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지지 않는 뉴욕에서 밤 새기

뉴욕 한달살기 Ch 1.

by 민지
KakaoTalk_20230118_132125049.jpg 그랜드 센트럴역에서 발견한 미국 국기.

2022년 10월 7일, 뉴욕에 도착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모던패밀리를 보며 미국에 대한 로망을 가져왔다. 초등학생 때 막연히 영어를 잘하고 싶어 한 코엑스 학업 박람회에서 선배 언니에게 재밌게 영어 공부하는 법을 물어봤다. 그때 미드를 보라고 모던패밀리를 추천해 줬던 것이다. 그 후로 난 영어를 배우는 게 좋았고 미국 문화에 관심이 갔다.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가고 싶어 편입을 하기도 했다. 물론 개인 사정으로 교환학생은 프랑스로 갔지만, 돌고 돌아 드디어 미국에 오게 됐다.


그래. 이렇게 소소한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온 뉴욕에서 밤을 샜다. 한국에서 난 루틴화된 일상을 보내는 사람으로, 일찍 자려고 집에 일찍 들어오고 술도 마시지 않는다. 뉴욕에 도착한 지 이틀차, 나는 나만의 금기를 깼다. 유명한 met 미술관에 가고, 센트럴파크에서 르뱅 쿠키를 먹고 아이처럼 그네도 타고(핸드폰 잃어버릴 뻔함..), 지중해 음식점 dig에서 샐러드볼 먹고, 이름이 셰익스피어인 펍에서 칵테일 한 잔 마시고, 24시간 카페에서 핫 초코로 몸을 데우고, 코리아타운에 있는 북창동 순두부에서 해장을 하고, 지하철과 우버, 내 두 발을 이용해 온 뉴욕 길거리를 누비고, 뉴욕의 올리브영인 cvs에서 시간 보내고, 아침 6시 반에 일출을 보며 버스 타고 집에 돌아왔다.


사실 이 모든 게 가능했던 것은 뉴욕에서 만난 나의 소울메이트 스티븐 덕분이다. 슈퍼 내향형 인간인 내가 15시간 동안 대화할 수 있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 정말 오랜만에 통하는 사람을 만났다.


영화 비포선라이즈에서 남자 주인공 제시와 여자 주인공 셀린이 유럽 행단 열차에서 우연히 만난다. 그들은 비엔나에서 충동적으로 내려 해 뜨기 전까지 조잘조잘 떠들며 길거리를 걸어 다닌다. 난 항상 그런 로망을 꿈꿨고 운 좋게 뉴욕에서 이뤘다. 생각보다 인생은 원하는 대로 흘러간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뭘 좋아하는지 잘 알고 고민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