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배는 항구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다

by 조수란

오늘 아침, 밥상에 마주 앉던 딸이 물어본다.


“엄마, 사람은 어떻게 자연과 하나라고 할까? 자연은 자연그대로이고 사람은 사람인데.”


“음, 그건 말이야, 우리가 매일 자연이 주는 공기를 마시고, 햇빛을 받고, 시원한 바람을 맞기도 하고 자연이 주는 과일이랑 야채와 같은 음식을 먹어서가 아닐까?”


“아, 그렇구나. 엄마 땡큐.”


자연이 주는 싱싱한 과일과 채소를 먹으면 우리 몸에 들어와서 소중한 피와 살이 된다. 우리가 보는 배변도 거름이 되어 밭에 뿌리면 채소가 더욱 싱싱해지고 풍부한 영양가를 듬뿍 가지고 자라난다. 사람이 죽어서도 한줌의 재가 되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자연이 없으면 우리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처럼 자연과 우리는 둥그런 원처럼 돌고 돌아서 하나가 되기도 한다.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자연과 하나이고 자연을 닮았다고 하는 이유에서 인 것 같다. 그렇게 매일 자연이 주는 혜택을 받으면서 감사함을 모르고 자연을 파괴하는 삶을 다시 생각하는 순간이다.


갑자기 큰아이가 뜬금없이 말한다.


“엄마, 사실 내가 작곡을 해서 성공하려는 노래장르가 EDM인데 그 노래의 유래가 유럽 쪽에서 먼저 만들어졌어. 나도 앞으로 이런 노래를 만들어 발전하고 싶고, 그 나라에 가서 성공하고 싶어. 한마디로 말하면, 그런 종류의 노래가 맨 처음, 나온 뿌리 깊은 곳으로.”


“그래, 생각을 잘했다. 네 인생의 선택은 네가 하는 거야. 왜냐하면, 아무도 네 인생을 대신해서 살 수 없기 때문이란다. 하늘을 자유롭게 더욱 멀리, 더욱 높게 날려면 꾸준한 노력과 끊임없는 열정과, 정확한 목표가 있어야 한단다. 어느 날, 네가 둥지를 벗어나 스스로 날 수 있을 때에는 한 그루의 나무에서, 전체의 숲을 보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뿌리 깊은 나무도 너를 안아줄 것이고, 네가 앉고 싶은 나무마다 너를 환영할 것이다.”


어릴 때부터 고생과 조금 멀리 지내온 큰애는 둥지안의 새와 다름없다. 주는 먹이를 먹고, 따뜻하고 포근한 삶에 기대다 보니 바깥 세계의 모험을 해보지 못했다. 언젠가는 꿈을 향해 날개 짓을 하여 이 둥지를 떠날 때가 있겠지만, 하늘을 자유롭게 더욱 멀리, 더욱 높게 날기 위하여 우리는 그저 날개를 꼭 붙잡는 대신 펴주고 밀어주는 것뿐이다. 그러니까 원하는 게 있으면 어디에서든 자신감을 잃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자신이 될 수 있도록 지켜보고 응원해주는 게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하고자 하는 열정과 노력과 의지와 초심을 잃어버리지 않고, 주어진 시간을 선물처럼 잘 활용하여, 원하는 꿈이 반드시 이룰 어 질 때까지.


“하아, 고마워. 엄마. 내가 꼭 반드시 성공하여, 엄마가 그 동안 우릴 위해 아끼고 모으면서 사고 싶은 것, 가지고 싶었던 것들을, 소유하지 못해 던 것을 싹 다 해줄게.”


그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작은 딸이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아이고, ㅉㅉ. 오빠님, 말보다 행동이나 먼저 하시지요.”


“넌, 뭐야, 분위기 테러하는 데는 꼭 저렇게 뭐가 있더라.”


그 사이에 내가 끼어들면서 말했다.


“말은 고맙고, 앞으로 돈을 많이 벌면, 나보다 지구반대편의 굶는 아이들에게 기부를 하길 바란다.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닌,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나만 잘 산다고 행복한 게 아니란다. 지구위의 모든 사람들은 평등하고 사랑으로 넘친다. 우리는 항상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매 순간을 소중하게 살아야 해. 내가 지금 살고 있는 환경, 느끼고 있는 감정, 보고 듣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내 자신의 삶이고 세계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내 삶을 올바르게 운전하고 어떻게 잘 경영해나갈 것인가를 항상 고민하여 연구하면서,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내일이 조금 더 발전하였다면 나를 이긴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가 살아가는 세계를 아름답게 만들려면,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고, 아름다운 언어를 사용하고, 올바른 행동으로 내 삶을 가꿔나가는 것이 더욱 좋지 않을까 싶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이들이 학교 가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저녁에 와서 해도 될 토론과 질문을 하필이면, 아침에 해가지고. ㅠㅠ. 우리는 몸을 서로 부딪쳐가면서 부랴부랴 아침 전쟁을 겨우 마쳤다.

큰아이가 먼저 학교에 가고, 작은 아이를 통근버스에 태워다 주는데 며칠 전부터 같은 실수를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그것은, 집 문을 바삐 나서면서 작은 아이의 입에는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마스크를 꼭꼭 착용해주는데, 뭔가 허전한 느낌을 받는 내 입에는 항상 마스크가 없었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실수에, 보다 못한 작은 아이가 말했다.


“엄마, 휴~ 세 살 때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엄마가 딱 그러시네.”


“요게 어디서 맨 날 학교에서 배운 것을 엄마한테 갖다 써먹어.”


“히히히. 농담이야 농담.”


네모난 밥상이든, 네모난 책에서든, 네모난 집에서, 우리는 매일 그렇게 네모난 세계와 모퉁이에서 항상 동그란 지구위의 고민을 함께 해결하고 의문과 질문들로 서로의 생각을 털어놓으면서 둥글둥글하게 살아간다.

이런 말이 있다.


“배가 항구에 있을 때는 안전하지만 그것이 배가 존재하는 이유는 아니다.”


지금 아이들이 우리 곁에 있을 때에는 항상 얼굴을 맞대고 몸을 부대끼고 하면서 깊은 관심과 사랑 속에서 안전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언젠가는 자신들만의, 각자의 꿈을 위해, 삶의 진정한 목적과 이유를 찾아 나서기 위해, 세상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이 모험을 스스로 잘 견뎌내고 이겨내기 위해, 온실안의 화초가 들에 나가 잘 피려면, 부모로서의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항상 고민하고 깊은 생각을 해왔다. 배가 항상 항구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우리도 그 배를 잘 보내기 위하여, 도착 할 목적지를 적극적으로 응원해주고 가다가 구멍이 뚫리거나 파도에 쉽게 휩쓸리지 않도록, 든든한 마음을 받쳐주는 것처럼, 생각의 힘을 키워 주기 위해, 부모로서의 나부터, 공부와 배움으로 자신을 더 한층 업그레이드 시키는 중이다.


내 아이들이 거센 파도와 태풍에 쉽게 무너지지 않고, 흔들리지 않게 하려면, 매일 아이들과 함께 독서하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토론하면서, 서로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자유의 날개를 달아주는 게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마음과 생각의 크기를 조금씩 넓혀가는 것이 지금으로서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배가 항구에서 출발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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