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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필수 Feb 09. 2021

사명(使命), 마음과 영혼이 기뻐하는 일




일생을 바쳐도 되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일을 찾으십시오.

그것은 마음과 영혼이
기뻐하는 일이어야 합니다.

마음도 몸도 피곤하지 않은 일,
이것이 세상에서 해야 할
사명(使命)입니다.


인도의 음유시인이자 명상가인 인드라 초한(Indra Chauhan)의 이 말은 ‘왜 사는가?’에 대한 실천적인 해답을 알려준다. 정말 행복을 느낄 때 우리는 ‘왜 사는가?”라고 질문하지 않는다. ‘이래서 산다.’고 대답한다. 사람은 누구나 ‘일’을 한다. 낮잠을 자든, 여행을 하든.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사람도 어떤 ‘일’인가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일이 기쁘고 즐거워야 행복하다. 그런데 그것이 일시적인 것으로 그치면 안 된다. 그 ‘일’이 삶 전체를 기쁨으로 가득 채워주는 것이어야 삶의 의미에 대해 완전한 대답이 된다.





그러므로 ‘직장’을 찾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사명(使命)’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것은 직장을 구하지 못한 청년들만 아니라, 이미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도 필요한 것이다. 아직 사명을 발견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삶 전체를 놓고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분명한 자신의 사명을 발견해야 한다. ‘사명’은 단지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잘하려는 마음가짐 정도가 아니라 자기 존재의 의미, 삶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경기가 어려워 당장 먹고 살기 급한 마당에 무슨 한가한 소리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일견 맞는 말이다. 기본적인 삶을 위한 경제적 기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자기 생활과 가족부양을 위한 경제활동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거기에서 멈추면 안 된다. 내가 하는 일이 가장 가치 있는 내 삶의 목표와 연결되어 있어야만 매일매일 의미 있고 기쁨에 찬 삶을 살게 되기 때문이다.





1990년으로 기억한다. 내 친구 중 하나가 “나는 아프리카에 가서 농사를 짓는 게 꿈이야.”라고 말했다. “왜 그런 생각을 했니?”라고 물으니, “가난한 아프리카 사람들이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자급자족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싶어서.”라고 대답했다. 정말 진실하고 착한 친구라 마음으로는 응원을 했지만, 동시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정말 대단한 친구야……. 그런데 그 꿈이 이뤄질 수 있을까? 가난한 집안 형편에 자기 생활을 꾸려나가기도 쉽지 않을 텐데…….’



그리고 2015년 9월, 나는 한국 국제협력단(KOICA)과 MP(Millennium Promise)의 글로벌 새마을 사업(SVP; Sustainable Saemaul Village Projects) 공동 워크숍에 초청받아 참석했다. 세네갈, 가나,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말리 등 아프리카 5개국을 담당한 18명의 MP 리더들과 당면한 문제들을 함께 나누고, 앞으로 15년간 진행될 프로젝트 1단계(2017~2021년)의 5개년 계획을 세웠다. 나는 아프리카 지역개발 프로젝트의 교육분과 자문위원을 맡았다. 여기에서 나의 역할은 전 세계 누구에게나 내재된 무한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영성교육(Spiritual Education)으로 ‘새마을 정신’을 업그레이드하여 아프리카 지역개발의 원동력으로 삼는 것이었다.





워크숍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워크숍에 대한 참가자들의 평가는 놀라웠다.

“이 연수에 매우 만족함, 새마을운동의 논리는 완벽했으며 적합한 교육 자료들이 제공되었음.” “이 프로그램은 훌륭한 경험이 되었으며 지역개발을 위한 노력과 새마을운동을 지원하려는 KOICA의 열정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음, 또한 한국에 대해서 많이 터득하게 되었고 프로그램이 완벽하게 구성되고 실행되었음에 매우 만족함, 동 워크숍에 어떠한 결함도 찾을 수 없었으며 참여할 수 있게 초청받은 데 매우 감사함을 느낌” 심지어는 “모든 것이 완벽했으며, 본인이 얼마나 만족스러웠는지 형언할 수 없을 만큼 만족했음.”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워크숍의 성공적인 진행은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로도 나타났다. 이미 워크숍이 진행되는 중에 아프리카 5개국을 대상으로 했던 프로젝트를 10개국으로 확대하여 적용하기로 의견이 모아졌고, MP의 설립 파트너이며 유엔 사무총장 특별자문관인 제프리 삭스(Jeffrey David Sachs)가 유엔총회에서 새마을 프로젝트를 발표하기로 한 것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당시 우리나라 대통령을 포함한 여러 관계자들이 유엔총회에 참석하여 ‘글로벌 새마을운동’을 홍보하면서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에 더 많은 지원을 약속하게 되었다.





