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사람일까’를 고민한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고민하는 나’를 고민한다. 끝없는 고민 끝에 불현듯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너무 잘 아는데, 그냥 그 모습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아닐까.
20대 초반에는 발랄하고 웃음이 많은 아이였는데. 27살을 살고 있는 내가 나를 안타까워한다. 잘 모르겠긴 하다. 원래 이런 사람이었는지, 중간중간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던 사건들이 누적되어 이런 사람이 된 건지. 아님 주변 사람들의 긍정적인 기운을 받아 잠깐 그들의 세상에 살았던 건지.
백예린의 산책을 부른다. 3년 전 24살의 기억이 떠오른다. 프랑스에서 교환학생을 하던 시절, 처음으로 혼자 산책이란 걸 해봤다. 코로나가 유럽까지 퍼져 귀국 비행기 표를 끊은 그날 오후였다. 줄 이어폰을 귀에 꽂고 수기로 작성한 외출증을 주머니에 넣은 뒤 기숙사 엘리베이터를 탔다. 주황색으로 노을 지는 오후 4시의 풍경을 뒤로한 채, 길을 따라 걸었다. 그리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첫 산책으로 짧고 강렬했던 3개월을 다 소화하진 못했다.
3년 전 기억이 이렇게 또렷하다. 추억 여행을 하느라 시간이 참 빠르게 간다. 오늘따라 어렸을 적 할머니가 사준 지우개 냄새가 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