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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ss Pisces Feb 21. 2021

샌프란시스코에서 1년 만에 찾은 내 아지트

Marina 마리나 체스넛 스트리트 Le Marais

고등학교 때 친구들끼리 내 아지트는 어디 어디다 라고 하며 자신만의 개성을 가진 나름 힙한 공간을 은근히 뽐내며 이야기하던 추억이 있다. 특정지역에 언제든 방문해서 나를 찾는 아지트가 있다는 것은 여행자로서의 부유하는 마음을 바로잡고 일상을 함께한다는 안정성의 의미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도시에서 지난 일 년간 샅샅이 돌아다녀도 막상 나의 it 플레이스를 정하기는 어려웠다. 첫 번째 집에서 가까운 필모어는 특별히 끌리는 곳이 없었고, 두 번째 집에서 가까운 포크스트리트는 재미있지만 깨끗하지 않고, 지금 집에서 가까운 페리 빌딩이나 집 주변 스타벅스와 필츠 커피는 뭔가 썰렁하다. 필츠 커피 야외석은 집중하기 괜찮았는데, 모든 커피가 기본적으로 필터 커피에 크림과 설탕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맛을 더하는 커피 자체의 맛은 나에게 최고는 아니었다.


체스넛 스트릿의 la marais는 프랑스식 카페로, 매우 잘 만든 페이스트리와 예쁜 잔에 담아주는 맛있는 커피, 브런치 메뉴도 있는 곳인데, 락다운 이전에 한번 들러 차이 라테를 마신 적이 있다. 메뉴와 분위기 전체가 편안하게 맞았는데 한동안 잊고 있었다.

2020년 상반기 락다운 이전 카페 실내에서의 차이 라테 한잔
북적이던 실내


샌프란시스코 프레시디오 (presidio)는 대규모의 숲으로 과거 군인들이 거주하던 곳인데, 주택들이 많고 거주자들이 있어서 프레시디오 go라는 무료 셔틀을 다운타운까지 운영한다. 내가 거주하는 다운타운에서 퍼시픽 하이츠 까지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때 버스노선은 별로 쾌적하지 않은 곳으로 지나가는데, presido go를 한번 이용해보니 쾌적하고 버스의 느낌도 타는 사람들도 일반 시내를 따라가는 라인처럼 뭔가 척박한 느낌(샌프란시스코에서 자주 느낀 느낌)이 없고 자연친화적이었다. 대중교통을 타고난 다음 느껴지는 피로감이 훨씬 덜했다.


 letterman gallery에서 내려서 체스넛 스트릿 쪽으로 걸어가서 원래는 chestnut street coffee roasters에 들르려고 했는데, 거기는 좌석이 별로 없고 분위기가 어두워서 걷다 보니 다시 la marais와 만나게 되었다. 드립 커피 한잔과 내가 좋아하는 서양배를 쓴 베이커리인 페어 스콘을 시켜서 한 시간 반쯤 앉아서 이것저것 했는데 생산력도 아주 좋은 공간이었고 베이커리와 커피 모두 훌륭했다. 드립 커피가 맛있으면 정말 기분이 좋지 않은가!


생산성과 창의력이 필요한 집중을 하기 위해 자주 들르려고 한다.


스콘 자체는 약간 파삭하고 졸인 배 슬라이스가 풍부하게 들어있어서 잘 어울렸다. 여기서 주택가를 따라 몇 블록을 걸으면 금문교가 바로 보이는 crissy field beach 가 있다. baker beach 보다 잔잔하고 젊은이들이 많다.


마리나 지역은 유독 오래된 느낌도, 최신 건물도 아닌 편안하면서도 깨끗하고 모던하면서도 우아한 느낌을 같이 가지고 있다. 자주 보지만 볼 때마다 반가워하는 palace of fine art에서는 요즘 시기에도 웨딩 촬영이 계속된다.  

한 시간 반 동안 매우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느낌의 장소. 선크림은 잘 바르고 가야겠다.

   

프레시디오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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