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 Yoon Jun 14. 2022

리틀 포레스트

2022.04.30.

 오랜만에 산책에 나섰더니 봄이 왔음이 새삼 실감났다. 논밭에는 찰방찰방 물이  있고, 새순이 빼꼼 고개를 내었다. 하늘은 노란빛 따스한 얼굴. 바람은 선선. 마스크 살짝 내려 맡는 냄새는 분명히 . 풋내를 맡으니 마음이 싱그러워졌다. 가로막는 건물 하나 없이 너른 들판을 둘러보다 문득 벅차올랐다.  나고 자란 곳이 시골임에 무척 감사해졌다. 너르고 생기 있는 땅과 이토록 높고 고운 하늘은 나를 떠나지 않고,  곁에서 평생 나를 위로해줄 것임이 틀림없었다. 최근 <리틀 포레스트> 다시 보았다. 해원의 엄마가 해원을 도시에서 키우지 않은 이유. 해원을 시골에 뿌리내려 키우고 싶다고 했다. 나도 해원처럼 훌쩍 떠나고 싶었다.  도시에서, 높은 건물 아래서 또각또각 살고 싶었다. 그런데 해원도 나도 돌아오고 말았다. 우리의 영혼이 나고 자라 숨쉬는 곳으로. 흙과 나무, 산과 바람, 꽃과 풀잎. 나의 피는 이곳서 생성되었다. 비로소 나는 이들을 쓰고 싶어졌다. 유려하게  풀어내고 싶어졌다.


​​

  유년기. 지렁이. 개구리. 나비.  피리. 앵두 나무. . 산들바람. 벚나무길. 보문단지. 공놀이.  미끄럼틀. 정글짐. 방방. 쫀쫀이. 포도맛 슬러쉬. 수박. 수영장. 도시락. 딸기 캐릭터 소풍가방. 헬로키티 색연필. 합기도. 문방구. 500원짜리 캐러멜. 제티. 200ml 서울우유. 놀토. 깻잎머리. 반짝이풀. 스티커. 머메이드지. 연필 깍지. 모든  말하고 싶다. 내가 이곳에 얼마나 단단히 뿌리내렸는지.  얼마나 굳건히 견딜  있는지.


​​

 나무에 잎사귀가 많을수록 세차게 흔들린다고 했다. 잎과 가지가 없는 앙상한 나무는 흔들리지 않는다고. 나는 울창한 나무. 흔들림은 당연지사. 오늘은 이만 마음이 편해졌다.




작가의 이전글 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