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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전원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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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다문 Jun 25. 2021

전원주택 당호 붙이기

-여유 산방(與猶山房)

주말용 전원주택에 ‘여유 산방與猶山房’ 당호를 붙이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집에 이름 붙이는 작업입니다. 양평은 경기도에 위치한 산 좋고 물 맑은 계곡이 수려한 청정지역으로 서울에서 1시간이면 갈 수 있는 인접한 지역입니다.          

용문산과 중원산 소리산 등 깊은 산속에서 흘러내려오는 계곡들이 많아 여름휴가철이면 시원한 그늘과 맑은 물을 찾아 많은 분들이 물놀이 장소로도 즐겨 찾는 주말여행지입니다.           


용문산 중턱 용문사와 백운봉이 마을을 감싸고 윤필암(潤筆庵) 사이에 고려시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상원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필자가 오래전부터 주말이면 휴식처로 자주 찾던 곳이기도 합니다.      

상원사 계곡과 수도골 계곡이 사계절 흐르고 용문산 남쪽 자락에 위치한 마을이 너무 좋아 땅을 사서 전원주택을 짓고 주말용 전원 산방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원 산방은 청정지역이라 건축가의 조언을 얻어 친환경 소나무 핀란드 홍송 원목으로 집을 짓고 잔디정원도 조성하고, 자연스러운 청정공기를 마쉬며 휴식을 위한 생활공간입니다. 평일은 생업을 위해 서울에서 생활하고 주말에 휴식처로 주말 산방을 이용하며 말년에 거처하면서  독서와 글쓰기를 위한 활동공간으로 사용하면 좋을 듯하여 작은 정원을 다듬고 아름다운 꽃과 나무를 심어 주말 산방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주말 산방은 내실과 작업실로 잔디정원과 텃밭이 있고, 정원 군데군데에 적당한 길이의 늘 푸른 소나무와 과일나무 그리고 꽃 종류가 있습니다. 필자가 좋아하는 4 군자(매, 난, 국, 죽)도 있습니다.   

   



필자는 평소에 사물에 붙이는 으로 고유명사인 이름이 의미하는 가치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좋은 이름은 좋은 기운과 에너지를 불러 움직이리라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믿음으로 모든 사물에 그 의미에 맞는 이름을 지어 사용해왔습니다.   

   

필자와 함께 살고 있는 반려 고양이에게 나폴레옹처럼 에너지가 넘치길 바라며  '레옹', 필자의 필명은 세상의 이야기를 담는다는 '담음', 가족인 아내에게 '하니', 아들에게 '싸니', 딸에게 '도를', 그리고 자가 차량에 '비룡' 등 각각에게 지향을 부여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처럼 집도 정체성과 지향을 표현하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블로그를 운영하고 브런치 작가로 글을 쓰면서 우선 집의 이름, 즉 당호를 짓기로 하였습니다. 집에 이름을 짓는다는 게 그동안 이름 없이 집을 사용해도 큰 불편이 없었는데 이름까지 짓는가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집에 어울리는 집 이름과 정원이 있는 전원생활에 관한 글쓰기에 집 이름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전원 산방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려면 이름 있는 집이 훨씬 의미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가끔 이웃과 소통하며 우리 집을 부를 때 어떻게 불러야 할지 어려워한다는 것을 알게 될 때 가장 좋은 방법이 집 이름을 짓는 것이며 집 이름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집의 특성을 살리면서 의미가 통하는 집 이름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배경입니다.

   

당호堂號는 그 집에 살아가는 이의 정체성을 세우고,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자기 선언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자신이 사는 집에 이름을 붙이는 걸 즐겼는가 봅니다. 당호堂號는 건물이나 공간에 부여한 이름으로 지역 명칭과 해당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의 생활신조를 반영하기 때문에 개인의 아호雅號와 일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필자만의 혼자 공간이라면 그렇게 아호나 필명으로 하면 되겠습니다. 하지만 집은 나 혼자만의 공간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하는 공동 공간입니다. 당호에는 당堂, 헌軒, 누樓, 재齋 등이 붙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당호堂號 짓기는 원래 우리가 가지고 있는 걸 찾는 과정이었으나, 그동안 필요성이 부족하여 찾아오는데 10년이나 걸렸습니다. 여러 곳을 찾아 어울리는 이름을 드디어 찾았습니다.  “여유 산방(與猶山房)”이라는 이름 ‘조심조심 여유롭게 세상을 살아가는 집’이라는 뜻입니다.           

여유 산방(與猶山房)은 老子의 도덕경에 있는 글 “與兮若冬涉川, 猶兮若畏四隣”에서 “여(與)”는 동물 이름 코끼리를 상징하고, “유(猶)”는 동물 이름 원숭이를 상징하여 "여(與)함이여, 겨울 냇물을 건너듯이, 유(猶)함이여, 너의 이웃을 두려워하듯이"라는 글귀에서 따온 것으로 정약용 선생이 집 이름을 “여유당(與猶堂)”으로 사용했습니다.      

조심조심 세상을 살아가자는 뜻과 한글 그대로 의미인 머리도, 몸도, 그리고 적당히 아등바등하고, 릴랙스 하며 마음도 여유롭게 쉴 수 있는 산을 끼고 있는 집이라는 뜻이 좋아 ‘여유 산방與猶山房’ 당호로 정했습니다.  

   



당호를 붙이는 작업은 자연과 함께 산을 끼고 있는 주택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대문 옆에 이미 새워져 있는 돌에 붙이기로 했습니다. 돌에 글씨를 새기는 방법은 '石刻(석각)'이라는 작업이 좋을 것 같아 우선 임시로 그 자리에 붓과 페인트로 글을 써 보았습니다. 걱정했듯이 페인트로 쓴 글씨는 한자획이 퍼지고 구분이  선명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대로 미완성의 당호이지만 석각을 새기기 전까지 임시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돌에 글씨 새기는 石刻(석각)'은 좀 더 석각 기술자를 알아본 뒤에 石刻(석각) 작업을 할까 합니다. 당호의 완성된 모습이 궁금하신 독자들을 위해 石刻(석각) 작업 과정은 다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집 이름 "與猶山房(여유 산방)" 페인트 붓글씨 모습


여유 산방與猶山房 이름을 붙이니 나에게 없었던 부족한 것을 채워줄 힘이 생기는 것처럼, 이름의 의미가 보이듯이 희망의 표현이기도 하여 뿌듯한 느낌이 듭니다.     


여유 산방과 함께 일상을 흔들리지도 않으면서, 나 자신의 삶을 살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나를 표현하고 자연 속에서 힐링하며 살고 싶습니다.     


그동안 이름 없이 사용한 무명의 전원 산방에 ‘여유 산방與猶山房’이라는 이름을 짓고 石刻(석각) 새기고 함께 즐겁게 살고 싶습니다. 앞으로 함께 잘 지내 부탁하며'여유 산방' 이름을 불러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여유 산방과 함께 자주 소통하며 이야기를 나누기로 하겠습니다.

모두들 건강하시고 언제나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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