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케이트 Nov 01. 2021

파리에 살아보고 싶을 땐 이 드라마

언젠가부터 SNS에 이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더라. ‘파리’라는 도시명이 제목에 있길래 즉각 호기심이 일었고(파리라는 말만 들어도 그리움이 왈칵 몰려온다), 코로나로 ‘집콕’이 당연한 일상이 된 지금이 이 드라마를 몰아볼 적기였다.


이 드라마의 제목은 ‘에밀리 파리에 가다’이다. 60-70분이나 되는 한국 드라마가 평소 너무 길게 느껴졌기에 30분이라는 러닝타임부터가 이 드라마의 매력으로 다가왔다. 가볍게 보기에 적당한 시간이었다(현실이 팍팍해서인가, 언젠가부터 심각한 드라마를 멀리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파리가 아닌 시카고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시카고 홍보 회사에 다니던 에밀리는 파리 지사에 가기로 한 상사가 갑자기 임신을 하는 바람에 대신 파리에 간다.


“봉주르” 밖에 몰랐던 에밀리는 당연히 동료들로부터 배척을 받고, 동료들은 미국식 홍보 방식을 싸구려 취급하며 그녀를 왕따시킨다. 하지만 ‘열심히 하면 성공한다’는 미국식 낙관론을 장착한 에밀리는 어떤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일을 묵묵히, 아니 발랄하게 해 나간다. 결국 회사 내에는 에밀리를 응원하는 동료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직속 상사 실비만 빼고.     



이 드라마를 보면서 ‘찐이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더라. 무릎을 치면서 봤다. 싸가지없는 파리지엥들의 모습도 내가 겪은 일 속의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샤워하다 물 끊기고, 전기가 나가고 옆집에서 남녀의 신음소리가 들리고 등등, 앞에서 내가 밝힌 에피소드 그대로의 모습들이었다.


프랑스 언론들은 이 드라마가 프랑스인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심어준다고 비난했는데, 제작자 대런 스타는 “이건 미국인들이 보는 프랑스인에 대한 시각일 뿐이다”라고 해명했다.


대런 스타, 그렇다! ‘섹스 앤 더 시티’를 만든 사람이다. 어쩐지, 에밀리의 패션이 심상치 않더라니. 드라마를 보는 내내 에밀리의 패션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보면서 추레했던 내 유학 생활의 의상들이 떠올랐다. 파리가 아니라면 입어보기 힘든, 화려한 의상들이 줄줄이 나온다. 난 뭐 했냐. 저런 거 한번 안 입어보고.     


이 드라마는 작정하고 파리를 예쁘게 담아내고 있다. 중간중간 파리의 풍경들만 나오는 씬들도 많다. 대놓고 ‘대리만족시켜줄게’ 한다. 파리에 대한 환상은 우리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었다. 미국인들 역시 파리에 살아보고 싶다는 로망을 가지고 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에밀리가 처음 자신의 집에 도착해(무려 5층, 엘리베이터도 없이) 창문을 여는 장면이다. 7구에 살 때 내 방이 떠올랐다. 같은 풍경은 아니었지만, 나도 처음 그 방 창문을 통해 파리를 내다봤을 때 에밀리와 같은 감탄을 했던 것 같다. 


참, 우리 건물에는 다행히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2명이 서면 꽉 차는 엘리베이터였지만, 삐걱대는 소리가 탈 때마다 불안하게 만들었지만, 에밀리와 같은 고생은 안 하게 해 준 고마운 신문물(?)이었다. 아니 그래서 내가 가브리엘을 못 만난 건가.     

작가의 이전글 도쿄행 비행기표를 부르는 드라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