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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하 Nov 01. 2022

홍감자

부서질 듯 부서지지 않는 홍옥의 아이

빨간 감자라니? 올해는 첫 만남을 가지는 아이들이 유독 많다. 나중에 등장할 초당옥수수부터 이제 시작일 뿐이지만 상식을 깨는 비주얼에 호기심이 일었다.

희소성 있는 것에 대한 욕망이 있다. 일종의 독점욕이 아닌가 싶은 미지에 대한 갈망이다. 붉은색, 초록색의 고대미? 자주색의 구황작물? 편견을 지우는 색을 지닌 재료에 대한 로망. 홍감자는 그런 호기심을 일기에 충분했다.

슈퍼 스윗한 해남 초당옥수수

올해 가장 많이 팔린 것은 초당옥수수였다. 예상치 못하였다. 인지도를 과소평가한 것이다. 기대를 전혀 하지 않은 아이가 가장 많이 팔렸다.

반대로 홍감자는 첫 만남 전부터 올해의 메인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빨간 감자? 속살이 고구마처럼 노랗다고? 와 이런 건 모르는 분들이 더 많지 않을까? 판매하는 분들도 적을 것 같아. 이거 이러다가 독점하는 것 아닌가? 실제 4월 S마켓에 판매위탁을 의뢰하였을 때 홍감자 의뢰는 우리가 유일했다. 하지만 그 이후 다시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 이유라도 말해주지… 이메일에서 건방짐이라도 느껴졌나? 재촉 전화를 너무 많이 했나? 서로 좋은 일이라 평화롭게 생각한 내가 순진했다.

해남에서 만난 홍감자는 정말 붉었다. 홍옥이라 부를 만했다. 황토에서 첫 모습을 드러낸 촉촉한 모습. 그래서 더욱 붉었다.

잘라낸 속살도 정말 노랬다. 밤고구마가 따로 없었다. 이건 정말 맛이 궁금해지는군. 단맛이 나면 정말 신기하겠어. 아니 그럼 그냥 고구마잖아… 온갖 생각이 귀성길 내내 떠나질 않았다. 하지만 그 기대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물에 행군 홍감자는 땅에서 갓 나온 특유의 생생함을 잃었다. 오히려 핑크색에 가까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성 있는 비주얼임은 분명했다. 그리고 뭐 맛만 있으면 되지라고 스스로에게 관대해졌다.

갓 쪄낸 홍감자는 무척 포슬포슬했다. 바스러질 정도의 부드러움. 그 때문에 호불호가 명확히 갈릴 듯했다. 난 식감은 오히려 수미감자를 선호한다. 기후와 질병에 강하고 찰지고 씹는 맛의 수미감자. 하지만 호박고구마보다 밤고구마를 선호하는 분들이 계시듯 두루 사랑받을 맛이었다.

하지만 판매자인 내가 그냥 그렇다고 생각해서 그럴까? 판매에 큰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구입자분들은 모두 만족했는데도 불구하고 무언가 초당옥수수 때만큼의 활력이 나지 않았다. 기대보다 못하다는 결론을 내 버린 것이 영향을 미친것이다. 판매자는 자사의 제품에 확신을 가져야 한다. 무엇을 팔든 그것은 진리다. 지나친 확신으로 광기 어린 모습으로 비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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