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꼼지 나숙자 Dec 18. 2024

여자의 빛깔

진부령을 넘고도 한 십 리 남짓 더 들어간 외딴집

십 년 전 귀농했다는 여자를 만났다.

머리를 질끈 동여맨 여자는

녹색인 것 같기도 하고 붉은 색인 것 같기도 했다.


시골살이 처음 몇 년,

도시와 사람이 그리워 미치고 날 뛰었다는 여자는

아직도 저린 밑 가슴을 안고

도시의 붉은빛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붉은색일 때의 여자는

산기슭에서 자라고 있는 자연산 달래를

곡괭이로 찍어 파헤칠 때

힘없이 잘려나간 달래의 아랫도리를 목격해야 했고.


녹색일 때의 여자는

달래를 둘러싸고 있는 좁은 반경을  공략해

온몸을 고스란히 드러낸 달래를

신주 모시듯 안았다고 했다.


이제 한 생각 내려놓았다는 여자는

붉은색이든 녹색이든

그 어느 쪽으로 걸음을 옮기더라도

남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봄을 여름으로 살지는 않을 눈빛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