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에스파한의 찻집 이야기

세계의 절반, 이란의 에스파한 찻집에서 보낸 시간

by Mango

세계의 절반, 그곳은 에스파한


아름다운 도시,

이란의 문화의 중심지 에스파한(esfahan).


이란의 수도는 테헤란이지만, 이란의 중심은 에스파한에 있다고 한다. 만일 누군가 단숨에 이란과 사랑에 빠져버려 다시 한번만이라도 그곳을 거닐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을 주는 곳이 있다면 그곳은 다름 아닌 에스파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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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비조(safabid-16~18c)의 압바스 1세는 1597년 수도를 키즈빈에서 이곳으로 옮기면서

수많은 예술가, 건축가들에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라고 명령했다고 한다.

황제의 명령에 따라 많은 예술가들이 힘을 모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어냈고,

그 이후로 에스파한은 '세계의 절반'이라 불리면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손꼽히게 되었다.

도시는 기다랗게 균형을 이루며 길이 나있고, 꽃이 군데군데 피어있는 그 길을 걷는 것은 커다란 즐거움이다. 이란 땅은 아주 건조하지만 에스파한에는 자얀데 강이 흐르고 있어 도시를 촉촉하게 적셔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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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파한을 걷는 길은 참으로 즐겁다.

풍성하게 피어 있는 꽃들과 그 꽃들을 적시는 분수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 아름답고 비밀스러운 그리고 친절한 이란의 여성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거리이다.


에스파한에서의 피곤한 첫걸음을 걷다가 발견한 커피 자판기. 잠시 고향의 달콤 쌉싸름한 자판기 커피 생각이 들어 행복한 기분이 되었다. 아, 한번 뽑아 마셔볼까 하는 넉넉한 생각이 들어 가격을 확인하니 일반 찻집보다 2-3배 정도의 가격이었다. 이란처럼 물가 싸고 특히 차문화와 찻집 문화가 발전한 곳에서 이렇게 비싼 자판기가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라는 생각을 하며 뒤로 돌아 계속 나있는 길을 따라 걸었다.


길을 따라 걸으니 히잡으로 감쌌으나 아름다운 이란의 그녀들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한다.

에스파한이 세계의 절반이라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라는데, 그것은 에스파한이 아름다와서일까, 아니면 히잡으로 머리를 곱게 가리고 있는 그녀들이 아름다워서일까. 이란 여성들은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의 미모를 갖추고 있고 또 아주 친절하기까지 하다.


끝없이 길게 이어져 있는 길을 걷다 보면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예전의 서열식을 하던 광장이었던 이맘광장을 만나게 된다.


이맘 광장의 풍경


따스한 홍차와 설탕, 그리고 물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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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서열식 장소였다던 이맘광장의 건물 위로 올라가 보면 이렇게 아름답고 탁 트인 전통 찻집이 나온다. 바닥엔 이란의 유명한 페르시안 카펫이 깔려있고 좌석엔 비스듬히 누울 수 있게 푹신하고 기다란 사탕 모양의 쿠션이 딸려 있으며 그곳엔 늘 나란히 누워 물담배를 피우는 이란인들이 있다. 이란에서 전통찻집의 의미는 붉으스름한 홍차와 아름다운 설탕이 딸려 나오고 그리고 낭만적인 물담배를 피울 수 있다는 곳이다.


물담배 항아리 그것은 하나의 예술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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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담배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이란에서는 보통 타르(1%)에 꿀이나 설탕을 과일향과 혼합한 것을 많이 핀다. 과일향은 오렌지, 사과, 딸기 등 입맛에 따라 고르면 된다. 물담배는 혼자 피울 수도 있으나 같이 피울 때에는 기다란 호스로 되어있는 끝부분의 플라스틱 파이프를 바꾸기만 하면 되고, 찻집에서는 인원수에 맞게 플라스틱 파이프를 가져다준다. 물담배의 모양도 가지각색이며 하나의 예술로 승화되어 있다. 물담배만 전문으로 파는 가게에 가보면 세밀한 붓으로 물담배 겉의 유리에 그림을 그리고 있고, 자부심 또한 아주 대단하다. 물담배를 사 가고 싶지만 운반이 어렵다고 생각되어 대부분 포기하게 된다. 하지만 시장으로 나가보면 스트로폼으로 되어있는 포장까지 같이 해서 팔기 때문에 운반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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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란 사람들이 강조하는 핸드메이드의 물담배병은 얼마일까?

우리나라 돈으로 5000-10000원 정도! 그들이 들이는 노력에 비하면 그리고 물담배 병의 아름다움에 비하면 비싼 가격이 전혀 아닌 것 같다. (예전의 여행기이므로 가격이 조금 올랐을 것이다.)


이맘광장의 찻집은 근사한 메뉴판에 여러 가지 홍차를 고를 수 있게 되어있고, 알고 보니 꽤 유명한 곳으로 많은 외국인들과 이란인들이 즐겨 찾는 인기 만점의 찻집이었다. 이곳에서 가장 단순해 보이는 붉은 홍차를 시키니 아름다운 설탕 조각이 같이 딸려 나왔다.


