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경험들 그리고 성공의 기준에 대한 일기
내가 실수한 게 있다면
나 조차도 이게 처음일 뿐
Dok2의 Che' Nobe (Behind The Scenes) 중 가사
노래를 듣다 생각난 것이 '마시멜로 챌린지'이다.
이전글에서도 언급했었던 Paul이 알려준 미니게임 같은 것이다.
마시멜로 챌린지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던 마시멜로 이야기 (기다리면 1개가 2개로 늘어나는 '인내심'을 얘기하는 마시멜로 이야기) 와는 조금 다르다. 아니 다르기보다 완전 반대일 수 있다.
마시멜로 챌린지에 대한 이야기는 이 링크에서 볼 수 있으며
짧게 얘기하면 스파게티 면을 가지고 가장 높게 탑을 쌓고 마무리로 마시멜로를 올려놓으면 끝나는 게임이며, 가장 높이 쌓으면 이기는 게임이다.
이 챌린지의 결론에 대한 나의 해석은 "많이 실패해 본 팀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스파게티 면을 잘 다루는 요리사나 파스타 회사의 사장, 변호사들도 아닌 '많이 실패하면서도 목표를 잃지 않고 실험하는' 아이들이 탑을 더 잘 쌓는다.
위 게임에 참여한 참가자들뿐 아니라 비즈니스, 스포츠, 투자 등등 모든 영역에서, 심지어 일상 속에서 그 누구도 '실패'를 원하지 않는다. '성공'과 '실패'의 두 가지 결과만 있다면 모두가 '성공'을 택할 것이다.
하지만 마시멜로 챌린지에서의 빠른 실패는 모두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빠르고 더 많은 시도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인과관계이고, 그를 통해서 배우는 것들을 다시 탑을 쌓으며 적용하는 것이다.
그러면 다시 얘기해 보자
'빠른 시도' 그리고 다양한 레슨런을 하려면 성공이 많았을까? 실패가 많았을까?
그래서 나는 빠른 실패를 해야 하고, 그 실패가 가져오는 결과는 크기와 무게가 가벼워지게끔 만드는 것이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초반에 언급했듯, '실패'를 하려고 실험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주 간단하고 예상되는 결과가 명확함에도 작은 성공을 기대하는 게 인간의 자연스러운 심리이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5년 전까지만 해도 이왕 하는 거라면 작게라도 성공하고 실패를 최대한 안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이 생각이 바뀐 것은 '성공의 기준'을 단순한 숫자와의 성공이 아닌 '레슨런' 그리고 '인사이트'로 바꾼 뒤부터는 실패가 성공이 되었다.
그래서 내가 실패한 일들을 정리해 보기로 했다. 말 그대로 실패일기를 써보았다.
- 당시의 목표
: 어렸을 때부터 여행을 좋아해서 외국어와 지역학을 전공했고, '가이드'라는 직업에 흥미가 있었기 때문에 여행사를 다니며 여행에 관한 로망을 실현하고 싶었음
- 결과
: 막상 내가 직접 여행을 하진 못 했고 손님들을 보내주기만 했으며, 상품 기획 또한 정해진 틀 안에서만 진행했음
- 얻은 것
: 크고 작은 성과들은 있었겠지만, 궁극적으로 내가 원했던 로망을 채워주진 못 하는 결과로 마무리되었다. 고객응대과정에서 경찰이 와서 신원확인도 해보는 버라이어티 한 일들을 겪기도 했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이라는 클리셰 속에서 타협하는 방법을 잘 몰랐다. 이 둘을 구분하고 조율하는 법을 배웠던 경험이다.
- 당시의 목표
: 여행사에서 상품운영을 하며 마케팅에 대한 니즈가 있었음. 빠른 성장을 위해 광고대행사에 들어가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마케팅 영역에서의 성장을 기대하였음
- 상황
: 인턴->정규직 전환 PT의 주선정을 할 때 'Google Analytics' 도입을 제안하였다. 고객사들 중 일부가 원하기 시작했고 고도화된 마케팅을 위해 필수라고 생각했다.
- 결과
: PT 주제선정에는 실패하였고, 다른 PT 주제로 통과하여 전환되었지만 바로 퇴사하였다. 이때 해당 주제는 3년 뒤 승진 PT에서 다루라는 대답을 들었음
- 얻은 것
: 그 당시에는 필수라고 보였고 우리가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기술스택이었고 이것을 3년 뒤에 하라는 말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면 그 당시 결정권자는 최선의 결정을 내렸을 것이고 부족했던 것은 상사가 아니라 내가 설득하는 근거와 능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덕분에 이 경험을 통해서 데이터 드리븐 마케팅에 더 빠져들게 되었고 데이터 커리어의 시작점이 되었다.
- 당시의 목표
: 축구심판을 하며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체력테스트에 통과하는 것.
- 상황
: 평소 오래 달리기나 축구에서의 체력에서는 항상 자신 있었고, 몇 년간 통과했던 시험이기에 큰 걱정이 없었다.
- 결과
: 여러 바퀴를 도는 인터벌 테스트 중 마지막 한 바퀴를 남기고 포기했다. '탈락'이 아닌 '포기'
- 얻은 것
: 정말 많이 낙심했던 시기였다. 체력이 안되면 정신력으로라도 버티던 나였는데 마지막 바퀴를 앞두고 탈락도 아니고 포기를 했다는 것에 많이 실망하였다. 그 순간 정말 많이 고민하면서 과거와 다르게 신경 써야 할 일들과 책임져야 할 일들이 생각나면서 한계를 넘어서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포기했고, 멘털 회복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당시에 얻은 것은 욕심에 대한 절제였다. 우선순위는 매 순간마다 바뀌고 우선순위가 낮아졌음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노력을 덜 했었고 간절함도 작았음을 인지하지 못 한채 모든 것을 다 잘하려는 욕심을 부린 경험이었다.
이걸 보면서 어떻게 실패일기냐고 물을 수 있다. 그럼 성공이다.
어쨌든 내가 기록한 것은 실패일기이고 독자의 프레임이 조금이라도 바뀌지 않았다면 이 글 또한 또 한 번의 실패이다.
결국엔 성공처럼 여겨질 작은 실패 하나가 추가된 것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