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나는 당신이 알던 그때의 나와 얼마나 다를까
Time flies. 하루 24시간이 그렇고 일주일이 그렇다. 엊그제 일처럼 생생한 일이 일 년 전 일인 게 부지기수고, 아직 20대에 미련을 못 버린 나는 40대를 바라보고 있다. 시간이 변하고 세상이 변하고 모두가 변하듯 나도 변했다. 20대 초반의 나를 떠올려 본다.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하루하루를 쉽게 살아냈을까. 본성적으로 'I'의 성향이 유년기부터 있었지만, 기억 속의 나는 지금보다 활발했고 사람들과 교류를 쉽게 했다. 나를 잘 드러내던 시절이라 정제되지 않은 말과 돌발행동으로 사건사고에 쉽게 휘말리기도 했다. 와인으로 치면 시음 적기가 한참 남은 갓 출시된 와인이랄까. 좋은 점은 가만히 있어도 생기가 있었다는 것. 물론 과거는 망각되고 기억엔 오류가 생기기 마련이라 대략 그랬다는 거지만.
와인의 숙성 주기에 사람의 인생을 비유한다면, 나는 시음 적기에 다다랐다고 할 수 있다. 곧 절정을 찍은 후 서서히 내려가겠지. 그동안 나는 사회화 과정을 거치며 - 시련에 부딪히고 깨지며 - 많이 차분한 사람이 되었다. 와인이 숙성되며 균형을 찾은 것처럼. 20대가 그립지만 막상 다시 돌아가겠냐는 질문엔 망설이게 된다. 갓 세상에 나온 만큼 방황이 잦았고 불안정했던 시절이기에. 다른 한편으로 지금의 나는 안정감을 대가로 청춘을 잃어가고 있다. 젊음의 생생한 아로마와 빳빳한 탄닌을 내어주고 숙성 부케와 밸런스를 얻어가는 와인과 같이 말이다. 10년 뒤에 오늘을 떠올려보면 또 분명 30대의 내가 그리울 거다. 결국 답은 오늘 하루를 감사히 잘 살아내는 것.
그런데 나, 정말 잘 숙성되고 있는 게 맞을까. 갓 출시되었을 때 시고 떫고 균형이 맞지 않아 삐그덕거리던 와인이 시간이 흘러 맛이 좋아질 수도 있지만, 숙성해도 그저 그렇거나 맛이 없는 와인도 있지 않은가? 나는 지금 어떻게 숙성되고 있을까. 오랜만에 만난 옛사람의 눈에 비친 내가 부디 아름답게 숙성된 모습이길. 타인의 시선에 초연하고자 하면서도 이런 바람을 가지는 것, 욕심일까.