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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하 Jan 05. 2023

교토 1 - D&Department Kyoto

엄마의 스페셜 반상과 안미츠

코로나 이후 첫 해외여행이다. 2018년 오사카 여행 중 잠시 들렸던 교토. 비록 비가 왔었지만 좋은 기억만 가득했다. 하루만 있을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운 2018년 마츠리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서 JR선 하루카 열차를 탄다. 벚꽃과 헬로키티가 어우러진 열차를 타고 1시간 반의 교토. 지난날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3박 4일 동안 곳곳을 경험할 예정이다.

큐티 그 자체인 하루카열차

오늘은 월요일이다. 첫 방문할 곳은 D&Department Kyoto. 도쿄, 오키나와, 교토 그리고 서울에도 하나의 매장을 두고 있는 라이프스타일 매장이다.  특히 교토의 매장은 교토와 관련 없는 상품은 판매하지 않고 철저히 현지화되어있다. 매장 바로 옆은 교토의 식재료를 사용하는 식당 D&Department Kyoto 食堂(쇼쿠도 : 식당). 교토의 첫 식사로 손색이 없었다.  Mother’s spacial이라는 おばんざい(오반자이 : 교토의 반찬) 정식이 유명하다.

오후 4시. 점심시간이 한참 지나서 방문했는지 손님은 두 테이블뿐이었다. 무척 친절하신 할머니께서 우리를 반겨주셨다. 메뉴판에 한글은 없지만, 사진이 있기에 무난히 주문할 수 있었다. 정식, 디저트, 카레, 라멘, 술, 교토답게 각종 절임류까지 다양한 메뉴가 있었지만 우리의 주문은 정식. 사진을 가리키며 このメニューを2つお願いします(이 메뉴 두 개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크림커피로 보이는 디저트와 안미츠(삶은 팥과 각종 과일 및 깍둑썰기를 한 우뭇가사리 묵, 떡, 꿀, 아이스크림 등을 얹은 일본 음식)를 주문했다.

친절하신 할머니는 미소로 화답해 주셨다. 물론 알아듣진 못하였다. 기쁘고 죄송했다. 방문하고 알게 된 사실인데, 내일부터 연말휴일이라 매장을 닫는다고 한다. 시작이 좋다.

평소에는 손님이 많아 조기마감을 하기도 한다. 크리스마스가 지난 비수기라 그런지 식당은 무척 조용하다. 몇 없는 손님은 묵묵히 식사에 집중하고 있다. 다다미석이지만 다리가 짧은 의자가 있어 불편하지 않았다. 세심한 디테일이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우리가 주문한 정식이 나왔다. 메인으로 보이는 닭 허벅지 살을 이용한 조림, 튀긴 양념두부, 겨울시금치절임, 유자풍미의 맑은 버섯국, 작은 멸치가 올라간 백미밥. 심플한 구성. 일본은 밥 짓기에 진심이구나 싶다. 쌀 씻기에 심혈을 기울인 듯, 군내 하나 없는 밥으로 온전히 쌀 맛에 집중할 수 있었다.

다시마 육수로 맛을 낸 버섯국에는 만가닥버섯이 들어있었다. 국에 떠 있는 한 조각의 유자껍질은 심심할 수 있는 국에 개성을 더해주었다. 미스터 요리왕에는 유자국이라는 요리가 등장한다. 다시마육수에 국수가락처럼 길게 자른 유자껍질을 넣은 국인데, 매체로 접했을 땐 갸우뚱했지만 이렇게 경험해보니 무척 어울렸다. 한 그릇의 국, 거부감 없는 이국(異國)의 향에 새삼 여행이 시작됐음을 실감했다.


크림이 올라간 커피, 아인슈페너쯤으로 생각하고 주문한 메뉴는 알고 보니 커피젤리였다. 초능력 소년이 주인공인 ‘사이키 쿠스오의 재난’에 나오는 그 메뉴.

여기서 커피젤리를 만날 줄이야...

무척 재밌게 본 작품이라, 작중 보았던 메뉴가 나오자 폭소가 터졌다. ‘이거 그거잖아 그거~!!’ 만화를 실체화시키다니, 역시 시작이 좋군.

드디어 만난 본토의 안미츠

안미츠는 국내에서 파는 곳이 무척 드물다. 강릉에서 먹은 안미츠는 입에 맞지 않았다. 일본에선 대중적 메뉴지만 첫 식당에서 발견하게 될 줄 몰랐다. 구성이 무척 달 것 같지만 중용을 지키듯 적절하게 달다. 곁들여 나온 흑당소스도 깊은 맛이 일품이었다.

너 귀엽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모르는 친구가 우리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무척 일본틱한 친구로군. 모든 식사가 성공적일 순 없겠지만, 우리의 시작 단추는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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