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어로 배운 첫 커피 수업 -안티구아, 과테말라.

악마처럼 강렬한 검은 유혹- 안티구아 스모그 커피

by Mango
구름 모자를 쓴 안티구아 화산의 모습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스페인어 수업 준비와 커피를 배우러 카페에 갈 준비까지 해야 하여 마음이 너무 분주했다. 스페인어 수업에 대비해 전날 배운 노트를 뒤적이며 15분의 좁다란 돌길을 걸어 작은 건물에 딸린 소박한 스페인어 학교로 들어갔다. 자리에 앉자마자 자그마한 체구지만 커다란 웃는 눈을 가진 소녀 같은 선생님께 조잘조잘 커피 수업에 대해 떠들어댔다. 그렇게 들뜬 마음으로 4시간을 보내고는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곤 카페로 걸어 들어갔다.


커피학교이자 카페인 팻캣 하우스의 로고


팻캣 하우스 - 뚱뚱한 고양이의 집 또는 살찐 고양이의 집이라는 뜻의 그 자그마한 카페에 커다란 등을 벽에 기대고 어제 본 커피 선생님이 먼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오늘 수업에 올 것이라는 것에 대해선 안중에도 없는 것 마냥.


그런데 그런 느슨한 편안함이 오히려 나는 좋았다. '올라’ (안녕이란 스페인어 인사)하고 큰소리로 외치고는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였다.

이날부터 나를 가르치게 된 선생님의 이름은 ‘케르손’으로 그는 자신의 별명이 '팻캣' 이라고 했다. 자신의 몸을 가리키며, 팻캣 하우스라고 했지만, 난 두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며 그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는 살이 좀 찌긴 했지만 멋진 눈빛과 건장한 체구를 가진 젊은 커피 선생님이었다. 나에게 손톱만치의 관심도 없어 보이던 선생님은 어느새 인지 귀여운 요정의 그림이 그려진 작은 노트에 팻캣 하우스 스티커를 붙여놓고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카페 한구석에 마련된 에스프레소 머신

카페 안쪽의 에스프레소 머신 뒤로 들어가서 드디어 첫 수업을 받았다.

물론 아주 당연하게 수업은 스페인어로 진행되었다. 나의 스페인어 실력은 보잘 것 없었지만, ‘커피 수업이 곧 스페인어 수업이 되겠군’ 하는 즐거운 마음으로 온 마음을 다하여 그의 스페인어를 끌어 모았다.


그는 과테말라의 ‘스타벅스’ 같은 큰 카페에서 일을 하며 바리스타들을 교육시켰던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좋은 선생님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본 나의 눈썰미 덕분인지 운이 좋았던 것인지, 그 꼼꼼하고 세밀한 수업을 듣느라 하루 2시간의 커피 수업은 금방 지나가 버렸다.


첫 수업은 에스프레소를 뽑기 전에 에스프레소 기계에 대한 이해였다. 마음 같아서는 깊은 압력의 굵은 저음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묵직한 기계에서 진한 에스프레소를 당장 뽑아보고 싶었지만, 케르손은 우선 커피빈을 적당한 크기로 갈아서 커피를 내리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며 커피를 가는 기계인 그라인더 작동법과 커피 가루를 만져서 적당한 크기로 갈아졌는지를 가르쳤다. 한참을 커피가루만 만지다가는 이젠 그라인더 청소법을 가르쳐 준다면서 기계를 분해하기 시작했다.

그리곤 에스프레소 머신의 작동 원리를 그림을 그려 가며 가르쳤고, 내가 이해를 다 한 후에야 드디어 에스프레소를 한잔 뽑아 볼 수 있게 해주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사실 그는 공학도였다고 한다. 기계를 고치는 일을 하다가 우연히 에스프레소 머신을 고치게 되었고, 커피 향기에 그대로 이끌려 커피를 배우게 되었다고 한다.

그의 이론으로는 에스프레소는 정확히 20-30초 이내에 뽑혀 나와야 한다고 했다. 그 시간을 맞추느라 몇 번의 훈련을 걷혔고, 작은 에스프레소를 뽑을 때마다 첫맛을 음미해야만 했다. 좋은 에스프레소는 약간의 신맛을 가진 쓴맛이라며 커피가 아깝지도 않은지 몇 번을 뽑아보라고 하였다.


공학도인 커피선생님이 직접 그린 커피 메뉴 구성도

첫날 두 시간의 수업으로 나는 과테말라의 안티구아에서 나온다는 스모그 커피의 진한 향에 매료되어 버렸다. 갑자기 커피라는 검은 액체의 악마에게 사로잡힌 것처럼.

노란 건물로 가득한 안티구아의 고풍적인 길을 걸으며 커피에 대해 생각을 했다. 선생님인 케르손의 커피에 대한 열정도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는 어린아이가 된 것 마냥 좁게 이어진 골목길을 혼자 뛰어 다녔다. 숙소에는 나를 기다리고 있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들에게 달려가서 어서 커피 수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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