이 모든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추진한 것이 바로 25년 전에 “아프리카에 가서 농사를 짓는 게 내 꿈이야.”라고 말했던 친구, 당시 KOICA의 이민호 농업 전문관이다. 그는 경제적으로 몹시 어려운 환경에서도 농생물학을 꾸준히 공부하여 박사학위를 받았고, 농촌진흥청에서 17년간 재직하며 차곡차곡 자신의 꿈을 실현시킬 준비를 해왔다. 그리고 마침내 2015년, 한국국제협력단으로 자리를 옮기자마자 이렇게 큰 성과를 낸 것이다.





불과 5개월 전, 이민호 전문관이 KOICA로 이직하고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나는 그가 농촌진흥청에서의 오랜 경력을 인정받아 훨씬 더 좋은 조건으로 자리를 옮긴 줄 알았다. 그런데 그의 연봉은 농촌진흥청에 있을 때보다 2천5백만 원이 줄었고, 그곳에서 몇 년만 더 근무하면 평생 받을 수 있었던 상당한 금액의 공무원 연금도 포기하고 왔다는 것을 다른 사람을 통해서야 듣게 되었다. 애초부터 자기에게 돌아오는 보상이나 혜택은 그의 관심사가 아니었던 것이다.



내 친구 민호는 나에게 단 한 번도 개인적인 이해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그는 다만 “필수야, 내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일들을 이제는 정말 할 수 있게 됐어. 내가 가장 믿고 사랑하는 친구인 네가 내 꿈의 동반자가 되어줄 수 있겠니?”라고 했을 뿐이다. 밤낮없이 해야 하는 문서작업, 에볼라 바이러스나 내전의 위험한 상황, 척박한 아프리카의 환경, 장기간의 출장도 그에게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아프리카를 돕겠다는 자신의 사명과 하나가 되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휴대폰에 이상한 전화번호가 떴다. ‘이게 뭐지?’하고 받아 보니 아프리카 가나에서 활동 중인 민호였다. “앞으로 아프리카 지역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는데, 아프리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헌신적인 정신교육 전문가가 필요해.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인 네가 도와줄 수 있겠니?” 밑도 끝도 없는 질문이었다. 시간이나 비용은 생각할 틈도 없이 답변을 해야 했다. "그래, 같이 한 번 해보자!"



참 감사했다. 진실한 마음은 위대한 마음과 깊이 교감되는 것이었다. 덕분에 나는 아프리카 지역개발 프로젝트 워크숍에 참여하게 됐고, 생각지도 못했던 감동적인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에 문득 내 어린 시절의 꿈이 다시 떠올랐다. “전 인류의 식량문제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겠다.”라고 말하던 초등학생의 꿈……. 알고 보니 나는 단지 친구의 꿈에 동참한 것이 아니라, 잊고 있었던 나 자신의 꿈을 실현해 가고 있었던 것이다!





참 놀라운 일이다, 나의 본질인 ‘참나’를 안다는 것……! 진짜 내가 사랑과 감사, 무한능력임을 알고 나니, ‘참나’는 내가 포기하고 잊어버렸던 꿈들까지 발굴해서 실현해 준다. 내가 처음 참나 세미나에 참석하게 된 것은 돈 문제로 힘들고, 질병으로 고통스럽고, 미래가 두려워서였다. 그러나 당시로서는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어 보였다. 희망이 없는 자포자기 상태였다. 그러나 진리에 대한 갈망, ‘참나’를 알고 싶은 열망이 그 모든 문제들을 다 해결해 주었다. 그리고 이제는 ‘참나’를 실현하는 기쁨 속에서 모든 꿈들이 저절로 이루어지고 있다.



사람마다 자기에게 주어진 사명이 있다. 그러나 각자 서로 다른 사명이 주어진 것 같아도, 사명의 본질은 같다. 그것은 마음과 영혼이 기뻐하는 일이고, 완전히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사명이 완전해지려면 자신의 본질이 무한한 자유와 행복 자체라는 것을 발견해야 한다. 결국, 우리 모두의 사명은 진짜 자기를 발견하는 것이고, 그것을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과 환경을 활용하여 이 세상에 실현하는 것이다.

자기 사명에 헌신하는 것은 이기적인 자기를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의 본질인 ‘참나’의 무한한 사랑과 기쁨에 집중하여 그것만 느끼는 것이다. 이 마음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즐겁게 몰입하면 늘 마음의 평안을 누리고, 샘솟는 사랑과 열정이 나를 대신해서 일하고 성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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