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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 Mar 05. 2023

사람은 추억으로 뒤덮여서 끊임없이 리사이클링된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를 고민한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고민하는 나’를 고민한다. 끝없는 고민 끝에 불현듯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너무 잘 아는데, 그냥 그 모습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아닐까.


20대 초반에는 발랄하고 웃음이 많은 아이였는데. 27살을 살고 있는 내가 나를 안타까워한다. 잘 모르겠긴 하다. 원래 이런 사람이었는지, 중간중간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던 사건들이 누적되어 이런 사람이 된 건지. 아님 주변 사람들의 긍정적인 기운을 받아 잠깐 그들의 세상에 살았던 건지.


백예린의 산책을 부른다. 3년 전 24살의 기억이 떠오른다. 프랑스에서 교환학생을 하던 시절, 처음으로 혼자 산책이란 걸 해봤다. 코로나가 유럽까지 퍼져 귀국 비행기 표를 끊은 그날 오후였다. 줄 이어폰을 귀에 꽂고 수기로 작성한 외출증을 주머니에 넣은 뒤 기숙사 엘리베이터를 탔다. 주황색으로 노을 지는 오후 4시의 풍경을 뒤로한 채, 길을 따라 걸었다. 그리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첫 산책으로 짧고 강렬했던 3개월을 다 소화하진 못했다.


3년 전 기억이 이렇게 또렷하다. 추억 여행을 하느라 시간이 참 빠르게 간다. 오늘따라 어렸을 적 할머니가 사준 지우개 냄새가 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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