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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특허법인BLT Feb 14. 2024

특허침해를 효과적으로 입증하려면

입증책임-특허권 행사의 마지막 걸림돌


보편화된 선행적 IP 전략

많은 기업들이 특허권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다. 특허권은 특허법 제94조에서 선언하는 것처럼, 특허권자는 업으로서 특허발명을 실시할 권리를 독점한다. 시장에서 우월적인 지위를 확보할 수 있는 권리를 독점하게 된다면, 사업을 영위하는데 있어서 많은 어려움과 불확실성에 대한 위험을 상당 부분 제거할 수 있게 된다. 과거에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을 마치고 시장에 공개되기 전에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후행적으로 특허를 출원했다고 한다면, 근래에는 특허 등 IP를 중심으로 먼저 R&D 방향을 설계하고 처음부터 IP 확보를 마치고 기술을 구체화해나가는 선행적인 전략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더 좋은 IP를 확보해서 조금 더 우월한 지위에서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다.



법률에 근거한 특허권자의 보호

특허법 제126조에는 권리침해에 대한 금지청구권을 선언하고 있는데, 특허권자 또는 전용실시권자는 자기의 권리를 침해한 자 또는 침해할 우려가 있는 자에 대하여 그 침해의 금지 또는 예방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침해" 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일반적으로 권리가 침해됐다고 이야기 할 때의 침해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특허권자에게 별도의 허락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특허법 제2조와 제94조에서 규정하는 바와 같이 업으로서(as a business) 특허권이 발생한 발명기술을 실시(practical operating)한다면 침해가 성립한다. 발명기술을 실시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결국 발명기술과의 일치성을 판단하는 법률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고 이와 같은 법률적인 기준은 특허발명의 보호범위는 청구범위에 적혀 있는 사항에 의하여 정하여진다는 특허법 제97조에 규정되어 있는 내용과 연결되어 결국 등록된 특허의 청구범위에 적혀 있는 내용 즉, 발명의 구성을 상대방이 따라하고 있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입증 절차가 남게 된다.



험난한 특허침해 입증 과정

자사의 특허권이 상대방에게 침해되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국내 특허침해 보호 실태를 보면 2020년 1심 선고를 기준으로 특허권자의 승소율이 7%대에 그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패소 이유의 66.7%는 '증거 부족에 의한 침해 불인정'이었다. 한 해에 특허가 20만건 이상 쏟아지고 있고, 그 중에서 평균적으로 절반 정도가 등록된다고 본다면, 10만건 이상의 등록특허가 생겨나고 있다. 통계적으로 본다면, 누군가는 다른 누군가의 특허를 모르고 침해하는 상황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특허권 침해는 업으로서 실시하는 경우에 문제를 삼을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특허권 침해의 공방에 있어서 침해자 즉, 침해를 하고 있다고 피소되는 측은 기업이다. 기업으로서는 침해입증에 대항할 수 있는 많은 카드가 있다. 법원이나 특허권자가 요구하는 사업자료는 기업 기밀이기 때문에 또는 외부 공개가 어려운 성격의 자료이기 때문에 제출할 수 없다는 식의 수동적으로 재판을 방해하고 특허침해의 실체를 가리는 많은 일이 발생하고 있다.


국내에서 기업이나 개인이 상대기업의 특허침해를 입증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법원이 판매기간이나 수량, 매출 같은 입증자료 제출을 명령해도 상대가 자료를 조작·은폐할 경우 법원이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보니, 판사가 소송지휘권을 발동해서 명령하거나 압박하더라도 지목된 증거나 데이터가 없다고 끝까지 주장하면 그 이상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현실이다. 이렇다보니 많은 수의 특허침해 소송이 증거불충분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



2019년에 특허법 제126조의2 가 신설되면서, 특허업계에서 특허권자의 무거운 입증책임을 경감할 수 있을 것으로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막상 특허침해소송을 진행해보면 여전히 특허권자들은 동일한 입증책임을 부담하고 있고, 상대방은 여전히 자료가 없다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동조 제1항은 "자기의 구체적 행위태양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으나, 동조 제4항은 "구체적 행위태양을 제시하지 않는 경우에는 법원은 특허권자 또는 전용실시권자가 주장하는 침해행위의 구체적 행위태양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라고 모호하게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판사의 입장에서는 구체적 행위태양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특허침해 사실을 인정할 수도 있고,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선택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판결의 부담이 덜한 방향으로 결론을 회피하는 것이 더 쉬운 선택일 수 밖에 없다. 실제로도 특허법 제126조의2가 도입된지 5년이 지났지만, 현업에서는 구체적 행위태양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특허침해 사실을 인정한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는 언제쯤

