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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go Feb 02. 2024

녹색의 휴식

나는 여전히 인도의 보드가야에서 지내고 있다.

아침 9시에 식당으로 나가 카페 일을 하고 점심 장사 후에 숙소로 돌아와 잠시 쉬고 다시 저녁 장사를 하러 나간다.

청소를 마치고 밤 10시에 숙소로 다시 돌아와 잠을 자는 시간을 4개월째 반복하고 있다.


보송보송한 모습이 귀여워서 좋아하는 코코넛 케이크도 만들고, 녹색깔의 비건 케이크도 가끔 만들고,

생일 케이크 주문이 들어오기도 한다.


얼마 전에 새로 만든 블론디 브라우니는 반응이 시원치 않지만 다음 시즌 준비를 위해 새로운 케이크를 만들어보고 있다.

안 팔리면 우리가 먹으면 되니까. 안 팔리는 케이크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직원들이 약 40명이나 있다.



지난 1월 25일에는 바쁜 시기를 마감하는 직원 파티를 했다. 양고기 10킬로그램을 사서 양고기 커리를 만들고 인도식 찐 밥인 풀라오를 만들고, 안 팔린 케이크와 새로 만든 케이크를 내놓고 모두 마음껏 먹었다. 물론 코카콜라 한 병씩도 마시고.


어제는 드디어 점심 장사를 마치고 푸른 밭이 펼쳐진 녹색의 세상으로 나갔다!

식당 사장이자 친구인 모하메드와 스위스에서 오신 향숙님과 함께.

오토릭샤에 야채, 과일, 고기, 케이크를 가득 싣고 , 가는 길에 작은 가판대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모하메드의 옛 동네 주민의 가게에서 작은 비스킷 100개를 샀다. 향숙님께서 계산하셨는데 작은 비스킷이지만 100개나 샀는데도 약 8000원이 나왔다.



시골길을 달려 멋진 풍경에서 사진도 찍고,

근사한 겨자꽃이 펴있는 꽃밭도 지나고, 오랜만에 싱그러운 풍경을 만나 너무 설레었던 날.

매일 식당, 숙소만 오가며 지내던 몇 개월의 시간을 잠시 벗어나니 더 달콤한 시간.



소와 양들이 플을 뜯고 있는 들판을 지나 도착한 곳은 양로원.

코로나 시기에 모하메드가 쓰러져가는 양로원 건물을 향숙님을 비롯해 친구들의 기부를 받아 만든 곳이다.

모하메드가 직접 설계사와 만나 매일 건물을 짓는 것을 감독하고 지은 곳인데 현재 갈 곳 없는 병든 분들 22명이 머물고 있다.

허허벌판 한가운데 간단하게 지어진 건물이지만 점차 주변에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생기고 전기 시설이 생겨 점점 편안한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길게 이어진 공간이 잠을 자고 밥을 먹는 생활을 위한 공간이다. 얼마 전에 아이들이 생일 파티를 하러 와서 공간에 생일 장식이 남아 있었다.


병든 어머니를 모시고 지냈던 중년의 여성이 이곳을 돌보고 있으며,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은 병든 노인들, 갈 곳이 없이 버려진 사람들, 정신 이상으로 온 청년, 다리가 없어 이동이 불편한 소녀 같은 모습을 한 여성 등이다.



케이크를 만들어와서 함께 먹고 간식과 식사 거리를 나누고 이야기하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이후 우리는 다시 시골길을 달려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고 모하메드의 집으로 갔다. 이곳은 내가 아주 좋아하는 곳으로 집 대문 안으로 들어가면 외부의 소음이 들리지 않는 정적의 공간이다.


정원에는 많은 닭과 병아리들이 살고 있고, 망고, 파파파야, 구아바, 석류, 레몬 나무 등이 심어져 있다.

지금은 구아바 철이라서 구아바 나무에서 열매를 따서 손에 쥐었다. 아주 알맞게 익어 달콤한 맛이 났다.

​​


부엌에서는 우리를 위해 레몬티와 간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모하메드는 시내 중심에서 게스트 하우스와 식당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중심에서 약간 떨어진 이곳에서는 그의 누나 가족들이 살고 있다.


정원 한편의 식탁에 알록달록한 식탁보를 깔고 레몬티와 알루 파라타 ( 감자를 넣어 만든 밀전병 빵 )에 정원에서 살고 있는 닭이 낳은 달걀이 삶아져 나왔다.

정원에서 들리는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레몬티로 목을 축이고 알루 파라타를 손으로 찢어 매콤한 소스에 찍어 먹으니 말 그대로 그 맛은 꿀 맛. 순식간에 두장을 해치워 먹었다. 하하.



꿈같은 반나절을 보내고 다시 식당으로 돌아와 커피를 내리고 케이크를 구웠다.

직원들이 간식을 사달라고 해서 곡물을 모래에 구워 파는 ‘분자’ 두 봉지를 사들고 왔다.



많이 한가해진 요즘 식당 부엌 한편에 앉아 요리하는 분주한 모습을 구경하며 논다.


이렇게 한주를 보내고 다음 주에 시작하는 인도 바라나시, 보드가야 요가 여행을 진행한다.

관광이 중심이 아닌 인도인들과 어우러진 인도 시골 생활 여행의 콘셉트인데 재밌으려나?

해보면 알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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