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령을 넘고도 한 십 리 남짓 더 들어간 외딴집
십 년 전 귀농했다는 여자를 만났다.
머리를 질끈 동여맨 여자는
녹색인 것 같기도 하고 붉은 색인 것 같기도 했다.
시골살이 처음 몇 년,
도시와 사람이 그리워 미치고 날 뛰었다는 여자는
아직도 저린 밑 가슴을 안고
도시의 붉은빛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붉은색일 때의 여자는
산기슭에서 자라고 있는 자연산 달래를
곡괭이로 찍어 파헤칠 때
힘없이 잘려나간 달래의 아랫도리를 목격해야 했고.
녹색일 때의 여자는
달래를 둘러싸고 있는 좁은 반경을 공략해
온몸을 고스란히 드러낸 달래를
신주 모시듯 안았다고 했다.
이제 한 생각 내려놓았다는 여자는
붉은색이든 녹색이든
그 어느 쪽으로 걸음을 옮기더라도
남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봄을 여름으로 살지는 않을 눈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