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 안에 들어가기 싫은 별모양처럼
언어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시간이 난 아주 좋아
긍정도 부정도 없이 음 아주 좋아
서사무엘의 Jazz in My 중 가사
*커버이미지 출처 : bugs.co.kr
음악 속에서 언어는 주로 가사로 표현된다. 가사로부터 자유로운 음악 중 하나는 재즈라고 생각한다. 이런 재즈처럼 가끔씩 특정한 형태에 얽매이고 싶지 않은, 마음대로 표현하고 정의 내리고 싶은 충동 속에서 글을 써본다.
과거부터 블랙베리를 아주 오래 써왔다. 블랙베리가 Blackberry OS를 버리고 Android OS로 바뀌고부터 앱 서랍이 별도로 존재했기 때문에 내 스마트폰의 바탕화면은 항상 아무것도 없게 깔끔한 형태를 유지했다. 그러면서 옆으로 넘겨서 Todoist나 Calendar 같은 위젯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스마트폰 배경화면을 항상 심플하면서도 나에게 최적화된 효율적인 구조로 추구해 왔다.
하지만
내가 잘 쓰지 못하는 것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UX가 바뀌었다. 아주 맘에 들지 않았다. 나는 효율적으로 앱들을 분리하고 묶어주고, 내가 원하는 최적의 경로로 앱을 실행하고, 특히 익숙해졌을 때는 화면을 보지 않고도 바로 켤 수 있는 효율적인 경험을 원했다.
처음 폴더를 생성할 때는 여태까지 해왔던 것처럼 비슷한 성격의 앱들로 구성했다.
생산성, 건강, 메신저 등등..
이것은 앱 보관함을 알게 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앱 보관함은 앱의 카테고리가 자동으로 들어가 있다. 앱이 스토어에 등록하면서 혹은 iOS가 판단한 앱의 카테고리를 그대로 가지고 왔다.
내가 무엇을 원하고 어떤 사용용도를 가지고 있는지는 묻지 않은 채
이게 자연스러웠고 고민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되었다. OS가 분류해 준 비슷한 앱들끼리 뭉쳐있는 게 무엇이 잘 못 되었다고 할 수 있겠는가 :)
어느 날 재즈 음악을 들을 때, 재즈라는 장르에서의 '자기 파괴자'들을 생각하다가
내 현재의 본업은 앱을 만드는 스쿼드에서 그로스매니저 업무를 하고 있다. 이전에도 PMF, LMF 등 다양한 프로젝트들에서 프로덕트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하였고, 이커머스에서도 매출을 내는 일을 해왔는데, 그때마다 해오던 이야기는 "우리가 자랑하고 싶은 것 말고, 사용자가 원하는 것들 중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가치에 대해서 집중하고 얘기하기 시작해 보자"였다.
그런데 막상 내 바탕화면에 깔려있는 앱들은 그렇지 않네? Todoist는 생산성 앱으로 카테고리가 분류되어 있지만 나에게는 Pomodoro 역할도 하고, 메모장 역할도 하고, 로드맵을 그리는 역할도 한다. 모두 '생산성'으로 퉁칠 수 있지만, 그 생산성이 궁극적으로 나에게 무슨 역할을 하고 어떤 가치를 주는지는 정의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내가 가진 앱들을 하나씩 다 보았다. 정말 다양하면서 더 이상 안 쓰는 앱들도 많았다.
방향을 두 가지로 나누어서 정리했다.
- 안 쓰는 앱들은 눈에 안 보이게 하기 (홈화면에서만 삭제)
- 잘 쓰는 앱들은 나에게 맞춰 분류하기
아래는 내가 앱을 어떻게 분류하고 정의하는지 줄글로 써보았다.
노션이나 옵시디언, 메모, 굿노트, Chat GPT 등이 들어가 있다. 흔히 생산성으로 불리는 앱들이겠지만, 나는 이 앱들을 통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옵시디언으로 세컨드 브레인을 만든다거나, 노션으로 간단한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고, chat GPT를 활용해서 시간을 많이 단축할 수 있다.
이렇게 이 앱들은 무엇인가 할 수 있게 해 주고 더 잘 활용해야 하는 존재이유를 가졌기 때문에
말 그대로 연료이다. 연소작용을 하기 위한 연료들. 이 안에는 주로 업무관련한 것들이 있다. 식권대장, Flex, Google Sheet, 리멤버, Jira, Testflight 등
근로소득을 얻기 위한 연료 정도로 가치를 부여했다.
