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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경 Sep 16. 2023

교사 주도성이 없는 학교


새로 도입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학생 주도성을 강조한다. 학생 주도성은 스스로 생각하고 실천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것을 의미한다. 사고하고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동기를 불러일으키고 책임과 성취로 연결된다. 주도성의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여러 부분들의 연결을 필요로 한다. 비판적으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예민성, 근거를 확인하여 발언할 수 있는 논리성, '나 하나쯤이야' 하지 않는 책임 의식, 사고를 유연하게 깊이 있게 가질 수 있는 전문성 등 여러 역량이 연결되어야 가능하며, 21세기 공부가 지향해 나가야 할 방향이라 생각한다. 지구 온난화나 기후 변화 등 지구의 생존을 위협하는 여러 환경 문제가 터져 나오고, 불평등과 불균형의 인간중심 체제에 대한 재고가 떠오르는 이 시대에, 학교 교육의 정체성은 사고의 힘을 키우고 책임 있게 실천하고 포용할 수 있는 '변혁적 역량'을 필요로 하고, 학생의 주도성을 강조한다.


관계란 유기적이며 순환적인 것처럼 주도성을 키우는 교육은 교사 주도성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학교는 교사 주도성을 발현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하향식의 문화와 관료주의적 생태는 여전히 학교의 문화로서 자리 잡고 있으며, 너무나 많은 과업과 교사 한 명이 감당해야 할 책임을 내려 보내고 이를 따라야 하는 체계 안에서 일방적 관계만이 존재하는 곳이 학교이다. 교사주도성이 자리잡기에는 너무나 거리가 먼 체계이다. 이러한 체계 안에서 하물며 교사가 역량을 키우고, 발현하는 것이 가능할까? 비판적으로 문제를 바라본다거나, 근거를 가지고 명확히 따져 본다거나, 교육과 학생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가지고 실천하기에, 교사들은 너무 궁지에 몰려 있다. 악성 민원과 고소로 인해 숱한 공격으로 교사란 직업 때문에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 대부분의 경우 '교육의 열정'이 공격의 원인이 된다. 열정적으로 잘 가르치려는 상황과 맥락에서 " 왜 우리 아이한테만 그러냐", "왜 딴 반은 이렇게 해다는데, 이반만 이렇게 하냐"라는 식의 학부모의 빈정을 사고 공격의 시작이 발생한다. 열심히 안 가르쳤다면, 그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하든 말든 무관심했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다. 설거지하는 사람이 그릇을 깨트린다고 한다. 나서서 설거지하지 않고 내버려 두면 벌어지지 않을 일이다.


교실이 안정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하고, 교사가 주도적으로 교육할 의지와 열정을 다시 회복할 수 있도록 많은 것이 바뀌어야 한다. 현재 상명하달식 공문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반발만 불러일으키는 것을 현장에서 목도한다. 바뀐 고시안을 가지고 학칙 특례를 당장 만들라는 교육부의 공문은 학교 현장의 혼란과 또 다른 일거리만 불러일으켰다. '이 일을 누가 맡을 것인가?' 교장, 교감 책임제로 가는 것인지, 또 다른 인력과 예산을 보완해 주어 학교 현장을 안정화시킬 것인지 명확히 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나마 있는 전담 시간에 순번제로 교사들이 돌아가며 '금쪽이'를 맡게 생겼다. 이런 돌려 막기 방식으로 가는 거라면 공교육은 희망이 없다고 보는 게 맞다. 아무도 설거지를 하지 않을 것이고, 교사 주도성은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요즘에는 교육을 논하는 것도 사치라는 인식이 강하다. 교육을 사랑하고 가치롭게 여기는 교사들은 참으로 안타깝고 비통함을 느낀다. 공교육은 이대로 희망 없이 무너져버릴 것인가.


지금 중요한 것은 체계를 안정화시키는 것이다. 현실에 맞게 '늘봄 학교', '유보 통합' 등 그동안 과잉 요구 되었던 것을 철회하고 지역과 국가가 보육을 책임지어 학교가 교육기관으로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부모 빌런이 악성 민원으로 학교를 쑥대밭 만드는 것을 학폭법 개정, 아동학대법 개정, 악성 민원인 엄벌 조치 등 법 개정과 체제 정비로 막아야 한다. 당연히 필요한 인력과 예산 지원은 필수이다. 기승전-학교의 논리를 버리고, 학교와 교사를 교육을 하는 곳, 교육 전문인력으로 존중하고 그 위상을 지킬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공교육정상화 #교사 #학교 #교사주도성 #학생주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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