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엔 일본 영화보다 드라마를 더 많이 봤던 것 같다. 일드의 대부분은 당연하게도 도쿄를 배경으로 한다.
드라마를 보면서 ‘여기 가고 싶다’고 생각한 드라마가 몇몇 있었는데, ‘최고의 이혼’ ‘도쿄 타라레바 아가씨’ ‘언젠가 티파니에서 아침을’이다.
‘최고의 이혼’은 나가메구로강 근처 동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과거부터 인연이 있는 두 쌍의 부부가 아슬아슬한 수위를 넘나들며 부부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드라마다.
나가메구로강은 도쿄의 벚꽃 명소로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안타깝게도 겨울을 배경으로 한다. 내 인생의 봄날일 것 같은 결혼을 했는데도 여전히 봄날은 오지 않았기 때문일까.
앙상한 나무들만 강가를 채우고 있지만, 많이 아쉽지는 않다. 강가 주변에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많은 동네로 겨울은 겨울대로 풍취가 있다. 물론 난 겨울이 아닌 봄에 이 동네를 다녀왔다. 강가를 걷는데 예쁜 카페며 식당들이 많아 걷는 재미가 솔솔하더라.
‘도쿄 타라레바 아가씨’는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 류의 드라마다. 세 여자의 우정과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 린코는 이제 막 커리어를 시작한 드라마 작가다. 기획서도 잘리기 일쑤고, 결국 지방 홍보 프로그램 대본까지 써야 되는 상황까지 온다.
그런 어느 날 그녀 앞에 꽃미남 모델이자 연하남 키(Key)가 나타난다. 까칠한 그는 린코에게 사사건건 시비를 걸며 부아를 돋운다(같은 동네 살아 우연히 자주도 마주친다).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적인 남녀의 만남이 시작된 거다.
그런데 그런 키에게는 아픔이 있었으니. 사랑하는 여자를 병으로 잃었다.
그런 키가 그 여자를 그리워할 때마다 찾아가는 장소가 있었다. 거대한 건물 뒤쪽 광장인데, 도쿄 타워가 잘 보이는 곳이다. 밤이면 그 광장의 조명과 함께 장관이 연출된다. 키는 거기에 앉아 슬픔을 삭혔고, 나중에는 린코와 키의 관계가 전환을 맞이하는 장소로도 이용된다.
여기가 도대체 어딜까, 일본 여행을 많이 다녔지만, 여행 책자도 살펴봤지만, 도쿄 타워 명소 중에 이런 곳은 없었다. 검색 끝에 나는 거기가 시나가와역에 있는 시즌 테라스라는 곳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음, 여기도 도쿄 방문 리스트에 추가해야겠군.
세 번째 드라마 ‘언젠가 티파니에서 아침을’은 맛집 투어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만한 드라마다. 이 드라마 역시 ‘도쿄 타라레바 아가씨’처럼 네 여자의 사랑과 일, 우정을 담고 있다. 독특한 점이 있다면 주인공 마리코가 먹는 것(특히 아침밥에 집착한다)을 좋아해 맛집을 찾아다니는데, 어쩌면 이 드라마의 주 소재는 맛집 탐방일지도 모르겠다. 30분짜리 드라마가 끝날 때마다 마리코와 친구가 찾아간 밥집 정보가 너무도 친절하게 에필로그에 등장한다.
‘도쿄 타라레바 아가씨’와 ‘고독한 미식가’를 합친 버전이라고 해야 하나. 이 드라마를 보면서 몇몇 가게는 메모를 해놓기도 했다. 진심으로 음식을 즐기는 마리코의 귀여운 외모도 이 드라마의 매력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