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부터 도저히 떠나지 않는 감기에 시달렸다. 코로나가 아닌가 하고 병원에도 가보았지만 거의 달포간을 그냥 시름 시름이 아니라 아주 혹독하게 앓았다.
본격적인 봄에 접어들면서도 영문을 모르는 이 쇠약(衰弱)은 내 명운(命運)이 다했다는 것을 암시하는 징조가 아닌가 하는 방정맞은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그걸 쉽게 풀어 쓰면 같잖은 감기에 목숨을 내걸어야 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 겁이 났다는 뜻이다. 코로나와 감기는 사촌 간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재수가 없는 사람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는 말이 있다. 나라고 온전하리라는 법은 없다.
사실이 그렇다면 좀 더 진지하게 내 삶의 질에 대해서 고민하는 몸짓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출생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옹색하게 이어진 내 삶이지만, 이딴 감기라는 하찮은 것으로 생(生)을 마감 당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 참담하기도 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속수무책으로 망가진 몸을 훌훌 털어버리지 못하고 보낸 6개월이었다.
두렵기도 했고 억울하기도 했다. 사람을 더 먹먹하게 만드는 건 시간이 갈수록 몸과 마음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도록 급격하게 망가진다는 점이다.
많은 생각을 했다. 그런 일상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그러는 사이에 봄은 갔고 지금은 벌써 여름의 끄트머리에 와 있다. 조금 있으면 이제 가을이다. 이제 한여름도 고비가 넘어가는 즈음에 나를 좀 더 차분하게 들여다보기로 한다.
앞으로 별일이 없다면 여태까지 팽개쳐둔 이 블로그를 계속하고 싶다. 지금 내 희망 사항이 그렇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