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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경 Sep 10. 2023

교사 만능주의

학교는 모든 사회 문제의 대안이 된다. 무슨 일이 터지면 학교에 '00 교육'이 들어오고 그 교육을 강화하라는 요구에 맞닥뜨리게 된다. 어느새 학교에 들어온 범교과의 수만 해도 셀 수 없이 많다. 예방교육을 했다는 기록은 그 교육의 진정성과는 상관없이 00 사건이 일어났을 때, 학교에서 00 교육을 제대로 안 했기 때문이라는 핑계나, "00 교육을 해서 할 일을 했다."라는 누군가의 면피가 되어 주기 위해 필요하다. 물론 예방교육은 필요하고 중요하다. 그런데 주먹구구식 면피용 교육은 반드시 몇 시간 이상 확보해야 한다고 떡하니 차리를 차지하여 침투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깊이 있게 학습하도록 설계되어야 할 교육과정을 분절시킨다. 이러한 틈새를 놓치지 않고 찾아오는 각개 기관의 외부 교육 또한 피상적이고 깊이 없는 교육으로 그쳐버리며 어느새 잡다한 교육과정 운영의 집합체가 되고 만다.


교육 기관인 학교의 책임은 실제 교사의 책임으로 명명된다. 도대체 교사의 책임은 어디까지라 불릴까? 언젠가 있을지도 모를 각종 사건 예방에 대한 책임,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한글을 모르고 와도 된다고 하는 한글에 대한 책임, 언제부터 누적되었을지 모를 학력에 대한 책임, 삶 전반에 걸쳐진 생활에 대한 책임, 돌봄과 방과 후, 학교폭력, 이제는 늘봄학교까지, 점점 아이에 대한 무한한 책임으로 확대되어진다.  


아이를 양육하는데 가장 큰 책임은 당연 부모에게 있다. 아이를 잘 보살피고 자라게 하는 것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부모에게 있고, 헌법 정신을 수호하며 국민의 안위와 행복 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사회와 국가도 그 책임을 함께 진다. 학교는 교육 기관이므로 교육 기관인 학교는 당연히 교육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게 맞다. 정규 교육과정 내에 있는 교육에 대한 책임, 학생의 학습권을 지켜줄 의무와 권리가 교사에게 있다. 그러나 학급의 적정한 학생수, 경계성 지능이나 다문화, 추가지도가 필요한 학생들을 위한 별도의 인력 지원이 필수다. 또한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서는 오직 교육에만 전념하고 몰두할 수 있어야 한다. 업무든 민원 처리든 다른 방해 요소가 제거된 채, 오로지 교육만 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학교가 교육기관으로서의 위상은 떨어지고, 내 새끼 지상주의와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비정상의 무법지대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책임은 학교와 교사가 지고 있으니 학부모는 책임을 묻는 게 그들에게 주어진 특권이자 권리가 되어 큰소리를 쳐도 무방하고 뻔뻔하고 당당하게 갑질을 해도 된다는 구조가 만들어져 있다. 그 무책임의 파렴치한 권력은 어디로부터 왔을까? 국가는 이미 교사가 교육에 전념할 권리를 빼앗았고, 교육감을 비롯한 학부모의 표심을 바라는 선출직 기관장이나 정치가, 단체들은 학교를 교육에 전념할 수 없는 각종 요구와 민원이 난무한 장소로 만들었다. 학교폭력예방법을 집행하는데 경찰관도 아닌 교사가 사안처리하고 조서를 써야 하고, 학교 현장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포퓰리즘적 각종 공약과 교육 정책들을 강제로 이행하도록 하여 교육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 학부모에게 허락받고 학생을 참여시켜 그들의 요구를 반영해야 하는 교육 공동체라는 책임 소지가 불분명한 허상을 만들었다. 실제 학교의 학부모회는 학교에 협조적이기보다는 늘 으름장을 놓으며 그들에게 주어진 '삼주체'의 권위를 다양한 방법으로 내세우고 요구한다. 어떤 것도 책임지는 일 없이. 이처럼 무책임의 뻔뻔스럽고 부끄러운 줄 모르는 권력은 조금씩 내어 주며 차근차근 만들어진 것이다. 결국 그렇게 조금씩 내어준 교육 기관의 위상은 이제 추락하다 못해 사멸될 지경에 이르렀다.


책임은 무거운 것이다. 책임을 지라는 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뒤집어 씌우고 살아남겠다는 것이다. 학부모는 교사를 정서 학대로 고소하거나 지도를 문제 삼아 교사에게 책임을 떠밀고, 학교의 관리자는 어느새 면피용 기록물을 찾으며, "그러게, 내가 저번에 이렇게 하라고 분명 지시했다." "왜, 문제를 크게 일으키냐. 사과하고 끝내라."라는 식으로 면책하고 회피한다. 문제를 일으킨 학생은 살기 위해 거짓말로 자신의 행동을 포장하고 합리화한다. 누구 하나 책임을 회피하고 끊임없이 "네 죄를 고하라."라고 괴롭히는 상황에서 끝을 맺기 위해서는 "내가 그랬다. 잘못했다"라고 인정하고 무릎을 꿇어야 끝난다. 일개 교사 만능주의 학교에서 일어나는 비극의 현장이다.  


이러한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교육 공동체가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다할 수 있어야 한다. 면피와 회피를 위해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믿고 협력해야 학교의 위상이 살고, 교육이 살 수 있다. 무엇보다 교사가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공교육정상화 #대한민국교사 #교사만능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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