스란히 받으며, 참 열심히 분석하고 공사금액을 산출하여 호기롭게

입찰에 참여했다.

하지만 간절히 계획된 일은 보기 좋게 어긋나 버렸다. 아니 너무 허무하게 끝나 버렸다고

말하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그리 크지 않은 회사 지만 임원직의 직함을 달고 있는 내가

감수해야 할 성적표는 너무 가혹하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다음 일에 대한 마음 정리를 하는 게 당연한데도 이번 프로젝트는

담담하게 받아들일 규모의 프로젝트가 아니었나 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건 어찌 보면 마음 달래기가 아닌가 싶다.

젊은이의 패기와 도전과 응전의 과정을 수 없이 겪으며 버텨낸 자신감 가득한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자부심이 이제는 더는 위로의 자정(自淨) 작용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이다.


"어쩌란 말이냐 그래도 견뎌야지 아무렇지도 않게 견뎌야지

나는 더 이상 실패가 따스한 격려가 되는 젊은 이가 아닌 것을 어쩌란 말이냐"


꼰대스러운 자책감도 루저 같은 남 탓을 할 정도의 아마추어는 아니니 더 열심히 일하는 수밖에 없다는 게 이번 프로젝트의 실패에 대한 나의 자체 평가이다.

누구나 일은 잘할 수 있다. 다만 회사에서 인정받기 위한 기회는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

그 누구도 대신 만들어 줄순 없다.

기회는 찾아오는 게 아니라 애써서 찾아가는 인생의 진리임을 한시도 잊어 서는 안될 것이다.



"나는 기회를 만들어 가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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