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여

by hosu네

소설이나 웹툰,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친구'라는 롤을 보면, 주인공에게 아주 우호적이고 오래되었으며 대체로 많은 것을 이해해준다. 친구가 힘들어 할 때 적극적으로 이벤트도 마련해주고, 그럼에도 빠져야할 때는 미련없이 그 자리를 떠나 주기도 한다.

이야기는 주인공이 이끌어가기 때문에, 친구는 작가의 생각에 따라 왔다 가고, 나왔다 사라진다. 이따금 주연급인 친구인 경우에는 스포트라이트가 비추어지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대단하게 공감이 가는 친구롤은 자주 등장하지는 않는다.


나를 친구 역할에 대입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나에겐 내가 내 삶의 주인공이니까, 누구나 '나도 저런 친구가 되어주어야겠다'보다는 '나에게도 저런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주변을 돌아보면 그런 친구가 남아있나 싶다. 아니, 그런 친구는 없는 게 아닐까.

친구를 내 몸같이 좋아할 때도 있었다. 중학교, 고등학교 때에도 친구는 귀중했다. 물론 대학교 때에도 그랬다. 어느 면에서 제일 중요한가를 생각해보면, 역시 밥먹을 때이다. 모두가 한 데 몰아넣어져있는 그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남이 봤을 때 외로와보이는 건 참 싫다. 최소한 둘은 되어야 뭐라도 시켜먹게 되고, 같이 뭐라도 사러 나갈 수 있다. 그것 뿐인가. 학교에서는 참 많은 것들을 같이 해야만 한다. 동아리도 있고, MT도 있고. 친구라는 관계로 서로의 연대가 맺어져있지 않는 경우 그 어색함이란 참을 수 없다. 그래서 친구, 아니 친구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 필요하다.


누구나 자신이 주인공롤을 하고 싶기 때문에 학창 시절에는 서로 그 관계가 삐걱이게 된다. 서운하게도 된다. 서로 절교를 하기도 하고, 다시 붙기도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 날이 서있었나,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이었나 싶지만 그 당시에는 인생의 모든 것이었다. 40대가 되어 과거를 관조적으로 본다 하더라도 지금 다시 고등학생이 된다면 또 다시 그 친구라는 고통의 바다에 뛰어들게 될 것이리라.


친구라는 단계를 넘어서게 되는 건 직장에 들어가서다. 바쁘니까 대충 먹는 게 이해되는 시기다. 다이어트 중이라고 식단을 한다고 해도 되고, 저녁이야 집에 들어가서 혼자 먹을 수도 있다. 혼자 놀려면 얼마든지 가능한 시대이다. 온라인에서는 수많은 친구를 만날 수 있다. 과거엔 널을 뛰었던 감정의 고저가 이제 친구로 인해서는 그렇게 격해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을 함께하다보면 나의 많은 모습을 상대에게 보여야한다. 남이 좋아할 만한 말이나 행동만 하다보면 내가 너무 힘들어진다. 버티기 위해서는 나를 드러내야만 한다. 그래서 갈등이 생기고 해결해 나가게 된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는 혼자 있는 시간이 훨씬 늘어난다. 잘만 하면, 남에게 나를 다 보일 필요가 없다. 나이스한 내 모습만 보이고 그 심연은 드러나지 않게 둘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불만에 공감해주고, 행복을 축하해주면 그만이다. 연애하고, 결혼하고, 자녀를 낳으며 그 생각은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애인이라는 다소 질척한 관계 보다 친구는 보송하고 산뜻한 면이 있다. 내가 산뜻한 행동을 하고 싶을 때 친구가 떠오르게 되나, 싶다.


요새 친구가 그립다. 남편이 제일 친한 친구인 건 맞는데, 그 친구랑만 10년 넘게 이야기를 하다보니 뭔가 심심하다. 어릴 때에는 4명, 5명 그룹이 되어 노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시간을 같이 맞추기도 힘들고, 그렇게 모을 만한 사람도 부족하다. 그래서 '어른'이 되면 회식을 좋아하게 되는 걸까? 그 북적이는 분위기를 지금 다시 내 친구들과 만들기는 어려우니 직장 동료로라도 그 자리를 채우면 대리 만족이 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생각하는 지금도, 나는 주인공 병에 빠져있다. 내가 심심하니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그 친구는 ~~~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건 마치 백마탄 왕자님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과 같다. 친구를 만드는 게 쉬웠던 어릴 시절과는 이제 많은 것이 달라졌다. 나이가 먹어 좋은 친구를 만든다는 건 마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해 주는, 그 기적과 다르지 않다.








작가의 이전글뻔뻔해져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