홍차는 도자기로 된 작은 주전자에 가득 들어 있고, 조금씩 훌쩍이며 마실 수 있도록 아주 조그마한 유리잔을 받침대와 함께 내준다. 그리고 곁들여 나오는 아름다운 설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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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은 이렇게 여러 종류로 나오니 원하는 것을 그냥 집어 먹으면 된다. 보통 우리는 설탕을 차에 넣어 저어 마시지만 이란 사람들은 설탕을 한입 베어 물고 차를 입안으로 조금씩 흘려 넣는다. 흰 설탕은 우리가 먹는 일반 설탕을 가루로 만든 것이고, 노란 빛깔의 설탕은 정제하지 않은 고유의 설탕으로 달지 않고 깊은 맛이 난다. 한입 베어 물고, 차를 조금씩 마시면 그 맛은 정말로 음~~ 인 것이다. 그리고 반쯤 기대어 하늘은 바라본다. 설탕을 베어 물고 홍차를 훌쩍훌쩍 마시다가 하늘을 바라보다가 다시 길을 나선다.


에스파한의 길은 아주 단순하다.

거의 일직선으로 되어 있으며 군데군데 피어있는 노란 국화꽃을 바라보며 걷다가 보면 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강이 나오고 그곳에 다리가 걸쳐있다.


시오 세 폴 다리


강물은 흐르고 다리 밑에는 찻집이 있다.


에스파한에서 가장 유명한 이 다리는 1602년에 만들어진 시오 세 폴(Si-O Se Pol)이다. 이 이름은 교각이 33개라서 붙여진 것이고, 길이는 300m/ 폭은 14미터라고 한다. 다리 옆으로 테이블이 놓여 있고 물담배와 차를 즐기는 이란 사람들이 있지만 보통 그들은 모두 남자들이다.

그럼 아름다운 이란 여자들은 어디로? 정답은 바로 다리 안쪽에 있다.!!!

이 다리의 밑으로 놀랍도록 아름다운 찻집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조심스레 다리 밑으로 두리번거리며 들어가니 짠하고 요술처럼 나타난 찻집! 천장엔 여러 가지 찻잔, 차 항아리, 액자들로 가득 차있다. 그리고 그 환상적인 분위기 안에서 물담배를 물고 있는 이란 여인들! 그들은 더 바랄 것이 없다는 얼굴이다. 다리 아래서 아름다운 강물을 바라보면 피는 물담배와 따스한 홍차와 달콤한 설탕. 더 이상 무엇을 원하겠는가.


긴 다리의 모양에 맞춰 찻집 의자도 일렬로 마주 보게 죽 이어져 있다. 보통 이란 남자들과 함께 이곳에 앉아 이야기를 하며 차를 마시고 물담배를 옹기종기 피우고 있다. 천장에 대롱대롱 달려있는 차 항아리와 여러 가지 신기하고 아름다운 물건들이 꼭 옛날 아라비안 나이트에서나 나올법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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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곳에는 또 하나의 특별한 방이 있다.

다리 아래 찻집이 있고, 그 안에 또 밀실이 있는 것이다. 내가 밀실이라고 이름 지은 이곳에는 커다란 창문에서 따스한 햇볕을 맞으며 흐르는 강을 바라보며 비밀스럽게 물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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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담배를 피우려면 우선 고급스러운 페르시안 카펫이 깔려 있어야 한다. 그곳에서 비스듬히 앉아 뜨거운 홍차와 함께 물담배를 시킨다. 그러면 전통의상을 입은 직원들이 물담배 항아리의 윗부분의 알루미늄 호일 위에 뜨거운 숯을 올려놓아 담뱃불을 붙이고, 아래 호리병엔 물을 가득 채울 것이다. 호일에는 과일 맛이 나는 향신료가 들어 있다. 만일 담배가 잘 안 빨린다면 숯을 이리저리 옮기며 불을 댕겨 붙여야 한다. 그리곤... 보글보글 물소리를 내며~~ 은은히 흐르는 강을 구경하고 일몰을 구경하고 일출을 구경한다.


하지만 이곳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 이곳에서 즐길 수 있는 시간은 한 시간 정도로 제한이 되어 있다. 정신없이 분위기에 취해 있으면 어디선가 문을 두드리는 슬픈 노크소리가 나는 것이다.


문을 열고 아쉬운 맘으로 느릿느릿 걸어 나오니 소년들이 부엌에서 물담배 용구와 찻잔을 씻고 있다. 부엌 역시 아름다운 장식품들로 가득 매달려 있고, 소년들은 우리를 보며 활짝 인사를 한다.


이곳은 언제나 다시 가고픈 에스파한의 다리 밑 찻집!


이란이 왜 좋냐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확신에 찬 어조로 그리고 열렬하게

찻집이 있어서 그립고 그립도록 그리운 그 찻집이 있어서라고 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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