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6. 기록은 어떻게 분리되는가?

사건으로 분리되는 경험

by 김밀린

살면서 내가 겪었던 것들을 데이터로 남기는 것을 하나의 숙명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데이터를 삭제하는 것을 굉장히 어려워하는 편이다. 고질적인 성격일 수도 있고 물론 그러면서도 하나의 콘텐츠가 생기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질 때도 있다. 내가 살아온 것을 온전히 바라보는 시각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그러한 순간을 다시 되돌아볼 수 있는 순간들이 있다. 예를 들어 공연에 분위기를 담기 위해 모든 장면을 촬영하며 본질적인 구경을 하지 못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구경을 하더라도 그때의 거리를 기록으로 남겨야 하는 찰나의 순간을 간직하는 것이 옳다고 느껴진다.


반면에 그런 건 있다.


자기 일 생활에 있는 상황들을 기록을 해두면 특정한 순간에 나타나는 재밌는 모먼트를 캐치할 수 있는 가능성 말이다. 그리고 그런 경험의 기록들은 항상 특수성을 띤다. 담기 어려운 것을 담아낸 정보들은 사람들에게 흥미를 유발하고 댓글을 다는 등의 표현을 유도한다. 그래서 기록이라는 과정을 범주의 영향으로 바라본다면 짧게 기록을 남기고 그것을 가공하는 것과 길게 기록을 남기고 재밌는 부분을 잘라내는 기록의 편집이 이뤄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아이러니함을 느낀다. 순간적인 기록을 남기는 것에는 아무런 것이 없지만 막상 길게 기록을 남기는 것에는 사람들의 눈치를 많이 보는 세상 속에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이것은 마치 유튜브가 쉬운 직업처럼 느껴지더라도 오랜 시간의 녹화를 편집하는 수고를 덜어가고,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며 나를 홍보하는 감성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일을 오랫동안 기록하는 것은 올바른 행동일까? 에 대한 궁금적인 호기심에 생각을 재정립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기록을 하는 것이 올바른 가에 대한 물음에 종종 재밌는 사건 사고들이 생기긴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일어날 수 있는 오해와 갈등의 소재가 동시에 잘 생겨나는 사람임을 알고 있다. 재밌는 사건 사고들이 어떤 의미에서는 예상치 못한 일이라는 뜻이 되기도 하며 반대로 내가 저지를 수 있는 실수에 대한 것도 비슷하게 자리매김하기도 한다. 결국에는 기록을 남기는 것은 개인에 대한 자유와 편집 또한 그런 부분이지만 본인의 삶이 개인적으로 바라볼 때 갈등을 일으킬 수 있지 않는 한에서 기록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기록의 순간이 많아지게 되었을 때 결국에는 기록을 다시 재정립하거나 분류해 놓는 일렬의 과정들이 이루어져야 한다. 공공기관에서는 하나의 문서들을 정리해 놓고 정말 중요한 정보들이 아니라면 5년 뒤에 자연스럽게 파쇄되는 과정을 가지고 있다. 이것을 사람 개개인에 대입을 할 순 없지만 파쇄를 하는 과정이 없다면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기록들이 오히려 내가 찾고 싶은 기록들을 제대로 찾지 못하는 과정을 도출시킬 수 있다. (그래서 태그라는 과정이 중요할지도 모른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기록들을 어떤 방식으로는 정립하는 과정이 자신을 만들어내는 과정 중에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것이 또 딱 잘라 정립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예를 들어 그날 있었던 여행을 여행이라는 카테고리에 넣을 수도 있지만 그날 먹을 음식들을 동시에 넣을 수도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그렇기에 기록의 과정이라는 것은 하나의 폴더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태그가 포함된 집합체의 연속이다. 일렬의 과정이 결국 가장 정리하기 좋은 상태는 공간과 시간에 대한 제약을 둔다.


그렇기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스마트 폰은 위치 정보를 동의할 경우 장소에 대한 사진들의 모임과 어떤 날에 무슨 사진을 찍었는지를 가장 기본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어떤 기록이든지 간에 공간과 시간은 공존되기에 시공간 제약이 무조건적으로 이뤄진다. 그러면 무수한 시간과 공간에 대한 것을 생각하며 각 시간과 공간을 기억할 수 있는 하나의 메커니즘으로 만들어두는 것이 기록을 보관하는 것이 편하다. 6월 3일이 화자의 생일인 것처럼, 태그를 공간이나 시간에 특징성을 부여하는 것이 기록을 하는 가장 본질적인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공간에 대한 것은 신체에 대한 자율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에 결국 시간의 흐름을 특정적으로 기억하는 것이 최종적인 경험의 조각이다. 그러한 조각들이 쌓이면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뒤에 그 추억을 찾아보게 된다. 내가 그동안 뭘 했었지에 대한 기억과 함께 말이다. 그럴 때 그 특정한 사건들을 살펴본다면 하나의 기억들을 제대로 찾아보게 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