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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nogoodnw Aug 16. 2023

하여튼 우리나라 사람들 참 대단해.

비 오는 날 헬스장에 간다.

비 오는 날이면 텅 비어있는 헬스장을 기대다. 오늘 같은 날 헬스장 가는 인간은 얼마 없겠지? 나야, 어차피 집에 가봐야 심심해- 하면서 하릴없이 누워있을 테니, 비를 좀 맞아도 가서 뭐라도 하는 게 낫다. 음, 솔직히 많이 맞아도 가는 게 낫다. 헬스장에 가면 운동은 물론이고, 덤으로 샤워도 할 수 있다. 누워있다 보면, 분명 나 안 씻고 자버릴 거야. 역시, 헬스장 가는 게 여러모로 이득이다.


뉴스에서 태풍이 온다더니만, 유독 바람이 세다. 퇴근 셔틀버스 타러 가는 3분이 이렇게 길게 느껴지긴 오랜만이다.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 마냥 우산을 꽉 붙들었더니, 하느님께서 나를 떨어뜨리시려는지 밧줄을 마구 흔들어 제낀다. 괜스레 겁에 질려서, 으악 미안해요, 죄송해요.


이리저리 몸뚱이를 비틀어 의자에 구겨 넣듯 눕고선 잠을 청한다. 게임을 다시 시작해서 잠이 모자라다. 원래 평일엔 잠이 모자란 법이다. 게임 때문은 아니지, 암. 덜컹덜컹 대는 버스에 팟 눈을 떴더니 6시 15분. 도착하려면 아직 좀 더 가야 하는데, 애매하게 시간이 남아버렸네, 잠은 다 잤다. 괜찮아, 오늘은 텅텅 빈 헬스장에서 황제 헬스다.


감사합니다- 들릴 듯 말 듯, 기사님께 속삭이듯 인사하곤 버스에서 내린다. 버스 탈 때보다는 비바람이 좀 사그라들었다. 큰길 하나 건너면 헬스장이다. 졸려서 운동이 잘 되려나 싶다가도, 쇠몽둥이 몇 번 들다 보면 항상 잠이 깼으니까, 이런 생각은 경험상 기우에 불과하다. 귀납적이라 말해 무방할 듯싶다.


평소보다 우산 하나 더 든 건데, 손이 배로 분주해진다. 우산을 접었다 폈다, 이 손에서 저 손으로 왔다 갔다, 바쁘다 바빠. 그 와중에 빗물에 젖기는 싫어서, 우산을 저 멀리, 남한테 묻히면 안 되니까, 이 쪽 말고 저 쪽 방향으로 멀리.


헬스장 우산꽂이에는 자리 찾기 어려울 정도로 우산이 빽빽하다. 황제헬스는 상상 속에서만. 뭐 역시 사람이 좀 북적북적대야 헬스장 느낌이 나지. 오늘 같은 날 헬스장 오는 인간은 얼마 없을 줄 알았는데, 하여튼 우리나라 사람들 참 대단해. 잠 깨고 운동이나 해볼까. 근데 잠 깨는 게 먼저더라, 아님 운동이 먼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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