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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ca Dec 21. 2022

혼자서 영화

본즈 앤 올


  콜미 바이 유어 네임엘리오는 내 마음속에서 영원히 나를 위해서 울어주고 있다. 누군가는 게이 영화라고  하지만 오히려 감독이 우리 모두의 첫사랑을 그려냈다고 생각했다. 엘리오와 올리버가 서로를 알아봤던  그 시절, 이탈리아의 여름이 인상적이었다. 부모로서 첫사랑의 관문을 통과하는 아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도 그 영화를 보면서 배우게 되었다. 엘리오의 아버지가 엘리오에게 하는 말은 감독이 우리 모두에게 하는 말이겠지. 그 고통스러운 마음을 잊기 위해 그리고 앞으로 상처받지 않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 되지 말라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상처받은 그 마음을 간직하라고. 이 영화도 벌써 몇 년 전의 영화가 되어 이렇게 인상 깊었던 대사도 가물가물 할 때쯤 그 영화의 감독과 주연 배우가 다시 새로운 영화로 찾아왔다. 본즈 앤 올. 뼈까지 전부다.


  세상으로부터 받아들여질 수 없는 이가 뼛속 깊이 사무치도록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은 마음, 그리고 뼈까지 전부 다 먹어치우는 쾌감을 상상하는 식인으로서의 본능.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없는 본능을 가진 사람이 사람으로부터 이해를 받을 수 있을까? 그는 한 인간으로서 어떻게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을까? 자기 자신조차도 사랑할 수 없는 자신일지라도 인간이라서 이해받고 싶은 주인공이 있다. 혼자서는 살아남을 수가 없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이해와 사랑이 필요한 존재인 인간이 그 누군가를 해할 수밖에 없는 본능을 가진 사람이라면 우리는 그를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을까? 그 보다 앞서  나를 위해 항상 그곳에서 울어주는 엘리오가 이번에는 죽어가면서 사랑한다고, 자신을 이해해주었던 단 한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몸을 내어준다. 살벌한 장면에서 눈을 살짝 감은 적도 있었지만 역시 ' 리'죽어가는 장면에선 눈물이 났다. 살짝 엽기적이기도 하고 은유 같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엘리오가 많이 컸구나. 첫사랑을 잃고 한없이 울고만 있던 그 꼬마가 이제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을 내어주고 있었다. 한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이런 것인가.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의 무게에 압도당해  마지막 장면에서 울면서도 마음이 무겁고 힘겹게 느껴졌다. 나는 저런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 나도 이렇게 자주 외롭다고 느껴지지만 그래서 나를 이해해줄 수 있는 그 누군가를 만나고 싶고 항상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일단 나부터가 그럴 수 있는 사람인지 생각해본다.


  아련하고 아름다워서 황당한 소재의 영화이더라도  마지막엔 가슴이 아프고 한동안 마음이 야들야들해 있었다. 이러려고 영화 보는 거지. 혼자 무서워했다가 울었다가 벅차올랐다가 마지막엔 긴 숨을 후 내쉬며 극장을 나왔다. 벅차오른 마음을 온전히 혼자서 고스란히 간직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혼자 영화 보는 것도 나쁘지 않구나. 저런 영화 왜 보냐며 야유하는 친구가 없어서 오히려 벅찬 마음을 고스란히 음미하며 간직할 수 있었던 것도 나쁘지 않았다. 이런 종류의 영화는 쉽게 친구에게 보러 가자 할 수가 없는 것이 분명하다. 얼마 없는 관람객들 죄다 혼자였 것을 보면.


  그래도 역시 제일 좋은 것은 마음이 맞는 누군가와 함께다. 여행도 어디를 가느냐 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가느냐의 문제이.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과는 엇나가기 마련이다. 불편하고 행복하지 않다. 무엇을 하든 그렇다. 인생은 마음에 맞는 그 한 사람을 발견하기 위한 여정이지 않을까. 마음에 맞지 않는 누군가와 무엇을 함께 하느니 차라리 내가 나의 친구가 되어 그 순간을 온전히 채워갈 수도 있다는 것을. 이렇게 철저하게 혼자로서의 시간도 온전히 채워갈 수 있을 때 나를 이해해줄 다른 누군가의 순간도 채워줄 수가 있겠지. 그리고 그 존재에 대해 더 감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본즈 앤 올과 같은 영화도 함께 기꺼이 볼 수 있는 취향을 가진 친구, 이런 나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친구를 언젠가는 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이이상 진입장벽이 높은 소재의 영화는 없을 테니, 아마 당분간  혼영은 없을 듯하다. 소외된 사람이 소외된 사람의 사랑이야기를 보면서 소외되어도 괜찮다고 하지만 여전히  함께이고 다고 생각했던 혼영의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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