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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초요 Apr 14. 2022

"네모의 꿈" 방음 부스 설치

코로나 터지기 1년전에

남편은 색소폰에 도전하였다.

5,60대 남자들의 로망 중 하나.


연습실도 다니고 레슨도 받으며

흥미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코로나 펑펑.


학교라는 집단이 갖는 감염

당분간 접기로 했다.

그 당분간이 벌써 2년이 넘었고....


무트 기를 구입하여 그래도 간간이 연습하다가

지난 3월에 시골에 내려가

무트기 없이 마음껏 질러보니

그 맛을 잊을 수 없나 보다.


엔데믹을 선언한다해도

수시로 연습하고 싶은 마음엔

연습실 가는 것보다

집안에 방음 부스를 설치하는게 나을것이다.


아직 결혼한 자식이 없는 관계로

여유 방이 없다.

거실 한쪽에 용감하게 저질러보기로....


나는

남편의 색소폰 소리가 좋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듣기 힘들었지만

이젠 어느 정도 거슬림 없이 부를 정도가 되니


그냥 7080 음악을 틀어놓은 듯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되고

음악소리의 잔상으로

내 뇌도 무의식적으로 기분 좋은 상태가 된다.


거실을 좁혀가면서 부스를 설치하자고

적극 나선 것은

어쩌면 본능적 욕심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나도 악기 하나 도전해볼까?

지독한 음치인 내가

그래도 악기는 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야무진 생각^^


나름대로 고르고 골라 선택한 업체는

 "네모의 꿈"

견적을 위해 대표님이 직접 방문해 주셨다.

참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세한 설명에 감사함을~


드디어

3주 후인 오늘 설치하는 날이다.

오전 10시

젊은 장정들이 자재를 들이기 시작한다.


누군가 방음부스 설치를 고민하는 분을 위해

딱히 할 일도 없고 하여

그 과정을 올려보고자 한다.


네모의 꿈 방음부스를 선택한 것은

네이버 블로그의 글을 보고

벽의 두께를 고려했고,

자재의 친환경 유무

환풍기 시설 그리고 방음효과에

도움을 줄 것 같은 문짝도 고려했다.

바닥, 천정, 사면 모두 810mm이고

문의 두께는 설치기사님이 그 자리에서 측정해 주셨는데 670mm(630  +알루미늄두께 각각2mm)이다.


문틀의 가장자리에는 기본 고무 쫄대(?) 외에도

고무호스 같은 고무튜브가 하나 덧대어 있어서

방음효과를 더 높이고

무엇보다 문을 여닫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짝 틀도 보호할 수 있단다.

요 고무튜브는 실제 사용해본 고객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란다.

바닥 아래에는 뭔가를 부착하여 약간 띄웠다.

벽도 아주 조금 띄워 소리 파동이 벽이나 바닥에 직접적으로 전달되지 않도록 했다.

벽은 레고처럼 조립할 수 있도록

거의 완제품 수준의

조각들을 가지고 와서 끼워 맞춘다.

그래서 본드를 쓰지 않는다.

소리가 샐까 틈새 걱정도 했지만 괜찮았다.


벽색깔은 선택사양이다.

좁은 공간이 너무 단조로울 것 같아

두 가지 색으로 교차할 수 있도록 골랐다.


안에 조명은

기존의 벽에 있던 콘센트에 연결하여

안에서 스위치로 온오프 식으로 설치.

전등은 총 3개 정도이고,

환풍기 그리고 콘센트도 설치되었다.


문을 달고 가장자리 이음새 부분 및 마무리 작업

어쩔 수없이 식탁은 거실 창가로 이동,

그 자리에 있던 안마 의자는 안쪽으로 끌어 왔다.

정리가 덜 되었지만 이런 모습으로,

주방이 가려져서 좋다.


설치에 걸린 시간은

다 같이 라면 한 그릇 먹은 시간을 포함하여

약 세 시간 반 가량.

사장님도 친절하셨지만

설치 기사님도 친절하시다.

옆에서 쫑알대는 내가 귀찮을 법도 한데

일일이 그리고 세세히 설명해 주셨다.

감사하다.


냄새도 별로 나지 않는다.

부스 문 열어 놓고

창문을 닫고 공기청정기를 돌려도

파란색 그대로다.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켜고

문 닫은 후 들어본다.

내 귀엔 안 들린다.

기사님 귀에는 들린단다.

청력이 좋으신가 보다.


아직 남편은 부스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울 집 세 남자 모두 시간이 안되어

어쨌든 내가 직접 설치한 건 아니지만

결론적으론 내가?

뿌듯함.


거실이 좁게

주방이 답답하게 느껴지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괜찮다.

거실은 더 포근하고 아늑한(?)

주방도 한 벽면을 새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인지

오히려 정리가 되는 듯하다.

어디까지 나만의 생각이고 위로일 수 있다.


퇴근한 아들들도 좋단다.

생각보다 괜찮단다.

공간이라는 것은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창가로 이사 온

식탁에 앉아 차 한 잔.

그저 좋다.

뒤에 정리 못한 것들이 있든 말든~


외부 연습실을 이용하는 것도 좋지만

취미 생활인 만큼 틈틈이 하기에는

적격이다.


남편은 자신에게 돈을 쓰는 것을 참 아까워한다.

용감한 마누라가 한번 질러 보았다.

좋다 좋다.

잘했다고 나에게

쓰담 쓰담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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