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휘인 Dec 20. 2021

4화... 너희들을 만나다

역시 친목 도모는 19금으로!



얼마 전 누군가가 나에게 물었다. 


"자주 만나는 그 친구들은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에요?"


그날은 아마도 나의 친구들이 너무나 친 해 보이니 사회에서 만난 사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하며 어릴 적 친구들일 것이라고 추측하며 나에게 물어본 말일 것이다. 누구나 아이들 학교에서 만난 엄마들이 사회적인 친구가 아닌 진정 우정을 나누는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이유는 전에도 말했듯이 교실에서 내 아이가 돋보여야 하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보다 우선 내 아이가 중요하고, 사회의 '체면'치레를 해야 하는 사이로 만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운의 77'(여기서 밝히지만 우리 모임의 이름이다. 이유는 잠시 후에 밝힐 예정이다.)은 우선 아이들과는 별개로 엄마들끼리 중창단에서 만나서 아이들을 모르는 상태에서 만났다. 딸인지 아들인지 심지어 몇 학년인지도 모른 채로 만났기에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서 경쟁 없이 만났을지 모른다. 우리는 총 4명의 멤버인데 사랑스럽고 예쁜 내 친구들 슈, 주주, 제로를 여기서 소개를 시작해 보려 한다.


<슈>

우리 모임에서 제일 맏언니 같은 슈는 중창단에서 분위기 메이커였다. 재미있는 인사와 친화력 돋는 개그로 나도 슈와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세련된 스타일의 옷을 입고 긴 머리를 우아하게 넘기는 슈는 이야기할 때 애교 섞인 말투로 "부끄럽지만 제가 해볼게요."라며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11살 아들을 키우는 엄마였는데 나중에 들으니 아들도 반에서 반장이었다고 한다. 분명 엄마를 닮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슈는 우리가 친해지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것은 바로바로 19금 토크!!!! 

중창 무대를 마치고 뒤풀이로 조금 친해진 몇몇 엄마들이 모여 일본 선술집에 갔었는데 그곳에서 옆 테이블에서 혹시나 들을까 걱정되는 그런 19금 토크를 스스럼없이 꺼내자 그곳의 분위기는 깔깔깔 웃으며 진정한 아줌마들의 토크로 이어졌다. 내 성격을 미리 말했던 것 같이 나는 그 자리에서 귀동냥하며 함께 웃으며 내 이야 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그날 이후로 슈에 대한 친밀도가 상당히 올라갔다. 그리고 그날 슈는 남편들은 이것저것 다 잘 모르기 때문에 하나하나 아들 가르치듯이 다 알려주어야 한다고 이야기했었는데 그 말에 아주 깊이 공감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날 이후 슈는 학교 선생님으로 모든 것에 박학다식하며 만나는 사람들이 교장선생님부터 중학교 학생들까지 스펙트럼이 넓어 다양한 간접 경험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주주>

완전 행동파 주주는 중창단 연습할 때 드립 커피를 챙겨 와 멤버들에게 나눠주기도 했고 어떤 날은 집에서 손수 김밥을 싸서 우리들에게 나눠 주기도 했다. 그래서 지난번 식당 에피소드에서 이야기한 총무가 주주다. 친화력 갑이여서 식당 사장님과 금방 말도 트는 그런 주주다. 우리가 친해지고 여행을 갈 때마다 비행기나 호텔 예약 등은 거의 주주가 도 맡아하며 엄청 빠르고 정확하게 검색한 후 예매해 준다. 또한 우리는 몇 년 뒤에 유럽 여행을 가자며 돈을 모으고 있는데 이 돈 관리 또한 꼼꼼한 주주가 하고 있다.  주주는 친구가 마음 아파하는 일이 있으면 푸근하게 안아주면서 같이 아파해 주고 흥이 나면 현진영 고! 진영 고! 를 외치며 팔다리를 흔들며 춤을 추기도 해서 주주를 보며 진짜 많이 웃는다. 

