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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go Mar 17. 2024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된다는 것


드디어 인도 겨울의 보드가야 성수기가 지나고 천천히 비수기가 오고 있다. 


오늘 오랜만에 한가해서 글을 쓸 여유가 생겼다. 3월에 예정이었던 인도 리시케시 요가 여행은 취소를 했다. 2월의 인도 바라나시 요가 여행 후에 이어지는 일정이  무리인 듯싶었던 차에 신청하셨던 분께서도 여행 확정이 되지 않아 기다리기가 쉽지 않은 듯하여 취소를 결정했고, 신청하신 분들께는 미안한 일이지만 이후 난 오히려 여유를 되찾았다.


올해 보드가야의 겨울은 매섭다. 12월까지 추위가 오지 않아서 보드가야의 겨울을 잠시 잊고 있었는데 1월부터 추위가 시작되더니 1월 중순경부터는 해가 나오지 않는 매서운 추위를 유지하고 오늘 정점에 다다랐다. 


오늘 아침 겨우 눈을 뜨고 창문을 바라보니 뿌연 안개가 온 마을을 뒤덮고 있었다. 매일 하는 아침 샤워를 오늘은 건너뛰고 간단히 세수만 하고 식당으로 나갔다. 인도의 겨울은 유난히 춥게 느껴지는 이유가 난방 장치가 되어 있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일을 하는 식당은 열린 공간이 많아서 차가운 바람이 들어오고, 더운 나라의 특징으로 차갑게 지어진 숙소의 방은 식당보다 더 춥게 느껴진다. 다행히 이번 겨울에는 델리 친구가 준 털 조끼와 털모자를 쓰고 담요 두 장에 침낭까지 덮고 자서 잘 동안만큼은 그리 춥지가 않다. 눈을 뜨고 침대 밖으로 나가기에 긴 시간이 소요될 뿐이다.


안개를 뚫고 식당으로 가니 휑한 차가운 공기가 실내에 가득 차 있었다. 특히 내가 일하는 커피 머신이 있는 공간은 사방이 철조망으로 뚫려 있는 공간이라 가장 추운 곳이다. 이럴 때에는 따뜻한 불이 있는 부엌으로 향한다. 화덕의 온기에 손을 내밀고 있다 보면 몸이 따뜻해진다. 온기를 쐬며 부엌에 머물다가 친구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농담으로 이어져 그 농담이 내 기분을 상하게 할까 봐 말을 멈추고 다시 홀로 나갔다. 마음이 그리 강하지 않은 나는 아직도 별것 아닌 말에 상처를 입는다. 마침 스위스에서 사시는 수행자분이 식사를 하러 오셔서 함께 점심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마음의 빛이 들어오는 구절을 발견하였다.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어라.'


상대방의 농담이나 말에 기분이 상했다면 자신이 올바르게 서있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에 대한 중심이 잡혀 있으면 남의 말이나 행동에 휘둘리지 않는다. 


나는 내 기분이 상할 때면 늘 남 탓만 해왔을지도 모른다. 인정하고 싶지 않을지라도 아마 그랬을 것이다. 


점심 장사를 마치고 부족한 케이크 재료를 살 겸 식당을 나와 음악을 들으며 걷는데 기분이 오묘했다. 아까 들었던 말씀을 생각하며 마을을 돌아 숙소로 향하는데 함께 일했던 순박한 웃음의 청년이 서있어서 마켓에서 산 땅콩엿을 하나 쥐어주고 방으로 들어왔다. 


수행하는 사람의 삶은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위의 말씀을  듣고 나니 살고 있는 이 삶이 참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상황에 닥쳤을 때에 이어지는 반사행동과 생각이 말이다. 


늘 이곳에서 5개월 동안 식당 일을 하고 3월에는 리시케시로 가서 한 달 정도 요가 수행을 한다. 수행하시는 분의 말씀을 듣고 나니 앞으로 펼쳐질, 늘 이어졌던 리시케시의 시간이 다르게 느껴지고 벌써부터 두근거린다. 


마음을 닦고 몸을 바로 세우는 시간이 되겠지. 

그러기를.


이 닭이 매일 새벽 4시에 울어 잠을 깨운다는 그 수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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