국회에서 재논의하는 디스커버리(Discovery: 증거개시) 제도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소송 당사자 양측이 재판에 앞서 미리 증거를 공개하거나 전문가의 현장조사를 통해 증거를 공유하도록 하는 절차다. 미국 등 한국에 비해 지식재산 제도가 앞서 정비되어 있는 국가에서는 일찍부터 를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증거를 감추거나 조작·왜곡한 사실이 드러나면 강력하게 처벌하기 때문에 제도를 시행 중인 미국과 영국, 독일 등에서는 증거를 공유한 소송 당사자 양측이 정식 재판에 들어가기 전에 지식재산권 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인식되며, 디스커버리 단계는 소송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결정적인 요소로 본다.


이러한 디스커버리 절차를 거쳐 실제 판결까지 선고되는 경우는 통계적으로 대략 10% 미만이고, 증거 검토 과정에서 사실관계가 명백히 드러나면서 승소 가능성이 낮은 쪽이 소 취하를 원하거나 합의금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이와 같은 디스커버리 제도가 한국에서도 도입된다면, 특허권을 보유한 권리자에게 지워진 무거운 특허침해 입증책임이 경감되고, 정식 라이센싱 보다는 특허침해를 강행하는 행위를 기업의 경영전략 중 하나로 인식하는 무책임한 일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는 이미 여러 차례 도입이 논의된 바 있고, 2023년 하반기에 재논의가 개시되었다. 이미 한국의 대형 로펌들은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를 준비하고 있고, 2023년 12월에 발행된 입법조사처의 연구보고서는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제시하고 있어서, 근시일내에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



기업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일반적으로 특허권의 효력이 발생하고, 특허침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시점은 시간 간격이 꽤 벌어져있다. 특허권은 출원 시점에서 미래를 향한 선제적인 기술을 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에서 채택되고 제품으로 구체화되고 유의미하게 제품이 판매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이 글을 읽고 있는 기업이나 개인이 특허를 준비하고 있다면, 지금 준비하는 특허는 아마도 빨라야 5년 뒤, 아니면 10년 이상 이후의 시점에야 시장의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현재 이야기 나오고 있는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의 도입 여부에 따라 특허 방향을 다르게 설계할 필요까지는 없어보인다.


다만,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결국 특허침해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특허권이 발생하는 청구범위에 기재된 내용이 그대로 상대방에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특허를 확보하는 입장에서는 가상의 침해자가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침해 입증의 난이도를 낮출 수 있는 방향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고, 동시에 침해 우회 루트를 여러 방면으로 고려하여 우회로를 차단하기 위한 전략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이 필요하다.


특허명세서 작성은 대리인인 특허법인이 담당하지만, 사건을 의뢰한 기업들도 드래프팅 과정에서가상의 침해자를 염두에 둔 청구범위 설정에 참여할 수 있다. 이는 발명이 실제 시장에서 적용될 수 있는 다양한 형태를 예상하고 이를 포괄하는 방식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고객사들도 충분히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특허로 보호하고자 하는 기술이 다양한 제품에 적용될 수 있다면, 그 기술의 각각의 적용 사례를 상세히 기술하여, 장래에 다양한 형태의 제품이나 서비스에서의 사용을 예상하고 대비하는 과정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BLT가 많이 다루는 BM특허 유형들에서도 구성요소를 최소화하거나, 불가피한 경우 물리적으로 구분되는 구성요소는 가급적 피하고 논리적으로 구분되는 구성요소를 중심으로 청구항을 구성한다거나, 하나의 구성요소를 중심으로 기술하는 등의 침해입증이 수월한 방식을 고민하여 채택하고 있다. 잘 설계된 특허청구범위라고 하더라도 침해자 입장에서 침해를 우회하는 루트를 스스로 고민해서 방법을 찾아나가는 딥러닝 기술인 GAN(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과 같은 과정을 거쳐서 특허 권리범위를 고도화하는 과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BLT 칼럼은 BLT 파트너변리사가 작성하며 매주 1회 뉴스레터를 통해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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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유철현 대표 변리사는 서울대 재료공학부를 졸업하고 2007년 44기 변리사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직접 투자하는 ‘엑셀러레이터형’ BLT 특허법률사무소를 시작으로, IT와 BM분야의 전문성을 살려 다양한 기술 기반 기업의 지식재산 및 사업 전략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심의위원과 한국엔젤투자협회 TIPs 사업 심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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