지난 주말에 우리 네 명이서 여행을 다녀왔는데 다 씻고 편하게 잠옷 입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캐롤을 듣는데 주주가 "아 너무 감사하다. 너희가 있어 너무 감사해. 고마워 친구들~"이라며 눈물을 뚝뚝 떨구기도 한하는 감성어린 친구다. 어쩌다 맛난 음식점을 다녀오면 우리도 꼭 가야 한다면서 데리고 가 맛난 음식을 사주는 정 많은 친구다. 

주주는 지금은 고등학생이 되었지만 그 당시 슈와 같은 11살 딸을 키우는 엄마였는데 말괄량이 딸과 들로 산으로 잘 놀러 다니는 엄마였다.



<제로>

제로는 첫인상에서부터 나와 결이 비슷한 친구일 것이라는 느낌이 왔다. 2화에서 말했듯이 주주의 생일날 조용히 케이크를 꺼낸 사람이 제로였다. 제로와 주주는 아이들이 나이와 성별이 달랐지만 77년생 엄마 둘이 친해져서 이렇게 초등학교도 같이 보내며 우정을 나누고 있던 사이였다. 

제로는 나와 같은 10살 아이를 키우는 엄마였는데 나는 딸을, 제로는 아들을 키우고 있었다.  아이들이 같은 학년이라 학교 행사에서 몇 번 봤다고 중창단 시작할 때 제일 먼저 말을 해 본 사람이다. 제로는 아내로서도 엄마로서도 커리어 우먼으로서도 아주 잘 해내고 싶어 하는 욕심쟁이 친구지만 우리와 있을 때 제일 배려심이 많고 이야기도 잘 들어주고 따뜻함을 간직한 친구다. 호텔 다이아몬드 티어가 있는 친구라서 우리가 여행 갈 때면 숙소 걱정 없게 해주는 든든한 친구이고 3년 전 다이어트 성공으로 나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외모를 갖게 된 제로다. 건축 설계사인 제로네 회사에서 설계한 바다가 보이는 카페도 가고 이곳 저곳 여행도 다니고 같이 운동도 하며 많은 일을 제로와 함께 해 보았다.


이렇게 우리는 77년 생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행운의 77'이라고 모임을 만들어 종종 모이기 시작했다. 우리가 동네가 같은 사람들도 아니었다. 같은 경기도에 살기는 했지만 주주랑 제로만 같은 A시였고 슈는 B시 나는 C시로 다른 도시에 살면서 D시에 있는 초등학교에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몇번의 식사 모임 후 '행운의 77"과 같이 중창했던 언니 1명이 함께 1박 2일로 스키장을 가기로 한 날이었다. 주주가 예약하고 여행 전날 부슬부슬 비가 내려 스키를 못 탈 것 같긴 했지만 못 타면 그날 1박 2일 놀자며 아이들 방과 후에 데리고 출발했는데 도착하니 설질이 괜찮아서 스키를 탈 수 있었다. 그랬더니 슈가


"역시! 우리는 행운의 77이라 이런 행운도 있다!"며 우리의 모임을 '행운의 77'로 만들었다.~^^

2016년 12월의 그날 엄마들도 엄마들끼리 잘 놀았지만 아이들도 10살 2명,  11살 3명이서 사이좋게 잘도 놀았다. 



어제 일요일 오후 4시에 속초로 가족 여행을 다녀온 슈가 톡을 보냈다.

"속초에서 멋진 풍경을 보며 마신 커피가 너희들과 마시지 못해서 나를 채우지 못했어. 지금 커피 마실 수 있는 사람?"


당연히 응답하고 바로 커피를 마시러 나갔더니 술빵을 좋아하는 내게 속초중앙시장의 술빵을 사 왔다며 준다. 그 멀리 가족 여행을 다녀오면서도 친구들 생각나 하나씩 사온 슈의 그 마음에 감사함을 느끼며 나는 또 조금 더 따뜻한 사람이 되어 간다. 

지금도 이렇게 포숑포숑한 술빵을 먹으며 이렇게 글을 쓰니 글이 더 달큼해지고 잘 써지는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3화... 낯설지만 축하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