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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진채 Aug 28. 2024

내가 겪은 봄, 그리고 여름

지난 2월부터 도저히 떠나지 않는 감기에 시달렸다. 코로나가 아닌가 하고 병원에도 가보았지만 거의 달포간을 그냥 시름 시름이 아니라 아주 혹독하게 앓았다. 

     

본격적인 봄에 접어들면서도 영문을 모르는 이 쇠약(衰弱)은 내 명운(命運)이 다했다는 것을 암시하는 징조가 아닌가 하는 방정맞은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그걸 쉽게 풀어 쓰면 같잖은 감기에 목숨을 내걸어야 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 겁이 났다는 뜻이다. 코로나와 감기는 사촌 간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재수가 없는 사람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는 말이 있다. 나라고 온전하리라는 법은 없다. 

    

사실이 그렇다면 좀 더 진지하게 내 삶의 질에 대해서 고민하는 몸짓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출생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옹색하게 이어진 내 삶이지만, 이딴 감기라는 하찮은 것으로 생(生)을 마감 당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 참담하기도 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속수무책으로 망가진 몸을 훌훌 털어버리지 못하고 보낸 6개월이었다. 

두렵기도 했고 억울하기도 했다. 사람을 더 먹먹하게 만드는 건 시간이 갈수록 몸과 마음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도록 급격하게 망가진다는 점이다.   

   

많은 생각을 했다. 그런 일상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그러는 사이에 봄은 갔고 지금은 벌써 여름의 끄트머리에 와 있다. 조금 있으면 이제 가을이다. 이제 한여름도 고비가 넘어가는 즈음에 나를 좀 더 차분하게 들여다보기로 한다.      

앞으로 별일이 없다면 여태까지 팽개쳐둔 이 블로그를 계속하고 싶다. 지금 내 희망 사항이 그렇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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