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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 Dec 13. 2023

합격 후 미국 인턴을 포기한 나의 이야기 (1)

잃은 건 700만 원과 도전정신, 그렇다면 뭘 얻었을까

J1 트레이니 비자로 미국 취업에 성공했다가 비자 비용을 모두 지급하고도 출국하지 않은 나의 이야기.

잃은 건 비자 비용 700만 원과 도전정신, 그렇다면 나는 이 과정에서 뭘 얻었을까.


이후 2~3개월가량이 흘렀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취준생/백수로 보내고 있는 나다.

'직장인으로서 나'는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그래도 '인간 한민지로서 나'는 이 경험을 통해 얻은 게 있지 않을까 해서 글을 써 내려가 본다.



1. 마음이 불안정할 때는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다. 손해를 보더라도 결정을 내리지 말자.

언제 어디서부터 내가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었던 것인지는 모르겠다.


이미 미국 취업 도전 전부터 내 마음 상태는 불안정했던 것 같다. 취업에 대한 막막함, 하지만 취업을 해도 행복하지 않다는 현실에 대한 좌절감, 하고 싶은 일과 열정이 사라진 헛헛함, 이미 다 깎이고 속으로 팬 자존감까지.


이런 마음 상태에 나는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J1 트레이니 비자를 통해 미국 취업에 도전했다. 몇 년 전부터 꼼꼼히 알아봤던 프로그램이고 해외 생활을 간절히 꿈꿔왔기에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건 1년짜리라도 미국 취업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1년 동안 다양한 경험을 하며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싶었다.


원하는 기업 면접 기회를 얻게 됐다. 하지만 오히려 기회를 얻은 게 불행으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면접관으로 만난 기업의 대표는 어딘가 모르게 쎄했다. 직설적이게 면접에서 나를 평가했다. 솔직히 잔소리했다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하지만 면접이니까 나는 대표가 듣고 싶어 할 것 같은 말들을 빠르게 생각해 냈다. 그리고 나는 면접이 끝나고 아픈 마음을 부여잡고 울었다. 난 지금까지 잘못된 인생을 산 것일까? 내 경력은 회사에 전혀 도움 되지 않는구나.


그런데 난 1차 면접에 합격했다. 실력이 없어도 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는 회사의 인재상에 잘 맞았대나.

그리고 바로 2차 면접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나는 에이전시에게 2차 면접을 보지 않겠다고 이야기했다. 아주 정중하게 제가 이 회사에 가서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전달했다. 에이전시 대표는 나를 설득했다. 대표님이 아주 나를 마음에 들어 했다고 붙을 것 같다는 강한 직감이 든다고 말이다.


난 쉽게 설득당했다. 자존감 낮은 취업준비생에게 가장 달콤한 말이었다. 난 실력은 없지만 긍정적인 태도가 있구나. 그렇게 2차 면접을 봤다. 나는 대표의 얼굴을 보기 무서워 화상 채팅 화면을 끈 채 목소리만 듣고 면접을 이어갔다. 2차 면접에서 대표의 태도는 1차 때와 달랐다. 훨씬 더 유했고 내가 정말 와서 잘할 수 있는지 재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다음 화>

2. Trust your gut. 아무리 다른 사람들이 듣기 좋은 말로 설득을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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