내 소중한 순간들을 기록해 주는 곳이다. 저장하게끔 해주는 카메라와 보관소 역할을 하는 갤러리, 타임스탬프 앱이 있다.
내 삶을 편하게 해주는 앱들이다. 특히 스마트홈 관련된 앱들을 통해 일상에서 많은 효율과 편함을 가져오는데, 구글 홈이나 애플 홈, iOT 앱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주로 운동 관련 앱이다. 항상 에너지 있으면서 뾰족함을 잃지 않는 태도를 가지기 위해 노력하는데, 그를 위한 운동&건강 앱들이 있다. 애플워치나 나이키런, 인바디 등
캡처할 때는 메신저였는데 글을 쓰면서 바꿨다.
'최소한의 사회화' 나에게 메신저들은 딱 이 정도의 역할이며 가치를 한다.
네비, 길 찾기 앱들이다. 항상 정해진 길들(차로 갈 수 있는 곳은 도로가 깔려있는 곳들 뿐이니까...) 중 아주 조금이라도 더 최적화된 길을 찾아주는 게 네비의 역할이고 내가 할 수 있는 Way Making의 전부이지만, 더 주도적으로 내가 가고 싶은 길을 찾고 만들어가고 싶다는 의지를 담았다. 현재의 가치보다는 기대가치를 이름으로 한 셈이다.
가끔 히로인처럼 등장하는 앱이다. 사용빈도가 높지 않지만 아주 가끔 유용하게 쓰이는 유틸들의 집합과 비슷한 느낌이다. 계산기, 나침반 등이 있고 Alt Server라는 앱이 있다.
이 Alt server라는 앱은 폴더이름과 정말 잘 맞는다. 이 앱은 듀얼 앱을 사용하기 위해 개발자용 앱을 허용하게끔 해주는 유틸 앱인데, 7일마다 PC와 연결 후 Refresh 해줘야 한다. 리텐션이 7일에 한번 발생하는 것이지만, Refresh를 못하면 해당 앱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어 아주 불편하다. 이번 주말도 해당 앱을 Refresh 하는 것을 놓쳐 듀얼카톡을 사용 못 하고 있다 :)
가끔씩 히어로이면서 자주 쓸 필요 없는 앱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Web Surfing을 도와주는 앱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웹서핑의 시간들이 괴로운 시간으로 여겨졌다. 너무 많은 정보의 바다에서 서핑을 하는 것이 아닌 표류하는 것 같이 느껴져서 충격이었다. 마치 탈출구가 없고 말라죽어가고 있는 무인도에 있다는 것을 외면한 채 바다로 둘러싸인 주변을 보며 좋아하는 모습과 같았다.
그럼에도 순간의 도파민을 위해 Web surfing을 끊지 못하고 계속하는 것을 인지한 뒤로 폴더 이름을 이렇게 지어봤다. 웹서핑이 내게 주는 가치와 최대한 지양하자는 의지를 함축한 채로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이 앱들은 무엇에 쓰이고, 나에게 왜 필요한지에 대한 정리와 정의가 되었다. 단순하게 앱의 사용용도를 앱 메이커와 OS가 정하는 것이 아닌 내가 이 앱을 활용하여 어떤 가치를 만들고 있는지, 더 나아가 어떻게 가치를 창출하고 싶은지까지
가끔씩 우리는 헷갈린다. 우리가 사용자에게 가치를 주고 싶고 그 가치는 'A'라고 정의하며 우리가 사용자의 결핍을 해소시켜 줄 '그' 가치를 일방적으로 만들어 제공하기도 한다. 위 문장을 알면서도 자주 실수 하고 뭐가 100% 옳은 방향이라고 주장하기도 망설인다. 뭐 정답은 없겠지만 :)
그러고 나니 내가 만드는 서비스는 어떻게 정의되면 좋을까?라는 고민으로 이어졌다.
단순한 수면측정 유틸이 아닌, 개선을 확인할 수 있게끔 객관적인 정보와 함께 주관적인 사용자의 감정도 공유할 수 있는 그런 '동반자', '친구'와 같은 앱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최근의 생각이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 것과 같은 이치일지 모르지만, 만들어져 있는 폴더 중 적합한 폴더가 없을 수도 있고, 아직 분류하지 못했거나, 의도적으로 하지 않는 것일 수 있다. 특별해서일지 전혀 특별하지 않아서일지... 이 대답을 사용자들에게 듣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다른 사용자들도 우리 앱에 대한 존재이유와 기대가치를 명확히 하고 주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끔 서로 생각이 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