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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수히 Nov 01. 2023

오늘의방

방이 더러워서 공부가 안된다는 공부 못하는 사람들이나 하는 말인 것을 안다. 공부를 못하는 사람이 된 지금의 나는 정말 방 때문에 집중하기가 힘들다. 가뜩이나 뭐 하나에 꽃히면 일에 집중을 못하는 스타일인데 (진짜 공부 못하는 애 같네) 내 방이 마음에 안 들자 책상에 앉아서 책 한 권 읽기가 힘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도서관에서 공부가 잘 됐다는 뜻은 아니다.)


무엇보다 책장이 너무 싫었다. 내 키를 훌쩍 넘기는 커다란 책장 두 개는 내 침대 앞에 서서 나를 우두커니 내려다보았다. 그렇다고 책이 가득 찬 것도 아닌, 잡동사니들로 어지럽혀진 상태라 보는 내내 기분이 언짢았다. 어지러운 내 정신 상태 같달까. 마음이 어지러우면 환경이라도 깔끔해야 하는데. 난 정리를 자주 하는 사람이지 잘하지는 못하는 사람이다. 버리고 치우고 또 버려도 물건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연휴인 김에 동생의 도움을 받아 가구를 이리저리 옮겨 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멀쩡한 가구를 버리는 건 아깝고, 새 것을 사기엔 돈이 없고. 동물의 숲에서도 있는 가구로 어떻게든 집을 꾸미던 솜씨 좀 뽐내봤다. 내가 바라던 이상적인 방은 아니지만 이전보다는 낫다. 과거의 상태에 머무르지 않았다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어느 정도 진정되었다. 혼자서는 스스로를 안정시키기 힘들다면 때로는 가구 배치라도 바꾸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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