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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구오 Jan 20. 2023

프롤로그: 21과 23 사이

  전역과 그 이후. 살면서 처음으로 변화의 기로에 서있는 시점이다.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는 것이 이 시작의 유일한 목적이다. 무엇을 잃어야 나는 그런 내가 될 수 있을까. 내가 가진 가장 깊고 두려운 내면을 남겨보려 한다. 어쩌면 당신의 이야기가 될 수도.


       참 많은 것을 배우는 22살이었다. 꿈에도 생각 못했던 강원도 부대, 그것도 산골짜기 동부전선 GOP에 올라와 힘든 시간을 보냈다. 매순간이 도전이자 고통이었지만, 돌이켜보면 나쁜 경험은 아니었다. 사회에서는 겪을 수 없는 수많은 경험과 감정, 무너지고 쌓아올려지는 관계들을 통해 조금 성장할 수 있었다. 연약했던 팔다리에 살이 좀 붙었고, 상황을 긍정적으로 이해하는 방법도 배웠다. 그 밖에도 셀 수 없이 많은 것이 짧은 시간 동안 바뀌었다. 그러니 길게 보면 내 인생에서 감사한 시간일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영원히 멈춰있을 것 같던 시간도 어느새 흘러, 이렇게 바깥에 나와 한가로이 글을 쓸 수 있는 순간이 돌아왔다. 전역을 앞두고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은 의외로 ‘두려움’이었다. 전역은 그동안 나의 유일한 목표였는데, 그 목표가 한순간 사라져 없어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틀에 박힌 일상과 업무를 핑계 삼아 나의 미래를 잠시 미뤄두고 있었나보다. 전역만 하면 마냥 행복해질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이 순간 새로운 고민이 시작됐다. “나는 어떤 내가 되어야 할까?”


       사람들은 몇 살까지를 어리다고 생각하는가? 이 기준은 ‘평가자가 누구냐’가 아니라, ‘그 평가자의 “현재” 나이가 몇 세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나는 어제까지만 해도 내가 초등학생었던 것 같고, 그 때의 나는 고등학생 정도면 꽤 어른이라고 생각했었다. 지금은? 퉤, 고등학생은 그냥 애기다, 애기. 한순간도 내가 나이 들었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렇지만 이제 어린 나이는 아닌 것 같다고 느낀다. 티비쇼에 나와서 춤추는 아이들은 다 나보다 어리고 순수하다. 더이상 나이를 방패 삼을 수가 없다. 오히려 성숙하지 못한 내 모습을 숨기고 싶어 어쩔 줄을 모른다.


       인지학에서 사람은 7년 주기로 발달한다고 한다. 만 21세의 시기는 성숙한 자아 성장의 마무리 시기다. 만나이가 도입되면서 깨닫게 됐는데, 한국식 나이로는 스물셋인 나는 사실 인지학에서 다뤄지는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었던 것이었다. 상황이 이전과는 달라져가는 이 순간이 나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렇게 각오했다: 변화해야겠다. 일련의 순간들을 지나온 나는 이전의 내가 될 수도 없고, 되고 싶지도 않았다. 흘러가는 대로 두기에는 이 운명의 시기가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뭘 해야 할까, 하는 자체적인 질문에 내게 필요한 것을 떠올렸다. 건강한 정신. 그것이 이 순간 가장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리즈에서 나는 내가 가진 어두운 내면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꺼내보려 한다. 그것을 잃기 위해 이 기록을 남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올해 나는 그 전보다는 나은 내가 되고 싶다. 21과 23 사이에 선 나는, 이제 삶에서의 첫 번째 챕터를 넘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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